애플, ‘칩플레이션’ 속 가격 인하…20% 인상 삼성과 '대비'
17e, ‘더블 용량’에도 출고가 동결…512GB는 15만원 인하 M4 프로세서 기반 아이패드 에어도 전 세대 가격으로 동결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과 아이패드 제품을 공개하며 가격을 전작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사실상 인하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칩플레이션’ 국면에서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신제품 가격 정책에 고심을 거듭한 것과 달리 가격 세그먼트를 달리하면서 틈새를 노린 모양새다. 애플의 공급망 장악력과 재고 확보가 원가 압박을 흡수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현지 시각) 애플은 아이폰17 시리즈의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 17e’와 M4 프로세서 기반 신규 ‘아이패드 에어’를 공개했다. 두 라인 모두 출고가를 전작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인하해 출시한 것이 특징이다.
애플은 아이폰 17e에 3나노 기반 A19(전작 A18)를 탑재해 AI 연산 성능을 강화하면서도 가격을 사실상 인하했다. 전작 아이폰 16e가 128GB 99만원, 256GB 114만원, 512GB 144만원으로 출시된 것과 달리, 아이폰 17e는 기본 용량을 256GB로 상향하면서도 99만원에 책정했다. 저장용량을 두 배로 늘리고도 출고가는 유지한 셈이다. 512GB 모델 역시 129만원으로 전작(144만원) 대비 15만원 낮췄다.
아이폰 17e는 지난해 2월 출시된 16e의 후속 보급형 스마트폰 모델이다. 애플이 기존 ‘아이폰 SE’ 라인을 정리하고 ‘e’ 라인을 보급형 축으로 가져가는 흐름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이번 모델은 자체 설계 모뎀 C1의 개선판인 C1X를 적용해 속도를 최대 2배 끌어올리고 전력 효율을 개선했다. 여기에 맥세이프와 Qi2(최대 15W) 무선충전, 48MP 퓨전 카메라(광학 2배 줌), 세라믹 실드2 등을 탑재해 사양도 전반적으로 상향했다.
아이패드 에어 역시 성능 개선과 가격 동결을 병행했다. 13인치 모델 기준 128GB Wi-Fi는 124만9000원, 256GB는 139만9000원, 512GB는 169만9000원, 1TB는 199만9000원이다. Wi-Fi+Cellular 모델도 각각 149만9000원, 164만9000원, 194만9000원, 224만9000원으로 M3 칩을 탑재했던 전작과 동일하다.
신형 아이패드 에어는 지난 2024년 공개된 M4 칩을 적용해 전작 대비 연산 속도를 30% 끌어올렸다. AI 수요 확대에 맞춰 통합 시스템 메모리도 12GB로 이전 세대 대비 50% 확대했다. 성능과 메모리 사양은 강화하면서도 가격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칩플레이션 국면에서도 가격을 방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공급망 관리 능력을 꼽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은 메모리 수급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애플은 대규모 선구매와 장기 계약을 진행하는 단가 협상력이 높은 기업”이라며 “재고를 일정 수준 확보한 상태에서 신제품을 출시하기 때문에 단기 원가 변동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야 할 라인과 전략적으로 방어할 라인을 구분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보급형에서 가격을 묶어두면 전체 생태계 유입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폰 사용자층의 충성도와 서비스·앱 생태계 중심의 ‘락인’ 구조도 가격 방어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를 직접 생산·수급하는 구조임에도 최근 스마트폰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했다. 갤럭시 S26 울트라 1TB 모델은 254만5400원으로 전작 대비 41만8000원(약 19.6%) 올랐다. 기본형과 플러스 모델도 10만~20만원가량 상승했다. 모델별로 7~19% 인상한 수준이다.
보급형도 예외는 아니다. 인도·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갤럭시 A07 5G’는 전작 대비 최대 40% 가까이 출고가가 인상된 것으로 파악된다. 구형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유지했음에도 가격이 오르면서 칩플레이션 여파가 프리미엄을 넘어 중저가 라인업까지 확산되는 형국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출시될 A37·A57, 폴더블 Z8 시리즈 등도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애플의 가격 동결이 보급형 중심이라는 점에서 상위 ‘플래그십’ 라인업까지 동일한 기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래그십 모델에서까지 동일한 기조가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원가 부담이 지속될 경우 상위 라인업에서의 가격 정책이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