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일에너테크 개미 '-24%' 피눈물에도…LS·BNK투자·한양증권, 최소 25억 챙겨 떠났다?
유증가 1475원 vs 증권사 1136원…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 주가 급등 시기 터져나온 대규모 주관사 창구 매도 물량 주주 돈 204억으로 '빚 상환' 후 헐값 매각…주관사는 알았나? "상폐 위험" 적시해 법적 면죄부… '소통 창구 증권신고서'가 방패막이로
[녹색경제신문 = 최성남 기자] 코스닥 상장사 유일에너테크가 지난해 12월 진행한 27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관련 주관사단이 소액주주의 희생을 발판 삼아 대규모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확인된다.
실사 과정에서 인지한 발행사의 재무 위기와 대주주의 사법 리스크, 그리고 거기서 파생될 경영권 매각의 위험을 인지했음에도 증권사들은 자신들의 '무위험 수익'을 위해 '방관자' 역할을 자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금융감독당국의 투명한 공시란 정책 목표가 시장 현장에서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란 씁쓸한 토로도 나온다.
23%의 ‘안전띠’…실권 발생에도 유리한 고지?
작년 12월 진행된 유일에너테크의 유상증자 대표주관사인 LS증권과 인수단인 BNK투자증권, 한양증권은 일반적인 인수 계약과는 다른 파격적인 조건을 챙겼다. 당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일반공모 후 발생하는 실권주에 대해 최대 25%의 ‘실권수수료’를 받는 조항을 삽입했다.
실제 청약 결과, 일반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전체 발행 물량의 35.85%에 달하는 674만404주가 실권됐다. 실권 금액은 100억원에 육박하며 23.0%의 고율 수수료가 적용됐다. 일반 주주들이 주당 1475원에 신주를 받는 동안, 증권사들은 수수료를 반영해 실질 취득가를 약 1136원까지 낮출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증권사 입장에선 주가가 발행가 아래로 떨어져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기획된 탈출?…데이터가 증명한 엑시트
실제 주관 증권사 창구에서는 주가 급등 시기에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한국거래소(KRX) 회원사별 매매동향 데이터에 따르면, LS증권 창구가 신주 입고(1월 12일) 직후부터 일부 매도세를 터트린 것과 달리 BNK투자증권과 한양증권은 초기 관망세를 보였다. 이후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며 유동성이 폭발한 1월22일(상한가 마감)과 23일(고가 기준 +19.12%)을 기점으로 LS증권 창구의 매도량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특히 거래량이 4900만주를 돌파한 1월 23일에는 87만6138주의 매도 물량이 집중됐다.
주관사단 창구에서 본격적인 매도 물량이 쏟아진 시점은 주가가 1400원선을 유지하던 1월27일에 이뤄졌다. 이날 3개 증권사 창구에선 일제히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BNK투자증권 24만8999주, 한양증권 30만7235주, LS증권 32만3607주 등 총 80만7551주 규모의 순매도가 단 하루 만에 터져 나왔다.
일각에서는 해당 물량이 증권사 창구를 이용한 일반 고객 물량일 가능성을 제기하나, 리테일 기반이 약한 소형 증권사 3곳의 창구에서 동시에 평시 거래량의 수십 배에 달하는 물량이 출회된 점은 의아한 지점이다. 일반 주주들에겐 여전히 손실 구간인 가격대에서 대규모 매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23%대 할인 혜택을 입어 독자적인 수익 구간을 확보했던 주관사 물량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대표주관사인 LS증권 관계자는 "동사 보유 실권주는 납입일인 지난해 12월29일 일부 할인을 더해 전량 셀다운을 통해 재매각됐다"면서 "LS증권 창구에서 쏟아진 매도 물량은 동사 보유 실권주 물량이 아니며, 재매각된 물량과 일반 주주의 물량이다"라고 밝혔다.
물론 산술적으로 유증에 참여한 개미(1475원)들도 1월23일 하루 동안은 수익 구간에 진입했었다. 전날 상한가(1292원)에 이어 23일 주가가 장중 최고 1679원까지 치솟으며 발행가를 돌파했고, 종가(1539원) 기준으로도 약 4.3%의 수익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주 상장일 이후 -24%에 달하는 손실을 견뎌낸 투자자가 단 하루뿐이었던 급등장에서 정확한 타이밍에 물량을 던져야만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일부 물량일 순 있지만 대규모 물량을 개인이 털고 나갔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당시 종가(1393원~1539원)를 고려할 때 주관사단은 주당 최소 260원 이상의 매매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통해 이들이 챙긴 확정 수익(인수수수료 포함)은 최소 25억원에서 최대 4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법적 책임 회피에도 모럴해저드 우려
유증 주관사단은 이미 대주주의 경영권 매각을 가정할 수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유증 관련 투자설명서에는 "(주)엠플러스와의 소송 결과 패소를 가정할때 손배배상금 마련을 위해 주요 자산의 매각을 진행하고, 자산 매각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액에 미치지 못한다면,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보유 중인 재산과 유일에너테크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관사단은 "이렇게 된다면, 최대주주 변경이 있을수도 있으며 주요 자산의 매각으로 현재 영위 중인 주요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적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주관사단은 투자자 위험 고지 의무를 다한 사안이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주관사단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법률적 완성도를 높인 행위일 뿐, 금융투자업자로서 도덕적·시장적 책무를 다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에선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위험 요소 자체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시됐지만 공개된 정보를 수용하는 소액주주들은 기재된 위험 요소들이 '대주주의 경영권 매각 및 엑시트'라는 구체적인 결과로 수렴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는 분석 도구와 대응 수단이 부재할 수 밖에 없다"면서 "결과적으로 동일한 정보가 제공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보가 내포한 실질적인 함의와 대응 전략의 현격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쉽게 말해 방대한 정답 해설지(증권신고서)에서 정답을 알고 해설지 문항을 찾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명료해질 것"이라면서 "금감원이 제시한 모범규준이 의도한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투명한 공시'라는 정책 목표가 시장 현장에서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