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日·中 저가 열연 제동에 반사이익 기대…수익성 회복 신호

정부, 최대 33% 반덤핑 관세 건의로 저가 수입 차단 추진 국산 출하 연간 100만톤 확대 및 시장 점유율 상승 전망 방산·조선·에너지용 고부가 제품 확대해 실적 개선 모색

2026-02-27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정부가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최대 33%대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성 회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전방 산업 부진과 중국의 저가 공세로 판매가격에 원가 인상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업계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시황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3일 일본·중국 기업들이 자국산 탄소강 및 합금강 열연강판을 저가로 국내에 수출해 국내 산업에 실질적 피해를 초래했다고 최종 판정했다. 이에 일본산에는 31.58~33.43%, 중국산에는 28.16~33.1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것을 재정당국에 건의하기로 했다. 승인될 경우 상반기 내 시행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관세 부과와 함께 ‘가격약속’이 병행됐다. 일본 3개사와 중국 6개사는 향후 5년간 한국 수출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상하고 분기별로 가격을 조정·보고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를 이행할 경우 관세는 면제되지만, 위반 시 즉시 반덤핑 관세가 적용된다. 이들 9개 기업은 최근 3년간 국내 열연 총수입의 약 81%를 차지한 주요 공급업체다.

열연강판은 냉연·강관 등 판재류의 기초 소재로 자동차·조선·기계·건설 등 제조업 전반에 사용된다. 2024년 기준 국내 시장 규모는 약 10조원에 달한다. 그동안 일본·중국산 제품이 국내산보다 두 자릿수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며 점유율을 확대했고, 국내 업체들은 가격 인하 경쟁에 내몰려 수익성이 악화돼 왔다.

포스코가

정부는 이번 조치로 국산 출하량이 연간 100만톤 이상 늘고, 시장 점유율이 약 8.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열연강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 이후 작년 4분기 중국산 철강 수입은 직전 분기 대비 약 30만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회복되고 시장 가격도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대외 환경은 여전히 변수다. 미국의 50% 철강 관세를 비롯해 멕시코,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신흥국들까지 반덤핑 조치에 나서면서 수출 여건은 좁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물량이 다른 시장으로 전환 유입될 가능성에 대비해 각국이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철강업계는 구조적 대응으로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함정용 고연성강과 방탄강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한국선급(KR) 인증을 획득했으며, 영하 196도에서도 깨지지 않는 고망간강을 개발해 LNG·액화수소 저장·운송용 소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3세대 자동차용 강판 양산과 해상풍력용 후판 공급 확대를 추진 중이다.

세아그룹은 북미 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를 통해 항공·우주용 특수합금 상업 생산에 나설 계획이며, 동국제강그룹은 태양광 전용 초고반사 컬러강판과 디-메가빔 등을 앞세워 신재생에너지 및 건설 자재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저가 수입재와의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이 크게 훼손돼 왔다”며 “이번 조치로 최소한의 가격 질서가 회복되면 제품 믹스 개선과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보다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