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판 다시 짠다… 레벨3 건너뛰는 완성차 업계
계륵으로 전락 중인 레벨3 수익성 뚜렷한 레벨4로 직행
[녹색경제신문 = 이현성 기자] 자동차 업계가 자율주행 전략의 방향타를 다시 잡고 있다. 중간 단계로 여겨지는 레벨3를 건너뛰고, 레벨4로 직행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BMW는 7시리즈 부분변경 모델에 적용 예정이었던 레벨3 자율주행 ‘퍼스널 파일럿 L3’ 탑재 계획을 철회했다. 해당 기능은 시속 60km 이하 고속도로 정체 구간에서 차량이 조향·가속·제동을 모두 제어하는 조건부 자율주행 기술이다. 정체 구간에서 운전자의 전방 시야 고정 의무가 완화되는 등 높은 자유도가 특징이었다.
하지만 상업성에서 벽에 부딪혔다. 라이다(LiDAR) 센서 등 추가 하드웨어가 필요해 옵션 가격이 6000유로(약 930만원)에 달한다. 작동 조건 역시 까다로워 일상 주행에서 활용성은 낮았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외면 받았다. 수익성 측면에서 지속 개발을 정당화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책임 구조다. 레벨3는 사고 발생 시 차량이 주행 주체로 간주돼 제조사 책임 범위가 확대된다. 레벨3는 기술적으로 조건부 자율주행에 머물지만, 책임 구조는 사실상 완전 자율주행에 근접한다는 점에서 기업에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BMW는 레벨3 대신 고도화된 레벨2 기반 ‘모터웨이 어시스턴트’에 역량을 집중한다. 시속 130km까지 핸들에서 손을 뗀 채 주행이 가능하지만, 운전자는 전방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 자유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사용 가능 구간이 더 넓고 가격 부담은 낮아 상품성은 오히려 더 높다는 분석이다. 60개국에서 DCAS 인증을 받아 글로벌 적용이 가능하다는 특징도 장점이다.
이 같은 흐름은 BMW에 국한되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레벨3 시스템 ‘드라이브 파일럿’의 미국 내 운영을 사실상 중단하고, 엔비디아와 협업한 AI 기반 플랫폼을 토대로 레벨2 고도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스텔란티스 역시 비슷한 노선을 택했다.
결국 업계의 관심은 레벨3 이후 단계로 쏠린다. 레벨4는 수익 구조가 보다 뚜렷하다. 레벨3가 개인 소비자 대상 고가 옵션에 머문다면, 레벨4는 로보택시, 셔틀, 물류 등 플릿·서비스 기반 B2B 모델로 확장 가능하다. 책임 구조 또한 명확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레벨3 자율주행은 과도기에 불과한 기술로 전락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레벨2로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레벨4 상용화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