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3법’ 표결 초읽기... “초헌법적 절대군주” vs “사법 적폐 청산” 극한 대치

민주당 ‘사법 3법’ 필리버스터 대치 속 오늘 오후 표결 강행 전망… 조희대 대법원장 “사법 독립 침해” 이례적 우려

2026-02-26     임채영 기자
출처=임채영

[녹색경제신문 = 임채영 기자] 사법개혁 3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표결 강행으로 중대 기로를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오늘 오후 법왜곡죄 표결이 이루어질 전망인 가운데, 25일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린 대법원 앞에서는 현직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사법 체계를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다가오는 10월 중대범죄수사청 출범 등 수사기관 개편까지 맞물린 상황에서, 치안 최전선을 담당하는 일선 경찰 등 현업공무원들은 불합리한 보상 체계와 과도한 업무로 인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 오늘 오후 법왜곡죄 표결 전망… 야당 강력 반발 및 대법원 앞 우려 시위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판검사가 법을 왜곡해 판결하거나 사건을 처리하면 처벌하는 내용의 법왜곡죄를 두고 여야의 무제한 토론이 사흘째 이어졌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제출함에 따라, 국회법에 의거해 이날 오후 4시 49분경 토론이 강제 종료되고 수정안에 대한 표결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본회의에 상정된 법왜곡죄 수정안은 적용 대상을 민사 및 행정 사건에서 제외하고 형사사건으로만 한정했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 처리 직후 재판소원제 도입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곧바로 상정하여 순차 처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야당의 반발은 거세다. 국회 본회의장 찬반 토론에서 국민의힘 측 의원은 "정치권력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왜곡이라고 규정하고 법관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며 법안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측 의원은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면죄부를 주고, 정적이나 눈에 벗어난 사람들에게는 없는 죄도 만들어내는 행태를 막아야 한다"고 맞섰다.

당 차원의 비판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극 독재 체제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2026년 대한민국에 나치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규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대법관 증원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재상고에서 유죄 확정이 나더라도 대법원에서 다시 이를 뒤집겠다는 발상이다. 사법 장악 3법이 완성되면 그 어떤 견제도 받지 않는 초헌법적 절대군주가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정치권의 압박 속에 수사기관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의원들의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상고를 포기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치적 외압에 의해 수사 기관의 동력이 꺾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법부 내부의 위기감 또한 고조되고 있다. 전날인 25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이번 입법 추진에 대해 "이번 사법 3법은 헌법 개정 사항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공론화 과정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냈다. 회의가 열린 대법원 앞에서는 "대장동 항소 포기 특검하라", "이재명 재판 재개하라" 등의 피켓을 든 시위가 진행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법 3법 통과 시 2028년까지 26명의 대법관 중 22명을 현직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는 구조를 지적하며 사법부 장악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 공직자·선거 범죄 제외한 중수청… 검찰개혁추진단 "기관 간 중복 혼선 방지"

사법부가 흔들리는 사이 수사기관 역시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법안 및 공소청법안 재입법예고 실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의 수사 대상은 기존 9대 범죄에서 공직자, 선거, 대형참사 범죄가 전면 제외된 6대 범죄로 축소되었다. 수관은 1급부터 9급까지 단일직급체계로 일원화되며, 중수청장 자격 요건은 변호사 자격 없이도 수사 및 법률 업무 15년 이상 재직자로 완화되었다. 공소청 소속 검사에 대해서는 징계 종류에 파면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본지가 검찰개혁추진단 관계자와 통화한 결과, 관계자는 공직자 및 선거 범죄가 중수청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배경에 대해 "수사 범위를 좁혀 중대 범죄에 더 집중도 있게 접근하고, 공수처 등 타 기관과 수사 범위가 중복되어 발생하는 혼선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라고 밝혔다.

경찰 기관을 위해 자격 요건을 완화한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 관계자는 "변호사 자격 요건이 지나치게 한정적이라 풀을 넓힌 것일 뿐, 특정 기관을 타겟팅해서 개정한 것은 아니다. 인사 검증 등의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전문성 부분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변했다. 검사 징계에 파면이 추가된 점에 대해서는 "징계 강화로 소극적인 업무 태도가 나타날 우려도 있지만, 양심에 맞게 원리원칙을 지켜가며 업무를 수행하도록 독려하는 측면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 무분별한 고소 및 고발에 수사 마비… "초과 근무해도 무급 노동"

법왜곡죄가 표결을 앞두면서 판검사를 향한 고소와 고발이 남발되어 정상적인 재판과 수사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일선 수사 현장은 이미 무분별한 고소와 고발로 인해 기능 부전에 빠져 있다.

본지가 서울 시내 인근 파출소등을 돌며 현장을 취재한 결과, 경찰 현장 인력들은 폭주하는 고발 사건을 처리하느라 정작 긴급한 치안 현장에 제때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경찰 관계자는 "합의나 배상을 압박할 목적으로 우선 형사 고소부터 진행하는 한국 특유의 고발 남용 문화가 있다. 민사 소송은 기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해 경찰로 업무가 떠넘겨지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왜곡죄가 도입되어 사건 당사자들이 판검사와 수사관을 상대로 고소 및 고발전에 나서게 된다면, 수사 병목 현상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전망이다.

사법 제도의 대대적인 개편 속에서 정작 현장을 지키는 치안 실무자들은 불합리한 보상 체계에 신음하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에 따르면, 현재 현업공무원의 보수 체계는 휴일 및 야간 근로의 노동 강도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단일한 시간외근무수당으로 획일화되어 있다. 근로기준법이 연장, 야간, 휴일근로를 엄격히 구분해 중첩 가산을 적용하는 민간 근로자와 극명히 대비된다. 수당 인정 시간의 상한제와 예산 한계 탓에 현장 경찰과 소방관들은 밤샘 초과 근무를 수행하고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실질적인 무급 노동에 내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의 기초적인 치안 서비스마저 현장 공무원 개인의 희생에만 기대는 취약한 구조를 방치한다면 형사사법 시스템의 완전한 붕괴는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