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품 안기는 '준은행권 1위' SBI저축은행…은행급 규제에 ‘20조 지분룰’까지 겹친다
- 자산 5조원 이상 5곳 '전국 단위 서민금융기관' 재정의…영업 확장·규율 강화 동시 설계 - PF 0.6%·부동산 10.6%로 규제 여력 확보…교보생명 인수 후 잔여 지분·소유규제 충돌은 변수 - 지점 이전·공동 적금으로 시너지 가시화…'준은행권' 규율·계열사 편입 두 축 과제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위원회가 자산 5조원 이상 저축은행에 올해 하반기부터 은행 수준 자본·유동성·소유 규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하면서 자산 14조원대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교보생명의 50%+1주 인수 추진과 맞물려 대형 저축은행 구조 개편의 중심에 섰다.
26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업계·유관기관·전문가와 '저축은행 건전 발전방안'을 논의하고 자산 5조원 이상 대형사를 전국 단위 서민금융기관으로 재정의해 영업 규제 완화와 지배구조·건전성 규율 강화를 병행하는 차등 규제 체계 도입을 선언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일부 대형 저축은행은 이미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은행과 유사한 규모로 성장했다"며 "규모에 맞는 책임성과 건전성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자산 5조원 이상 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14조2000억원)·OK저축은행(13조2000억원)·한국투자저축은행(8조5000억원)·웰컴저축은행(6조원)·애큐온저축은행(5조3000억원) 등 5곳으로 전체 79개사의 6%에 불과하지만 총자산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이번 방안은 영업 확장과 규율 강화를 같은 무게로 설계했다. 영업 측면에서는 주식 보유 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50%에서 100%로 상향하고 비상장주식·회사채 한도를 10%에서 20%로 넓혀 혁신·성장산업 투자 여력을 확대하며 기업대출 대상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해 자금 중개 기능을 실물경제 전반으로 넓힌다. 규율 측면에서는 자산 5조원 이상 저축은행에 은행 수준 자본 규제를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고 FLC(미래상환능력 기준) 기반 자산건전성 분류, 유동성비율 산정 방식 합리화 등을 적용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산 20조원 이상 저축은행에는 대주주 지분 50%·30조원 이상 34%·40조원 이상 15% 이내로 제한하는 소유 규제를 올해 하반기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을 통해 도입하기로 했다.
이 규제 프레임의 가장 직접적인 적용 대상 대형사로 SBI저축은행이 거론된다. SBI저축은행은 자산 14조5854억원으로 업계 1위이며 전국 6개 권역 중 5개 권역에서 영업해 지방은행급 외형에 가장 근접해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동산 업종 대출은 총여신 10조9238억원 중 1조1633억원(10.6%),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은 688억원으로 0.6%에 그쳐 규제 한도(부동산 50%, PF 20%) 대비 여유가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저(低) 익스포저 구조가 은행급 자본·유동성 규제 전환 과정에서 비용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교보생명의 인수 구조 자체가 새로운 복잡성을 낳는다. 교보생명이 SBI홀딩스 보유 지분 50%+1주를 2026년 10월까지 약 9000억원에 인수하면 의결권은 58.7%를 확보하지만 자사주 구조를 감안한 협약에 따라 배당권은 30%에 그치는 이중 구조가 형성된다. 현재 SBI홀딩스가 SBI저축은행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어 교보생명 인수 완료 후에도 잔여 지분 35% 안팎이 SBI홀딩스에 귀속되는 만큼, SBI저축은행 자산이 20조원에 근접할 경우 대주주 지분 50% 상한 소유규제가 작동해 양사 간 지분 재편이 불가피해진다는 지적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인수를 계기로 보험·저축·퇴직연금 교차판매와 부동산 계열사 프로젝트 대출 연계 등 그룹 시너지를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SBI저축은행 대구·일산 지점이 교보생명 소유 건물로 이전했고, 지난해 11월에는 교보생명 앱 가입자 대상 공동 마케팅 적금 상품도 출시됐다.
올해 하반기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으로 소유규제를 포함한 은행급 규율이 순차 시행되고 교보생명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SBI저축은행은 '준은행권' 규율 적용과 생명보험사 계열사 편입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PF 비중이 낮아 은행급 규제를 수용할 체력은 갖췄지만 일본 SBI그룹과 교보생명 간 지분·역할 정리가 향후 몇 년간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