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납품업체에 단가·광고비 전가 ‘갑질’…공정위 과징금 철퇴

마진 관리 명목으로 단가 인하·비용 부담 요구 적발 대금 2800억원대 지연 지급…체험단 미반환 비용도 도마 美, 무역법 301조 조사 가능성 거론…통상 이슈로 번지나

2026-02-26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쿠팡이 납품업체에 단가 인하와 각종 비용을 떠넘긴 ‘갑질’ 행위로 공정거래당국의 제재를 받게 됐다. 마진율 관리를 이유로 광고비와 수수료 부담을 요구하고, 상품대금을 장기간 지연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십억 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온라인 유통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 온 쿠팡의 거래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업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

2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쿠팡은 직매입 거래 구조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위험을 납품업체에 전가한 행위로 시정명령과 함께 2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조사 결과 쿠팡은 일정 수준의 순수상품판매이익률(PPM)과 매출총이익률(GM) 목표를 설정한 뒤, 목표에 미달할 경우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광고비·체험단 수수료·데이터 이용료 등의 추가 부담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협의 과정에서는 발주 축소나 중단 가능성이 언급된 정황도 확인됐다.

대금 지급 지연도 문제로 지적됐다. 쿠팡은 수만 건의 직매입 거래에서 법정 지급기한을 넘겨 수천억원대 상품대금을 지급했으며, 이에 따른 지연이자 역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체험단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미소진 상품 비용을 반환하지 않은 사례도 포함됐다.

한 소규모 입점업체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쿠팡이 소비자에게는 ‘와우’ 경험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입점업체에는 보이지 않는 가격 압박이 지속돼 왔다”며 “마진을 맞추기 위한 구조 속에서 협상력은 사실상 제한적이었다”고 토로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대규모유통업법’상 불이익 제공 금지 및 경제적 이익 제공 강요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미지급 지연이자와 미반환 비용에 대해서도 신속한 지급·반환을 명령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제재가 단순한 과징금 처분을 넘어 플랫폼-납품업체 간 거래 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직매입과 오픈마켓을 병행하는 대형 플랫폼의 수익 관리 방식에 대한 감시가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미국 내 통상 이슈로 번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관련 사안을 검토하며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차별적·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고 판단될 경우 조사를 거쳐 보복 조치까지 가능하도록 한 규정이다. 조사 개시가 곧바로 관세 부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절차가 시작될 경우 한미 통상 현안으로 확대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국내 공정거래 이슈가 국제 통상 문제로까지 확산될지, 향후 당국의 대응과 미 측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