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먼저, 수습은 나중”… 李대통령 질책 이후 더 커진 전국 풍력 후폭풍

“꿈 같은 수치” 발언… 새만금에서 시작된 회의론 다대포 36기 추가 허가… 주민 “깜깜이 행정” 군 작전·항공 안전 우려… “협의가 면죄부는 아니다” 영덕 80m 붕괴… “양적 확대의 그늘” “세계 최대”라더니… 잇따른 유찰과 철수 발전해도 ‘보낼 길’은?… 해저케이블·송전망 병목 “피해는 지역, 전력은 수도권?” 민심의 시험대 속도전의 그늘… 지금 필요한 것은 재설계

2026-02-26     한순구 기자
영광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허가 먼저, 수습은 나중”… 李대통령 질책 이후 더 커진 전국 풍력 후폭풍

전국 곳곳에서 풍력발전 사업을 둘러싼 갈등과 사고, 사업 철수 논란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와 해상풍력 특별법을 앞세워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주민 반발과 군 작전 우려, 수익성 악화, 송전 인프라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새만금 재생에너지 계획을 공개적으로 질책한 이후, 해상풍력 전반에 대한 정책 신뢰도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꿈 같은 수치” 발언… 새만금에서 시작된 회의론

이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새만금 해상풍력 목표치를 두고 “같은 면적에서 몇 기가와트가 늘고 말고 하는 지점을 말하는 것은 지금으로선 꿈”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기술적 현실성과 재정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장기 목표만을 앞세운 접근에 대한 경고로 해석됐다. 새만금 지역에서는 풍력 4GW, 태양광 3GW 조성 계획이 제시돼 있지만, 실제 착공과 송전망 확보, 재원 조달, 사업성 검증까지 감안하면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다대포 36기 추가 허가… 주민 “깜깜이 행정”

지역 갈등은 이미 현실화됐다. 최근 KBS 부산 보도에 따르면 부산 다대포 앞바다에 해상풍력 10기를 짓는 사업과 별도로, 4km 떨어진 해역에 36기를 추가 설치하는 계획이 정부 허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주민 반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허가가 먼저 이뤄졌다는 점이 쟁점이다. 현행 제도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만, 반대 의견을 승인 여부에 반드시 반영하도록 강제하지는 않는다. 주민들은 설명회가 형식적으로 진행됐고 실질적 협의 없이 사업이 결정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군 작전·항공 안전 우려… “협의가 면죄부는 아니다”

해상풍력 단지를 둘러싼 군사적·항공 안전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국방부는 일부 사업에 대해 해상교통로 중첩과 레이더 간섭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력업계는 작전성 협의를 마쳤다는 입장이지만, 군 안팎에서는 협의 완료가 곧 위험 해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보다 정밀한 검증과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영덕 80m 붕괴… “양적 확대의 그늘”

육상 풍력에서도 안전 문제가 드러났다. 경북 영덕에서는 80m 높이 풍력발전기가 도로 인근으로 붕괴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노후 설비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대경일보는 사설을 통해 양적 확대에 가려진 안전 관리 부실 가능성을 지적하며 전수 점검을 촉구했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가운데 상당수가 10년 이상 가동된 설비로, 체계적 관리가 뒤따르지 않으면 유사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라더니… 잇따른 유찰과 철수

제주 추자 해상풍력은 원전 2기 규모를 내세웠지만 두 차례 공모가 유찰됐다. 수익성 논란과 도민이익 공유금 부담, 송전 제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책적 목표와 금융 현실 사이의 간극이 확인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 역시 REC 계약 체결에 실패하면서 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금융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기술적·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위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발전해도 ‘보낼 길’은?… 해저케이블·송전망 병목

발전 설비 확대와 별개로 송전 인프라 문제도 남아 있다. 국내 고압해저케이블 생산은 사실상 LS전선 이 담당하고 있다. 공급망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대규모 해상풍력 확대가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해저케이블 설치 이후 육상 송전선 인허가, 집적시설 건설, 주민 의견 수렴까지 평균 9년가량 소요된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한다. 발전 설비 증설 속도와 송전망 확충 속도 사이의 간극이 구조적 병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피해는 지역, 전력은 수도권?” 민심의 시험대

지역 시민사회는 해상풍력이 환경 훼손과 송전탑 건설 부담은 지역에 남긴 채, 생산 전력은 수도권 산업단지로 보내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명확한 이익 공유 체계와 장기적 지역 발전 전략 없이 사업이 추진될 경우 갈등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속도전의 그늘… 지금 필요한 것은 재설계

지금 전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종합하면, 주민 수용성은 형식적 절차에 머무르는 경우가 있고 군·항공 안전 우려는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사업은 수익성 논란 속에 유찰이나 철수로 이어졌으며, 노후 설비 관리 부실은 실제 사고로 나타났다. 송전 인프라 병목과 지역 갈등 문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에너지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정책의 성패는 속도가 아니라 설계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 전수 안전 점검과 사업성 재검증, 송전 인프라 현실 점검, 지역 이익 공유 구조 확립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허가 먼저, 수습은 나중’이라는 비판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