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노동자 잔혹사 ③] “여기선 임금 체불해도 되나”...‘노예특별시 논란’ 속 대구 청년들의 목소리는

"민주당 못믿겠지만 '최저임금 폐지'논란 일으킨 국힘에게도 속상해" "임금 체불 항의하면 '점주 블랙리스트 등재'...여기 대구선 그래도 되니까" 진보계, 보수계 모두 '통합특별시법'에 제동 주장 목소리 커져

2026-02-24     김지문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문 기자] “사장님들이 ‘여긴 대구니까 임금체불은 당연한 거 아니냐’고 말해요. 다들 그렇게 여겨요”

지난 2일, <녹색경제신문>은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행정통합을 담은 ‘대구·경북특별시 설치 및 한반도 신경제 중심축 조성을 위한 특별법’내 지역 특구 내 최저임금 폐지와 근로기준법 면책, 소위 ‘노예특별시 논란’을 처음으로 집중 조명했다.

논란 이후, 국민의힘과 대구경북행정통합추진단은 한 발짝 후퇴한 모양새를 보였다. 한 대구경북행정통합추진단 관계자에 따르면 “희망하는 목표는 특별법 내 모든 조항이 발의되는 것이지만, 내부에서 내용 수정과 조항 삭제 등도 검토 중이다”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해당 법안의 통과 유무와는 별개로, 대구의 청년 노동자들은 임금체불과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중이다. <녹색경제신문>은 대구에서 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는 시간을 가졌다.


청년 주는데 일자리는 열악...‘노예특별시법’ 없어도 대구 지역 청년들이 겪는 노동 인권 침해는 현재진행형


2021년 30만 8921명이었던 대구의 20대 청년 인구는 2023년경 2만명 이상 감소하며 28만 2470명으로 30만명 선이 붕괴되었다. 이후 2025년 25만3천449명까지 줄어들며 5년 새 약 18%p 감소했다.

“노예특별시법이라는 말을 쇼츠에서 본 것 같아요. 좀 속상했죠. 이게 대구를 위한다는 모습이 맞나 하고, 뽑힌 분들이 생각을 바꿔서 좀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개학을 1주일 앞두고 아직 한산한 영남대학교 대학가 거리. 인터뷰에 응한 20대 남성 박모 씨는 국민의힘이 발의한 대구경북통합특별법 내 최저임금 문제에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해당 특별법에 관한 <녹색경제신문>의 질문에 박모 씨는 SNS에서 소식을 접했다고 밝혔다.

“속상하죠. 그래도 민주당 찍을 수는 없죠. 아무래도 거기(민주당)도 잘 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SNS에서 봤을 때 이게 다른 정치권이 대부분 여기 청년 문제,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단 대구 사람들을 조롱하는거 같아서 좀 그랬습니다”

박씨는 양당 모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지역감정에만 호소하는 지점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평생 대구에서 살았는데, 최저임금 이상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그게 여기 상한선이에요”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근에서 인터뷰에 응한 20대 남성 김모씨는 대구의 청년층 이탈에 대한 <녹색경제신문>의 질문에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임금체불 같은걸 지적하면 블랙리스트로 올려요. 여기선 그래도 되니까 그러는 거에요. 참 이것만 아니면 좋은 도시인데...”

“최저임금을 안 준다고 항의한 적이 있었는데, 이후로 알바 구하기가 힘들어졌어요. 점주들이 항의한 알바생 전화번호를 저장해놓고 공유하는지 제 전화로 구인신청을 하면 안받고, 가족들 번호로 하면 전화를 받더라고요”

2025년 개최된 '대구 청년·대학생 최저임금 위반 실태 및 대책 수립 토론회‘는 사업주에게 문제를 제기할 때 해고를 당하거나, 문제 제기한 학생의 이름이 나열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다른 사업장에 돌리는 등의 불법 보복 행태를 폭로했다. 대구노동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장 1521개소 가운데 6개소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382개소 가운데 11개소에서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하지만 ’블랙리스트‘등이 두려워 신고되지 못한 건을 포함하면 위반 사례가 폭증할 것이라고 노동 당국은 예상했다. 실제로 일부 조사에서는 대구·경북 청년 중 20.5%가 최저임금 위반을 경험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제가 20살 되고 알바하면서 느낀 제일 기본적인 거는 근로계약서를 안 쓰거나, 4대 보험을 안 넣거나 아니면 휴게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주휴수당 안 주려고 15시간씩 끊어서 사용하고....”

요식업 프렌차이즈, 놀이공원 아르바이트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20대 여성 팡자(가명)씨는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이제 거기서 사용자가 ’최저시급 주는 걸 고마워해라‘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한테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편의점 일하는 친구들은 거진 최저임금 못받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제 최저임금 못 받거나 그런 부분은 당연히 문제 해결이 돼야 되는데, 대구에서는 뭔가 ’대구는 당연히 그렇지‘, ’대구니까 니가 그 정도는 감안해야지‘라는 너무 당연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게 좀 모욕적이기도 하고 화가 납디다”

팡자 씨는 고용노동부와 정부의 근로 감독과 개선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에서 실태 조사나 이런 기자회견 같은 걸 많이 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이렇게 대놓고 드러나는 문제들에 어떤 대처를 어떤 개선을 하고 있는지 그런 부분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논란의 대구경북특별법 반대 목소리 커져...보수 "졸속 입법 멈추고 속도조절", 진보 "독소조항 넘치는 특별법 반대"


최저임금 체불과 근로기준법 무효화의 내용을 담은 소위 대구경북통합특별법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폭발하고 있다. 경북대구행정통합비상대책위원회가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졸속 통합을 반대한 이래 국민의힘 주도 대구시의회도 대구시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합 특별법에 부정적 입장을 내었다. 민주노총, 공무원 단체, 대구참여연대 등도 각각 행정 통합 반대 행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행정통합특별법안에 반대하며 대구 민주당사 건물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특별법이 저희 대구 시민 뿐 아니라 접경하는 경북 시민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는데도 민주당 대구시당 차원에서 이제 사전에 의견을 청취하거나 이러한 노력 자체가 없었던 것을 지적하며 항의중입니다”

농성에 참가한 민주노총 대구본부 이미애 선전홍보국장은 민주당 지역조직까지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점을 비판했다. 이미애 국장은 또한 대구에 거주하는 청년 당사자이기도 하다.

“항의 당일에 또 사전 약속이나 이런 점들을 운운하면서 좀 진실성 없이 회피하고, 의견 청취의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크게 실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24일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여권 주도로 3개 지역 행정 통합 특별법안 가운데 전남·광주 통합법만 통과된 상황이다.

이 국장은 이후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구경북통합특별법 본회의 강행 처리가 미뤄져 다행이지만, 아직 살아 있는 의제”라며 “과정과 내용 자체 모두를 반대한다는 입장은 계속 가져갈 예정이고 관련해서 계속 반대 운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