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끓여도 투명한 "가짜오징어" 괴담의 실체… 식약처 "허위 신고 적발 시 행정처분"
화학 첨가물 범벅 오징어 허위 수입 신고 적발… 소비자 불안 커지나 책임은 누구에게
[녹색경제신문 = 임채영 기자] "20분을 삶아도 오징어가 하얗게 익지 않고 투명해요. 가짜 오징어 아닌가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중국산 가짜 오징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냉동 해물 믹스 등에 포함된 오징어가 일반적인 단백질 열변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장시간 가열해도 투명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소비자 제보가 잇따르면서다.
본지 취재 결과, 해당 제품들은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가짜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인산염 등 화학 보존제가 과다 투입되어 단백질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변형된 가공식품이 버젓이 자연산물(1차 수산물)로 위장 수입되어 국내에 유통된 정황이 드러났다. 더욱 우려되는 지점은 하루 수천 톤에 달하는 수입 물량을 상당 부분 서류 검사에 의존해야 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현행 검역 시스템이다. 소비자의 식탁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음에도, 당국과 유통업체 간의 책임 소재는 여전히 불분명한 실정이다.
◇ 가짜 오징어의 정체, 인산염 과다 투입된 대왕오징어
논란이 된 투명 오징어에 들어간 핵심 화학 첨가물은 메타인산나트륨, 산성피로인산나트륨, 피로인산나트륨 등 인산염계 화학 첨가물이다. 이들은 수산물의 수분을 유지하고 중량을 늘리기 위해 사용되는 팽창제 및 산도조절제다.
식약처 상담센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산염이라 통칭되는 메타인산나트륨, 산성피로인산나트륨등은 수치적인 제한 없이 필요한 최소량만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며 "과도한 첨가로 인해 형상이 변하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는 직접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즉, 첨가물의 구체적인 허용 기준치가 부재해 현지 공장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화학물질을 쏟아부었는지 당국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가짜 오징어가 아니라 대왕오징어에 보존제를 과하게 넣으면서 조직이 늘어나고 녹아내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며 "중국 현지 공장에서 과도하게 첨가물을 넣은 것이 원인"이라고 중국제조사 측에 책임을 돌렸다.
◇ 1차 수산물로 둔갑… 구멍 뚫린 식약처 통관 시스템
문제는 이렇게 화학 보존제에 절여진 가공식품이 어떻게 국내 검역망을 무사히 통과했느냐는 점이다. 첨가물이 포함된 수산물은 관련 법령상 반드시 기타 수산물 가공품 등 가공식품으로 분류하여 신고 및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본지가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부산식약청)에 확인한 결과, 논란이 된 제품을 수입한 업체 중 일부는 해당 제품을 수산물로 허위 신고하여 수입통관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식약청 관계자는 "가공식품으로 신고해야 할 제품을 수산물로 사실과 다르게 수입 신고하여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위반으로 처분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지목된 유통업체 관계자 역시 "우리는 수입사가 들여온 완제품을 유통만 했을 뿐"이라며 "중국에서 잘못 제조한 것을 정밀 검역까지 거쳐 세관에서 다 통과시켜 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는 식약처의 수입식품 검역 시스템이 서류와 외부 검사 기관의 결과에 맹목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식약처 인원은 한정되어 있고 하루 수입량은 엄청나다 보니 외부 업체의 검사 결과를 믿고 통과시키는 구조"라며 "문제가 있는 제품을 일일이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실태를 꼬집었다.
◇ 식약처 수산물가공품 허위 신고 적발 시 행정처분… 구조적 사후 관리 필요
본지의 취재에 대해 식약처 대변인실은 공식 답변을 통해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제20조 및 제21조에 따라 수입 신고 및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수산물인 냉동오징어는 원재료 100%여야 하며 첨가물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어 수산물가공품인 냉동오징어는 원재료와 허용된 첨가물 사용 사실을 표시해야 하며, 수산물가공품을 수산물로 허위 수입 신고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해당 수입영업자에 대해 행정처분 조치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당국의 원칙적인 행정처분 방침에도 불구하고, 하루 수천 톤에 달하는 수입 물량을 서류와 외부 기관 검사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하는 현행 통관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중국 현지 공장의 화학물질 남용과 일부 수입업체의 꼼수 허위 신고가 결합된 이번 사안은 수입 수산물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해외 직구 및 수입 가공식품 비중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통관 단계의 촘촘한 그물망 구축과 더불어 허위 신고를 적발해내는 사후 관리 시스템을 더욱 철저히 보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