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피엔티, 업황 한파에 매출·영업익 동반 급감…신흥 시장 '정조준'
국내 셀3사 가동률 50% 전후로 하락… 자금난 겹치며 설비 투자↓ 美·유럽 배터리 독립 움직임·신흥국 내재화 확산…“비중 확대 기대”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2차전지 제조장비 대장주 피엔티(PNT)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방 업황 둔화로 고객사들의 투자 속도 조절이 이어진데다, 전년도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겹친 영향이다.
회사는 올해는 누적된 수주 잔고가 매출로 반영되면서 실적에 개선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중국 시장과 미국 스타트업, 신흥국 시장을 공략하며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피엔티는 지난해 매출 약 744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조 300억원) 대비 -29% 역성장했다. 영업이익은 약 956억원으로 직전년도(약 1억6000만원) 대비 -41% 급감했다.
지난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업황 부진에 따른 가동률 축소와 이로 인한 전방 신규 설비 투자 지연이다.
2024년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전기차 보급 확대에 대한 기대가 맞물려 주요 고객사들이 공격적으로 케파(CAPA) 증설에 나섰다. 이로 인해 피엔티 매출도 2023년(약 5454억원) 대비 90% 가까이 급등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트럼프 정부가 집권하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사라지는 등 미국 내 전기차 확산 속도에 빨간불이 켜지며 투자 확대에 반비례해 주요 기업들의 가동률도 급격히 낮아졌다.
국내 주요 셀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의 지난해 가동률은 50% 전후로 집계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IRA 지원금을 받아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삼성SDI와 SK온은 각각 1조 7200억원, 93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셀 제조사들은 허리띠를 동여메는 분위기다. 삼성SDI는 이달 10조원 규모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매각한다고 발표했으며 SK온 역시 최근 1년차 이상의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또는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컸었는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며 지난해부터 업계 분위기가 급격히 나빠졌다"며 "최근 셀 제조사들이 전기차가 아닌 ESS 쪽으로 물량을 확대하고 있지만 들어가는 설비는 비슷하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단기간에 캐파를 증설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미국과 유럽의 스타트업들과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 확대가 향후 신규 캐시플로를 창출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통 자동차 OEM들이 아닌 전기차 자체 기술을 내세운 스타트업들이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배터리 독립'을 선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표적으로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 LFP 배터리 스타트업 아워넥스트에너지(Our Next Energy) 등이 각각 100GWh, 20GWh 자체 생산을 목표로 설비를 늘리고 있다.
리비안의 경우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공장 증설이 잠시 중단됐지만 올해 초 정부대출 승인을 받으며 건설을 재개했고,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노스볼트(Northvolt), 파워코(PowerCo), ACC 등의 스타트업들이 2030년까지 100GWh에서 최대 200GWh까지 배터리 생산 케파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파산 신청한 노스볼트의 경우 미국의 라이텐(Ryten)이 인수해 리빌딩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 소재한 배터리 제조사의 경우 환경 규제가 엄격하고 중국 공급망에서 독립하고자 하는 의지가 크기 때문에 시장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특히 피엔티는 신흥국 시장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정부 주도로 배터리 셀 현지 생산을 의무화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 중이고, 브라질과 러시아 역시 자원 기반을 활용해 소재·셀 생산까지 밸류체인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아직 산업 초기 단계에 있어 대규모 설비 투자 수요가 단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피엔티 관계자는 "피엔티가 국내 기업이다보니 국내 셀 3사의 실적에 회사 비전이 같이 연동돼 시장에 소개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국내 기업들 향 매출비는 약 30% 수준"이라며 "업계 특성상 고객 비밀유지 요청 때문에 구체적인 계약과 수주상황을 언급할 수 없지만 신흥국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으며, 현재 전체 매출의 10% 정도인 신흥국 비중이 향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기업 중 중국 기업에 납품을 하는 장비업체는 피엔티가 유일한데 중국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피엔티에 협업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아 중국향으로도 해외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피엔티는 2차전지 전극 공정 장비를 주력으로 하는 코스닥 상장 장비업체다. 배터리 제조의 핵심 공정인 코팅·압연(캘린더링)·슬리팅 등 롤투롤(Roll-to-Roll) 설비를 자체 기술로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