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노동자 잔혹사 ②]…‘’애슐리 사태‘와 닮은 ‘런베뮤 사태’, AI와 함께 진화하는 편법

'15분 꺾기'는 '1분 페널티'로, '가짜 조퇴'는 '초단기 계약'으로...시스템이 된 임금 공제 편법 10년전 편법 방식, AI·디지털화 접목되며 더욱 발전..."고용노동부 감독시스템 재검토해야"

2026-02-20     김지문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문 기자] ‘우리 청년들의 노동환경은 10년 전보다 나아졌을까’

지난 13일 고용노동부는 런던베이글뮤지엄(이하 런베뮤) 등 엘비엠 계열 18개 회사에 대한 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66건의 위반 사항과 5억 6천만 원 상당의 임금체불을 파악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업 성장에 청년들의 장시간 공짜 노동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책임을 통감했다.

하지만 이번 감독 결과에서 발표된 런베뮤의 위법 사항들은 새로운 모습들이 아니다.

10년 전인 2016년 10월, 뷔페 프랜차이즈 애슐리에서 발생한 임금체불과 과로 사례들은 청년노동자들을 향한 임금 공제형 편법의 ‘오래된 미래’를 보여준다. 수법은 더욱 정교해지고 신기술을 응용하기 시작했지만, 그 기저에는 수십년간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이 외면해온 편법의 기술들이 내재되어 있다.


임금꺾기, 공짜노동...‘런베뮤’ 감독 보고서와 똑 닮았던 2016년 애슐리 임금체불 사건


2016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었던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애슐리 매장들이 아르바이트생의 1분 단위 임금체불(소위 ‘꺾기’ 방식), 휴게시간을 미준수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노동법을 위반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 1위 '애슐리'에서 적발된 아르바이트생 임금 체불 규모는 공식 발표로만 310억 원이었다.

2016년 당시 부당한 임금공제의 주요 수법은 ‘임금 꺾기’ 방식이었다. 애슐리 측은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15분 단위로 기록하고, 1분이라도 지각, 휴식 등이 발생할 시 15분 어치 수당을 완전삭감하는 등의 방식으로 임금을 착취했다. 이는 2026년 런베뮤 사태에서도 분, 초 단위 근무시간 지정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똑같이 변주되었다.

계약 기간과 근무시간을 임금 삭감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방식 또한 가산금을 주지 않기 위해 계약서 내의 근무시간만 길게 계약하거나, 단기, 쪼개기 계약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압박을 넣는 경우도 관찰되었다.

노동법, 근로기준법을 잘 알지 못하는 청년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생은 연차가 없다’고 주장했던 당시 애슐리의 권리침해 수법은 본사, 교육회의 참여를 명목으로 연차를 소진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하기도 했다.

<녹색경제신문>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랜드, 런베뮤 외에도 맥도날드, 스타벅스, 피자헛 등 청년노동자, 단기 아르바이트생들이 집중된 사업장에서 비슷한 위반사례가 확인되어 시정조치 된 사례가 있다.


법보다 빠르게 진화한 임금 삭감의 방식, AI시대가 낳은 ‘디지털 파놉티콘’에 갇힌 청년노동자들


런베뮤와 같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요식 브랜드의 경우, 경영진의 노동 인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성장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특히 최근에는 ERP(전사자원관리) 시스템을 이용한 임금 공제, 노동 통제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청년 노동자를 위한 법 개선의 속도보다 기업들이 이전에 사용하던 구조적 착취의 형태를 AI, 디지털 시스템을 이용한 방식으로 진화시키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근로감독의 방향성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녹색경제신문>과 취재를 함께한 한 노무사는“AI와 통합 데이터를 활용한 정밀 예측 시스템이 확대되어야 한다”며 “업종별 위반 패턴을 데이터화하고 급성장하는 프랜차이즈나 특히 단기 수익을 우선시하는 사모펀드 소유 기업 등 리스크 징후가 포착되는 사업장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데이터 기반 발굴형 예방 감독’으로 패러다임을 전격 전환해야 한다”고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다른 노무사는 “새롭게 도입한다는 지문 인식이나 ERP 시스템이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공제는 엄격하게, 연장은 보수적으로)으로 설계되어 있는지 소프트웨어 로직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뀌지 않는 ‘근로감독 구멍’...고용노동부 점검의 퇴행


상술한 애슐리 임금체불 사태는 이후 2024년 9월 국회를 통과한 '임금체불방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제정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임금체불방지법은 상습적인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해 체불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신용 제재, 공공 입찰 제한 등 강력한 경제적·행정적 제재, 고의·상습 체불 시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제외하여 처벌을 강화했다.

하지만 2016년 당시 애슐리 임금체불 사건과 관련해 그 이전부터 고용노동부가 '청소년 다수 고용 사업장' 감독을 폐지하고 일반 점검에 통합하면서 애슐리 같은 대형 사업장의 위법을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런베뮤 역시 2024년 정기감독에서 이미 위반이 적발되었으나, 2025년 청년 노동자 사망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기획 감독에 착수했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고용노동부의 모니터링 시스템이 “'선제적 예방'이 아닌 '여론 대응용'임”을 지적했다.

해당 노무사는 “과거 애슐리 사태에서 지적된 '감독의 구멍'이 이번 런베뮤 사례에서 '디지털화되고 시스템화된 편법행위'로 재현되었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이 '발굴형 예방 감독'으로의 전환되어야 한다. 노동부는 단순히 체불 임금을 받아주는 수준을 넘어, 이런 기형적인 인사 시스템이 뿌리 뽑히도록 감독망을 촘촘히 짜야 할 것”이라고 사후약방문 형식의 근로감독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