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소차 시장 흔들…보급 정체에 인프라 축소 ‘악순환’
수소차 시장 성장 멈춘 일본 보조금 삭감, 인프라 축소 악순환 한국도 예산 축소…성장 지속 시험대
[녹색경제신문 = 이현성 기자] 지난해 전 세계 수소연료전지차(이하 수소차) 시장이 외형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수소 모빌리티 선도국으로 불렸던 일본은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판매 급감과 충전 인프라 축소, 보조금 축소가 맞물리며 악순환에 빠졌다는 평가다. 보급 확대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역시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1만6011대에 달했다. 전년 대비 24.4% 증가한 수치다. 성장의 중심에는 현대차가 있다. 신형 넥쏘 출시에 힘입어 2024년보다 78.9% 늘어난 6861대를 판매하며 1위에 올랐다. 시장 점유율은 42.9%에 이른다.
반면 토요타는 39.1% 내려앉은 1168대 판매에 그쳤다. 토요타의 판매 둔화 배경에는 일본 내 수소차 시장 침체가 있다. 일본의 수소차 판매 둔화는 하루이틀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수소연합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수소차 보급대수는 2019년 3608대에서 2024년 8677대로 늘어나는 것에 그쳤다. 지난해 일본 내 수소차 판매량이 431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5년 기준 수소차 보급대수는 1만대를 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수소차 판매 둔화 탓에 충전소를 비롯한 인프라 구축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수익성 문제로 문을 닫는 충전소가 늘고 있다. 현재 일본 내 수소충전소는 149개로 5년 전보다 10% 줄었다. 당초 정부가 목표로 한 320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 업계에 따르면 충전소를 운영하려면 하루 평균 버스 10대 또는 승용차 30대가 이용해야 하는데, 현재 하루 평균 이용 대수는 버스 기준 5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환경도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수소차 구매 보조금을 축소했다. 이에 따라 오는 4월부터 수소차 구매 보조금은 기존 150만엔(약 1400만원)에서 105만엔(약 980만원)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업계는 일본 내 수소차 시장이 악순환에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판매 둔화는 충전소 축소로, 충전소 축소는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프라가 줄어들 경우 기존 수소차 이용자마저 이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수소차 산업이 후퇴하고 있는 사이 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최대 수소차 시장으로 성장했다. 2018년 893대에 불과했던 수소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4만4655대로 늘었다. 수소차 충전 인프라는 전국 449개에 이른다.
다만 올해 수소차 판매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수소차 보급을 위한 예산을 삭감한 까닭이다. 올해 수소승용차 기준 국고보조금은 2250만원으로 지난해와 같지만, 전체 규모는 7218억원에서 5762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국고보조금 지원 대상 물량이 2025년 1만3020대에서 7820대로 축소됐다.
수소차 산업은 기술 경쟁 못지않게 정책 환경에 좌우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일본의 사례는 보급 규모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 지원이 약화될 경우 시장이 빠르게 위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보급 규모와 인프라 확충이 정부 예산과 보조금 정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수소차가 자생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차 시장은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정책의 연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보급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설 때까지는 지원 체계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참여자들이 중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