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 B2B 가격 못 내리는 이유…카니발리즘 우려에 점주 ‘눈치’
SPC삼립, 가맹 채널 눈치에 B2B 단가 인하 ‘한계’ 있어 신세계푸드, 직영 고객 기반 앞세워 가격 전략 유연성 확보 카니발리즘 리스크로 인한 베이커리 B2B 경쟁 구도 변화에 ‘촉각’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국내 베이커리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의 양강 구도가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다. SPC삼립이 ‘얌(yaam)’ 브랜드 개편 등으로 사업자 공략에 속도를 내는 사이, 신세계푸드는 ‘식품 B2B 전문기업’ 전환을 전면에 내걸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플랫폼 고도화와 생산 안정화 경쟁이지만, 업계 안팎에선 가격 전략을 둘러싼 구조적 차이에 주목한다. SPC삼립은 가맹·점주 채널과의 ‘카니발리즘(자기잠식)’ 우려 탓에 B2B 가격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신세계푸드는 직영 중심 거래 구조 덕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분석이다.
SPC삼립, 플랫폼 개편·공급 정상화에도 ‘가격 딜레마'는 숙제
SPC삼립은 최근 B2B 푸드 토탈 솔루션 브랜드 ‘얌(yaam)’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하며 베이커리·카페 사업자 공략을 강화했다. UI·UX 개선, 인기 상품 카테고리 신설, 이벤트 배너 확대 등으로 온라인 주문 편의성을 높였다.
다만 최근 시화공장 화재로 주력 생산라인이 멈추면서 일시적 공급 불안 우려도 겪었다. 회사는 성남·대구 공장 및 외부 파트너사를 통한 대체 생산으로 ‘빵 대란’은 피했다는 입장이지만, 생산 구조 변화와 고정비 상승 부담은 여전하다.
실제 SPC삼립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3조3교대 도입 등 근무 형태 변경에 따른 고정비 증가가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영업이익의 회복을 노려야 하는 상황에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B2B 가격 인하 카드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SPC삼립은 B2B 단가를 공격적으로 낮출 경우 기존 가맹·점주 채널과 가격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자사 브랜드와 외식 프랜차이즈 납품 가격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전략적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SPC삼립은 버거 프랜차이즈와 편의점, 외식 브랜드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 빵을 공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정 B2B 거래처에 낮은 가격을 적용할 경우, 기존 점주들이 ‘역차별’로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에서 말하는 ‘카니발리즘 우려’다.
신세계푸드, 급식 떼고 ‘B2B 올인’…가격 경쟁력 부각
반면 신세계푸드는 최근 급식사업을 매각하고, 수익성 중심 구조로 재편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00% 이상 증가했다.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비효율 사업을 걷어내고 내실 경영에 집중한 결과라는 평가다.
특히 최대 고객군 중 하나로 꼽히는 스타벅스 코리아와의 관계는 신세계푸드 B2B 전략의 핵심 축이다. 스타벅스는 전 매장이 직영 체제로 운영된다. 가맹점주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가격 정책 운용이 비교적 단순하다.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스타벅스처럼 직영 구조의 대형 고객을 확보한 경우, 납품 단가를 전략적으로 조정하더라도 내부 채널과의 충돌이 제한적”이라며 “카니발리즘 부담이 적다는 점이 신세계푸드의 차별화 요소”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표 교체 역시 이런 방향성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존 재무 전문가 체제에서 B2B·식자재 유통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경영 기조가 옮겨가면서, 단순 제조를 넘어 ‘식품 B2B 전문기업’으로의 전환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마트와의 합병 변수…B2B 시너지 기대
신세계푸드를 둘러싼 또 다른 변수는 최대주주인 이마트와의 합병 추진이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완전 자회사 편입이 이뤄질 경우 PB(자체브랜드) 상품과 베이커리 납품 확대 등 그룹 내 시너지가 예상된다.
이마트의 PB ‘피코크’, ‘노브랜드’ 등과의 연계는 물론, 향후 대형 유통 채널 중심의 B2B 확대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된다. 다만 소액주주 반발과 절차적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가격 전략’, 구조적 차이가 거른다
양사의 B2B 경쟁은 단순한 생산능력이나 플랫폼 고도화 경쟁을 넘어 사업 구조에서 비롯된 가격 전략의 유연성 차이로 압축되고 있다.
SPC삼립은 다양한 가맹·외식 채널을 아우르는 ‘멀티 채널 사업자’라는 강점이 있지만, 동시에 가격 정책에서 내부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반면 신세계푸드는 직영 중심 대형 고객사와 그룹 유통망을 기반으로 비교적 단순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는다. 즉, 급식사업 매각 이후 B2B에 ‘올인’하는 전략적 전환이 성공할 경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점유율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B2B 베이커리 시장은 단가와 물량, 안정적 공급 능력이 모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카니발리즘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SPC삼립의 관건이고, 신세계푸드는 가격 경쟁력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느냐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