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칼럼] 기울어진 케이뱅크 IPO…9250원 'FI' vs 8300원 '개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가 마침내 '완주'를 향해 달리고 있다. 두 차례의 상장 철회 후 세번째 도전 끝에 사실상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인 83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하며 시장의 눈높이를 맞췄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정된 투자설명서의 이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이번 상장은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보다 '거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안전한 엑시트(Exit)'를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기획물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대주주인 비씨카드(BC카드)가 던진 1100억원 규모의 '차액보상금' 승부수가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경고등으로 읽혀야 할 이유다.
이번 공모의 핵심은 전체 물량의 절반인 3000만주가 구주 매출이라는 점이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쓰여야 할 공모 자금의 절반이 기존 주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번에 지분을 파는 주체는 BCC KINGPIN, LLC와 KHAN SS L.P.(베인캐피탈 계열), 카니예 유한회사(MBK파트너스),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 유한회사 등 4곳의 재무적 투자자다.
이들은 2021년 7월 유상증자 당시 주당 6500원에 지분을 취득했다. 확정 공모가 8300원 기준으로 계산해도 이들은 이번 구주 매출만으로 2490억원의 현금을 챙기며, 원금 대비 약 27.7%의 수익을 확정 짓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투자설명서 내 '투자위험요소'에 명시된 비씨카드와 FI 간의 주주간 계약 내용이다. 비씨카드는 FI들에게 내부수익률(IRR) 8%를 보장하기 위해, 공모가가 목표 수익률에 미달할 경우 그 차액을 현금으로 물어주기로 약속했다. 투자 기간을 고려할 때 FI들이 기대하는 적격 IPO 공모가는 약 9250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결국 확정 공모가 8300원은 FI들의 눈높이인 9250원에 턱없이 부족한 가격이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비씨카드는 부족분인 주당 약 950원의 차액을 FI들에게 현금으로 보전해줘야 한다. FI 입장에서 이번 IPO는 완벽한 '꽃놀이패'다. 시장(일반 투자자)에서는 주당 8300원에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남기고, 목표치인 9250원까지 모자란 돈은 비씨카드의 지갑을 열어 채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첫째, 현재의 기업 가치가 FI들이 생각하는 적정 가치(9250원)보다 낮다는 것을 방증한다. 둘째, 구주 매출 이후에도 여전히 막대한 물량이 남아있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리스크다. 이번 매출 후에도 BCC KINGPIN, LLC와 KHAN SS L.P.는 각각 2176만1507주(5.36%), 카니예 유한회사는 1535만2200주(3.78%),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 유한회사는 1360만942주(3.35%)를 보유하게 된다.
이들 4개 FI가 보유한 잔여 지분만 합쳐도 7247만6156주로, 공모 후 전체 발행 주식의 17.86%에 달한다. 비록 상장 후 3~6개월간의 자발적 의무보유가 걸려있지만, 이미 IRR 8% 수익을 보장받은 그들이 보호예수 해제 직후 물량을 쏟아낼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일반 투자자들은 공모가 8300원에 진입하지만, 거대 FI들은 사실상 9250원의 가치를 우선 보전받은 상태에서 입성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결국 이번 케이뱅크 IPO는 최대주주의 희생을 담보로 FI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로 짜여졌다. 비씨카드가 110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며 지켜낸 상장 레이스에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그리고 7200만주의 잠재 매물 폭탄을 안고 뛰어드는 것은 일반투자자들뿐이다.
물론 '상장 삼수생' 케이뱅크 최대주주인 비씨카드의 절박함은 이해한다.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상장을 강행하는 속내가 만약 이번 상장에 실패할 경우 FI들이 보유한 동반매각청구권(Drag-along)이 발동돼 경영권마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반매각청구권은 FI가 자신의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때, 최대주주(비씨카드)의 지분까지 함께 묶어서 팔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사실상 해당 권리가 발동되면 비씨카드는 원치 않아도 경영권을 상실할 수 있다. 결국 이번 IPO가 비씨카드에게는 대주주 지위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방어전'인 셈이다.
하지만, 그 절박함이 빚어낸 기형적인 보상 구조가 상장 후 주가 흐름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낙관보다는 경계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적격 공모가 9250원과 확정 공모가 8300원의 괴리,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잔여 지분 17.86%의 무게를 일반 투자자들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화려한 IPO 축포 뒤에 숨겨진 계산서를 그 어느 때보다 꼼꼼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최성남 자본시장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