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 진화한 토요타 하이랜더, 美 3열 전기 SUV 경쟁 본격화
토요타, 누적 판매 400만대 이름값 앞세워 시장 공략 아이오닉 9·EV9과 정면 대결…인센티브 부담 변수
[녹색경제신문 = 이현성 기자] 토요타가 하이랜더를 내연기관에서 순수 전기차로 전환해 북미 시장에 투입한다. 3열 전기 SUV는 미국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힌다. 연간 판매 규모는 10만대에서 2029년 4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아이오닉 9과 EV9으로 선제 진입해 시장 개척에 힘썼다. 하지만 25년 전통의 강자 하이랜더의 등장으로 성장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이랜더는 미국 미드사이즈 SUV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자리해 왔다. 2001년 데뷔한 뒤 4세대로 진화하며 360만대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토요타는 하이랜더의 인지도를 앞세워 3열 전기 SUV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5세대 하이랜더는 순수 전기차로만 판매한다. 기존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수요는 그랜드 하이랜더와 4러너, 랜드크루저, 세쿼이아가 책임진다. 다양한 포트폴리오 덕분에 하이랜더의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부담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이랜더의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5050×1989×1709mm, 휠베이스는 3050mm에 이른다. 아이오닉 9(5060×1980×1790mm, 3130mm), 그리고 EV9(5010×1980×1755mm, 3100mm) 어깨를 나란히 한다.
파워트레인 구성 및 제원 수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이랜더는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77kWh 배터리를 품은 ‘XLE’는 전륜구동과 사륜구동으로 다시 나뉘고, 95.8kWh 배터리의 ‘리미티드’는 네바퀴굴림 단일 사양으로 운영한다. 최고출력은 221~338마력,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EPA 기준 462~515km다.
브랜드 호감도와 신뢰도는 하이랜더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1월 ‘일렉트릭 비히클 인텔리전스 리포트’는 미국 소비자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기차 브랜드 신뢰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토요타는 전기차 전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음에도 가장 높은 순호감도를 나타냈다.
오랜 시간 축적된 내구성, 품질, 잔존가치에 대한 신뢰가 전기차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토요타는 하이랜더를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해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예정이다. 전기차로 체질을 바꾼 하이랜더 등장 소식에 경쟁 차종들이 긴장하는 이유다.
지난해 미국에서 EV9은 1만5051대 판매를 기록했다. 2025년 5월 본격 판매에 돌입한 아이오닉 9의 판매 대수는 5189대였다. 연간 판매 규모가 10만대 조금 넘는 3열 전기 SUV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테슬라 모델 X·루시드 그래비티·캐딜락 비스틱·볼보 EX90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대부분인 ‘신상’ 전쟁터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매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하이랜더가 출시하면 아이오닉9과 EV9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경쟁 심화로 인한 인센티브 부담 확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3열 전기 SUV는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아직 아이오닉 9과 EV9의 수익 악화를 논하긴 이르다”며 “다만 성장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수익성 관리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랜더와 아이오닉 9, EV9의 경쟁 구도가 시장 확대와 함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질지, 특정 브랜드의 독주 체제로 재편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