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채널들까지 참전한 건기식 전쟁…식품사들, 진입 눈치만 보는 이유
배달앱·다이소·편의점까지 가세…소용량·저가 건기식 경쟁 격화 유행 따라 급등락 반복…스테디셀러 부재에 신규 진입 부담 효과성 논란·규제 강화 목소리 확산…시장 리스크도 커져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 ‘유통 전쟁’의 한복판에 섰다. 약국과 홈쇼핑, 온라인몰을 넘어 다이소·편의점·배달 플랫폼까지 가세하면서 판매 채널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시장이 더 커질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일부 식품사들은 시장 진입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유행 주기가 짧고, 규제 리스크는 커지고, 유통 주도권은 이미 굳어졌기 때문이다.
5000원 영양제 전쟁…유통채널의 ‘참전’
최근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은 동아제약과 손잡고 배민B마트에서 5000원 균일가 ‘필수 영양제 4종’을 선보였다. 멀티비타민, 오메가3, 프로바이오틱스 등을 1개월 소용량으로 구성한 상품이다. B마트 내 건강·식단관리 카테고리 거래액이 전월 대비 25% 증가하는 등 ‘장보며 영양제 함께 담기’ 수요가 늘어난 점을 겨냥했다.
오프라인에선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의 활약에 눈길이 간다. 다이소는 저가 소포장 건기식을 전면에 내세웠고, 편의점 GS25와 CU 역시 여러 점포에서 건기식 특화 매대를 운영 중이다.
드럭스토어 CJ올리브영도 6000원대 균일가 제품을 내놓으며 가세했다. 과거 ‘3개월분 프리미엄 제품’ 중심이던 시장은 이제 ‘소용량·저가·빠른 회전’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건기식 시장은 규모만 보면 매력적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은 약 6조원에 육박했다. 글로벌 웰니스 시장 대비 국내 비중도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행은 빠르지만, 스테디셀러는 드물다”...굳어진 유통 주도권에 식품사, "들어갈 틈 없어"
그러나 업계 내부의 분위기는 단순히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건기식은 특정 성분이 SNS나 홈쇼핑을 통해 급부상했다가, 수개월 만에 관심이 식는 경우가 반복돼 왔다.
한 TV홈쇼핑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건기식은 성분 하나가 뜨면 관련 제품이 쏟아지지만, 1~2년 뒤에도 살아남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며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감안하면 리스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에도 특정 항산화 성분, 다이어트 원료, 면역 관련 소재 등이 ‘대세’로 떠올랐다가 급격히 수요가 꺾였다. 시장은 커졌지만, 장기적인 브랜드 파워를 구축한 사례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한편 무엇보다 식품사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대목은 ‘유통 주도권’이다. 현재 건기식 시장은 제약사가 기획·브랜딩을 주도하고, 대형 유통사가 가격과 진열을 통제하는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균일가 정책과 PB(자체브랜드) 협업이 확대되면서 제조사는 마진 압박을 감수해야 한다.
한 식품사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제품 개발부터 식약처 인증, 유통 입점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데 그 사이 트렌드가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미 채널은 포화 상태라 신규 브랜드가 자리 잡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일부 식품사들은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안착에 성공했지만,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엔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효과성 입증 안 된 제품 확산...시장 속도 놓치는 규제 수위
최근에는 기능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제품까지 유행을 타며 시장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 사례가 ‘알부민’ 일반식품이다.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혈청 알부민과 달리, 시중에 판매되는 다수의 알부민 식품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지 않은 일반 가공식품이다. 그럼에도 제약사 브랜드를 앞세워 판매가 급증하면서 소비자 혼동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경구 섭취한 알부민이 혈중 수치를 직접 높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활력’, ‘기력 회복’ 등 모호한 표현이 난무하면서 사실상 건기식처럼 인식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SNS와 홈쇼핑을 통한 허위·과장 광고 적발 건수도 여전히 수천 건에 달한다. 규제는 존재하지만, 시장 속도를 따라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규제 압박 강화 가능성↑…식품사에겐 ‘이중 부담’
이 같은 과열은 곧 규제 강화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의약품과 유사한 명칭 사용 제한, 일반식품의 기능성 오인 표시 의무화 등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규제가 강화될 경우 연구개발 여력이 부족한 식품사일수록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임상시험, 기능성 입증, 표시·광고 심의 등 비용과 시간이 늘어나면, 자본력이 있는 대형 제약사·유통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성만 놓고 보면 건기식은 여전히 매력적인 영역이다. 그러나 유행 의존 구조, 과열 경쟁, 규제 리스크까지 감안하면 신규 진입자에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시장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지금은 ‘누가 더 싸게, 더 빨리 내놓느냐’의 경쟁이지만 결국 살아남는 건 신뢰를 확보한 브랜드”라며 “단기 유행에 올라타는 전략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통 채널까지 뛰어든 건기식 전쟁. 겉으로는 호황이지만, 그 이면에선 계산기를 두드리는 식품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