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만들라면서 푸드코트 운영 강요"... M&A가 사라진 韓 스타트업의 비명

- 제1회 벤처·스타트업 성장 포럼... "美 95%가 M&A 회수할 때 韓은 58%뿐" - 럭스로보·알스퀘어 등 현장 기업인들 "매출 압박에 '한국판 스페이스X' 꿈 접어" - 자료집 분석 결과, '타다·로톡' 등 갈등 비용만 수백억... 혁신 기업 '데스밸리' 심화 - 김한규 의원 "끝까지 남은 의원 나뿐... 국회는 게으르고 무관심했다" 작심 비판

2026-02-12     임채영 기자
출처=임채영

[녹색경제신문 = 임채영 기자] "우리는 한국의 스페이스X를 꿈꾸며 기술을 개발합니다. 하지만 투자사들은 '미슐랭 레스토랑(딥테크)'을 만들겠다는 우리에게 회전율 빠른 푸드코트처럼 운영하라고 강요합니다. 이러니 기술 기업이 망가지는 겁니다." (오상훈 럭스로보 창업자)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지금 이 포럼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회의원은 저 하나뿐입니다." (김한규 국회의원)

1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제1회 벤처·스타트업 성장 포럼'은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창업가들의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딥테크, 프롭테크, 플랫폼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창업가들과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성장의 고통'을 토로했다.

◆ "美 95%가 M&A 하는데 韓은 고작 58%"... 끊어진 성장 사다리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 벤처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로 '회수(Exit) 시장의 동맥경화'가 지목됐다. 토론에 나선 오상훈 럭스로보 창업자는 "딥테크 기업은 기술 완성까지 긴 호흡이 필요한데, 국내 자본은 투자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단기 매출 지표를 압박한다"며 "결국 핵심 인력들이 용역(SI) 사업으로 내몰리다 회사가 망가지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는 구체적인 데이터로도 확인됐다. 이날 공개된 자료집에 따르면, 미국은 VC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95%가 M&A를 통해 회수하는 반면, 한국은 그 비중이 58%에 불과하다. M&A가 막히니 기업들은 IPO(상장)에 목을 매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 수는 2021년 100개에서 2025년 11월 기준 75개로 급감하며 기업들의 '데스 밸리(죽음의 계곡)'를 심화시키고 있다.

임현종 알스퀘어 이사 역시 "초기 엔젤투자는 많지만, 기업이 도약해야 할 스케일업 단계에서 자금줄이 마른다"며 "연기금 포트폴리오의 일정 비율을 벤처 시장에 의무 배정해 '단타' 위주의 시장을 장기적 관점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 '타다' 262억·'로톡' 100억 손실... 혁신 비용 너무 크다

규제와 직역 갈등으로 인한 혁신 비용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닥터나우 이사)은 "닥터나우가 중개하는 약국 매출 비중은 전체의 0.3%에 불과한데도, 기득권 단체는 마치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대기업처럼 규제하려 한다"며 "약사법 개정안을 통해 비대면 진료 중개업자의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원천 봉쇄하려는 시도는 스타트업에 대한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직역 단체와의 갈등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자료집에 따르면 법률 플랫폼 '로톡'은 변호사 단체와의 8년 분쟁 끝에 약 100억 원의 누적 손실을 입고 직원 50%를 감원했으며, '타다' 역시 서비스 중단 이후 2022년 262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인력 절반이 희망퇴직을 해야 했다.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 중 17개가 한국의 규제 환경에서는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통계는 한국이 갈라파고스 규제에 갇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웃 간 차량 공유 서비스 '타운카'를 운영하는 정종규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로 4년간 안전성을 입증했음에도 주무 부처 간 관할권 다툼과 기존 업계의 반대로 제도화가 지연되고 있다"며 "점유율이 미미한데도 '잠재적 위협'이라며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 김한규 의원 "남은 의원 나 하나뿐... 이게 국회의 민낯"

좌장을 맡은 김한규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텅 빈 의원석을 가리키며 뼈 있는 일침을 날렸다. 김 의원은 "보시다시피 지금 이 포럼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회의원은 저 하나뿐"이라며, 축사나 사진 촬영만 하고 자리를 뜬 동료 의원들을 우회적으로 저격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국회의 민낯이다. '타다 금지법' 사례에서 보듯, 국회는 갈등 조정이 귀찮으면 금지해버리는 게으른 선택을 해왔다"고 자성했다.

그러면서 그 원인을 정치적 효능감의 부재에서 찾았다. 김 의원은 "이익 단체들은 매일 지역구 의원들을 찾아가 생존권을 주장하며 압박하기 때문에 의원들이 그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스타트업도 점잖게만 있지 말고, '우리도 유권자다', '혁신을 막으면 표를 주지 않겠다'고 정치권을 강력하게 압박해야 동료 의원들이 이 자리에 끝까지 앉아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최 측은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매월 'AI 데이터(3월)', '반도체 인력(4월)', '모빌리티(5월)' 등 주제별 릴레이 세미나를 열어 구체적인 입법 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