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에셋, 스튜어드십 점수제에 ‘압박’…대형 운용사 촉각

민주당, 자산운용사 주주활동 1~5점 차등 평가 추진 의결권 ‘높은 찬성률’ 관행, 적극성 평가 변수로 부상 중소 운용사엔 기회…정치화·과잉 개입 우려도 대형 운용사, 찬성률 높지만 ‘적극성’은 평가 변수

2026-02-12     한순구 기자
삼성자산운용,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국민연금이 맡긴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주주활동’을 점수로 매기는 제도가 추진되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이 새로운 평가 체계에서 어떤 점수를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K-자본시장특위 소속 김남근 의원은 자산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 지침) 이행 수준을 1~5점으로 차등 평가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대부분 비슷한 점수를 받아 사실상 변별력이 없었다는 지적에 따라, 점수 격차를 명확히 두겠다는 취지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쉽게 말해 “남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기관이 기업 경영을 감시하고 필요한 경우 목소리를 내라”는 원칙이다. 국민연금이 위탁한 자금을 굴리는 운용사들이 기업의 배당, 이사회 구성, 경영 투명성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라는 의미다.

 

대형 운용사, 찬성률 높지만 ‘적극성’은 평가 변수

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수년간 국내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찬성률이 99%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외이사 선임, 임원 보수 한도 승인, 정관 변경 등 주요 안건에서도 반대표 행사는 제한적이었다.

연기금 관계자는 “찬성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나 사후 관리 활동이 얼마나 있었는지가 앞으로는 중요해질 수 있다”며 “점수제가 도입되면 이런 부분이 평가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해외 시장에서는 적극적인 주주활동 사례를 강조해왔지만, 국내 상장사에 대해서는 경영진 안건에 대체로 동조해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인사는 “국민연금 위탁 비중이 큰 대형 운용사일수록 점수 결과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평가 기준에 따라 기존 관행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계열 운용사, ‘자문사 의존’도 평가 변수

KB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금융지주 계열 운용사들도 평가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운용사들이 의결권 자문사 권고안과 유사한 패턴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전직 임원은 “앞으로는 단순히 찬반 비율이 아니라, 자체 분석을 했는지, 기업과 사전 소통을 했는지, 개선 요구를 했는지가 점수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자문사 의존도가 높은 운용사들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운용사엔 기회 요인

반면 KCGI자산운용, VIP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등 비교적 규모는 작지만 배당 확대 요구, 반대표 행사, 주주서한 발송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벌여온 운용사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중소 운용사 대표는 “그동안은 적극적으로 행동해도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점수제가 도입되면 노력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 기대와 우려 공존

스튜어드십 점수제 도입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기대와 과도한 개입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장점: 형식적 이행 탈피·수익률 개선 기대

점수제가 도입되면 그동안 형식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해 온 운용사들도 배당 정책 개선 요구, 지배구조 문제 제기 등 실질적 주주활동에 나설 유인이 커진다는 평가다. 정책 추진 측은 이를 통해 국민연금 수익률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

김남근 의원은 “연금 고갈 논란은 수익률이 오르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며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면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려: 정치화·과잉 개입 논란

반면 재계에서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가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과 점수를 의식한 운용사들의 단기적·과잉 주주행동을 우려하고 있다. 평가 주체를 금융감독원이 맡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평가 기준이 모호하면 또 다른 형식주의로 흐를 수 있다”며 “점수표 설계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평가 기준의 투명성”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의 성패가 무엇이 가점이고 무엇이 감점인지 명확히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평가 기준이 투명하지 않을 경우 운용사 반발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논의는 국민연금이 ‘조용한 주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며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