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150조 국민성장펀드 경쟁 본격화...우리·KB·신한·하나 전략 차별화
- 작년 9월 참여 발표 4개월...자산배분 재편·자본비율 변동성 과제 - 정부·금융권·국민 150조 조성...우리·KB·신한·하나 각기 다른 전략 - KB·신한·하나 등 분과 체제 운영...중장기 시장지위 확보가 과제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은행권이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참여를 놓고 차별화 경쟁에 나섰다. 5대 금융지주가 2030년까지 각각 10조원씩 출자하기로 한 가운데, 우리금융은 매칭 펀드 조성을, KB금융은 프로젝트파이낸싱 주선을, 신한금융은 포용금융 확대를, 하나금융은 조직 재편 속도를 앞세워 강점을 살리고 있다.
5대 금융지주가 2025년 9월부터 10월 사이 연달아 국민성장펀드 참여를 발표하고 생산적 금융 전담 조직을 신설한 지 4개월여가 지났다.
그사이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호 투자처로 전남 신안우이 해상풍력을 확정하면서 은행권의 본격적인 자금 투입이 가시화됐다. 김상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11일 "은행권이 국민성장펀드를 계기로 가계대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 성장 투자로 자산 배분을 재편하고 있다"며 "1분기부터 자본비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익 다각화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그는 "RWA(위험가중자산) 관리 부담이 증가하는 동시에 정책금융 참여 실적이 향후 대형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이 주목하는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금융권·국민이 150조원을 조성해 첨단산업에 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 펀드로,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1호 투자처인 신안우이 해상풍력에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이 7500억원을 장기·저리 대출하고, 산업은행과 KB·신한·하나·우리·NH 등 5개 은행이 공동 조성한 미래에너지펀드가 5440억원(출자 2040억원+후순위대출 3400억원)을 투입한다. 총 사업비 3조4000억원 가운데 1조2940억원(38%)을 정책금융이 뒷받침하는 구조다. 자금 집행은 3분기부터 시작되며 2029년 가동 목표로 3년간 건설이 진행된다.
각 은행은 미래에너지펀드 출자를 넘어 고유의 강점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리금융은 금융권 최초로 2000억원 규모의 '우리 국민성장매칭 펀드'를 조성해 올해 국민성장펀드에 2조원, 그룹 자체 투자 1조4000억원 등 총 3조4000억원을 생산적 금융에 집중 투자한다.
KB금융은 국민은행이 산업은행과 공동 금융주선사로 참여해 신안우이 프로젝트 3조원 규모 자금조달 전체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2022년 제주 한림해상풍력에서 6300억원 프로젝트파이낸싱을 주관한 경험을 보유했으며, 이번 신안우이에서도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금융구조화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국민성장펀드와 포용금융을 결합하는 독자 모델을 추진 중이다. 지난 4일 미소금융재단에 1000억원을 추가 출연한 데 이어, 성실상환자를 대상으로 국민성장펀드 투자를 연계해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0월 가장 먼저 10조원 출자를 발표하며 은행·증권·카드·캐피털·보험 등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경제성장전략 태스크포스'를 구축해 펀드 운용 전 주기를 관리한다.
각 금융지주는 국민성장펀드 전담 조직도 신설했다. KB금융은 'CIB마켓 부문'을 신설하고 국민은행 내에 '성장금융추진본부'를 별도로 꾸려 프로젝트파이낸싱 주선과 투자 업무를 분리했다.
신한금융은 그룹 차원의 '생산적 금융 추진단'을 기업금융·포용금융·자산운용·리스크관리 4개 분과 체제로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은 기존 CIB본부를 투자 부문과 기업금융 부문으로 분리해 '투자 생산적금융부문'으로 확대 개편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4일 은행·증권·자산운용을 두루 경험한 김병훈 IBK자산운용 대체투자본부장을 추진단장으로 배치해 에너지고속도로 펀드와 전남 지역 B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순차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IB그룹 직속 '생산적금융투자부'를 신설해 국민성장펀드 투자를 관리하고 있으며, NH농협금융은 회장 직속의 '생산적금융특별위원회'로 계열사 전략을 총괄한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신안우이 해상풍력을 1호로 확정한 데 이어, K-엔비디아 육성·국가 AI컴퓨팅 센터·전고체배터리 소재공장 등 나머지 6건의 메가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승인할 계획이다.
1호 투자처인 신안우이 프로젝트는 390MW 규모로 약 36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며 국가 AI컴퓨팅센터 등 지역 첨단전략산업 전력인프라를 확충한다. 다만 금융위는 지난달 "나머지 프로젝트의 지원방식·규모·금리수준과 민간 참여방식은 전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금융 참여 실적이 향후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만큼, 단기 수익성보다 중장기 시장 지위 확보가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