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석유화학업계,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 예고에 긴장…실적 반등 지속성에 변수

야간 요금 인상 추진에 24시간 연속 공정 직격 탈탄소 전환 속 전력비 부담, 경쟁력 변수로 후판 가격 협상·CBAM 겹치며 회복 지속성 불투명

2026-02-10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이 철강과 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장치산업의 원가 구조와 수익성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전력 사용 비중이 높은 산업 특성상 비용 부담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전력 소비 업종으로 꼽히는 철강과 석유화학 기업들의 전기요금 지출액은 최근 2년 사이 크게 늘었다. 일부 대형 철강사의 연간 전기요금 부담은 조단위로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고효율 설비 도입에도 불구하고 전력비 지출이 전년 대비 20~30% 이상 늘어나며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전기요금을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적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 나프타분해설비(NCC) 등 핵심 공정이 24시간 연속 가동되는 특성상 전기요금 인상은 가동률과 무관하게 원가에 반영된다. 여기에 글로벌 시황에 따라 제품 가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철강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고로와 전기로를 모두 운영하는 철강 공정 특성상 전력 사용량이 많아 요금 인상 시 제조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특히 글로벌 가격 경쟁이 치열한 구조에서 전기요금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의 시간대별 요금 체계를 손질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낮 시간대 요금을 낮추고 저녁과 심야 시간대 요금을 인상하는 방향의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야간 요금이 낮 시간대보다 35~50% 저렴하지만,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이 구조가 뒤집히게 된다.

현대제철

문제는 철강과 석유화학이 대표적인 24시간 연속 공정 산업이라는 점이다. 설비 가동을 시간대별로 조정하기 어려운 만큼, 야간 요금 인상은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야간 인상 폭이 낮 시간대 인하 폭을 웃돌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기요금 부담은 탈탄소 전환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철강업계는 전기로 확대와 수소환원제철 도입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지만, 전기로는 전력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공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로 기반 철강재의 제조원가 중 10~15%가 전기료로 구성돼 있어 요금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철강업계는 원가 절감과 일부 수요 회복에 힘입어 실적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전기요금 인상과 요금 체계 개편 가능성이 회복 흐름의 지속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판 가격 협상 장기화와 글로벌 탄소 규제 강화, CBAM 부담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기로 확대와 탈탄소 설비 투자는 장기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전력비 부담이 동시에 커질 경우 투자 여력과 가격 경쟁력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요금 체계 개편 과정에서 연속 공정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보완책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은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비용”이라며 “요금 구조 변화가 예고된 만큼, 제도 시행 전까지 업종별 영향 분석과 완충 장치가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