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결재는 생략합니다”…편의점 업계의 ‘속도전’ 의사결정 공식

유행의 수명은 짧고, 속도는 곧 경쟁력 편의점 업계, 임원 검토 후 실무 중심 신속 기획 내부 컨벤션으로 출시 전 검증…빠른 판단·조정 가능

2026-02-10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외식·식품·유통업계 전반에서 트렌드를 둘러싼 ‘속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만큼, 의사결정 구조에 따라 시장 대응력에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전국 단위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한 식품기업이 신중한 판단을 이어가는 반면, 편의점 업계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구조를 앞세워 트렌드 선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최근 외식·식품 시장에서는 특정 트렌드가 단기간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끄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흥행 이후 각종 협업 상품이 쏟아졌고, 베이커리 업계에서는 ‘쫀득 쿠키’, 디저트 시장에서는 모찌가 유행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두바이 초콜릿의 인기가 장기화되며 이를 변주한 ‘두바이 초콜릿 쫀득 쿠키’, 일명 ‘두쫀쿠’까지 등장하며 트렌드의 파급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유행에 대응하는 기업 간 속도 차이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갈린다. 전통적인 식품기업은 전국 단위 판매를 전제로 한 ‘네셔널 브랜드(NB)’ 중심 구조인 만큼, 대량 생산과 유통이 필수적이다. 이로 인해 제품 출시 전 원재료 수급 안정성, 생산 설비, 사회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의사결정 과정이 상대적으로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식품기업은 한 번 제품을 출시하면 전국 단위로 깔리기 때문에 실패 리스크가 크다”며 “대량 생산이 전제되는 만큼 의사결정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편의점 업계는 구조적으로 보다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품 상당수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이거나 한정 콜라보 제품으로, 비교적 소량 생산과 빠른 테스트가 가능하다. 다만 속도 중심 구조라고 해서 의사결정이 무작정 단순한 것은 아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PB나 협업 상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표까지 결재가 올라가지는 않지만, 상품개발팀 임원 선에서는 반드시 검토와 결재를 거친다”고 말했다.

이어 “주기적으로 내부 상품 컨벤션을 열어 임원을 포함한 전 사원이 출시를 앞둔 상품을 직접 살펴보고 평가·피드백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내부 검증 절차는 빠른 출시와 리스크 관리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편의점은 트렌드 상품의 특성상 유행 초기에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면 의미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신속한 판단이 중요하다. 동시에 소비자 반응에 따라 빠르게 물량을 조절하거나 단종할 수 있다는 점도 편의점 유통 구조의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트렌드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수록, 편의점 업계의 이러한 ‘유연하지만 검증된’ 의사결정 방식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단위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한 식품기업과는 다른 전략으로, 편의점이 트렌드 최전선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