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 장기화…철강·조선업계 힘겨루기 지속
반기 관행 깨고 1년치 협상으로 확대 철강사는 수익성 회복, 조선사는 원가 부담 우려 가격 인상 시 철강업계 실적 개선 가능성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간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이 해를 넘기며 장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반기 단위로 진행돼온 협상 관행이 깨지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물량을 묶어 논의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와 조선용 후판 가격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 대상은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납품 물량으로, 아직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은 통상 포스코가 조선 3사와 먼저 가격을 정한 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다른 철강사들이 이를 기준으로 협상을 이어가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철강사와 조선사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기존 방식도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철판으로, 철강사 매출에서 약 15%를 차지하는 핵심 제품이다. 조선업계에서도 선박 건조 원가의 20~3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이 때문에 후판 가격은 양 업계 모두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변수로 꼽힌다.
조선용 후판 가격은 2023년 상반기 톤당 100만원 수준에서 같은 해 하반기 90만원대로 내려갔고, 2024년 하반기에는 70만원대 후반까지 하락했다. 이후 지난해 상반기 협상에서 톤당 80만원대 중반으로 합의되며 약 2년 만에 가격이 반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처럼 반기마다 마무리되던 협상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 철강업계는 현재 가격 구조로는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기요금과 원자재 가격 부담이 이어지는 만큼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선업계는 중국산 저가 후판 유입과 철광석 가격 흐름 등을 고려할 때 인상 여력이 크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30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조선용 후판 가격이 정상적인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고 언급하며, 시장 여건이 쉽지 않지만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협상이 인상 방향으로 타결될 경우 철강업계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협상 결과가 확정되면 이미 납품이 이뤄진 지난해 하반기 물량에도 가격이 소급 적용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은 철강사와 조선사 모두에게 민감한 사안인 만큼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원가 부담과 시장 환경을 놓고 양측이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