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가면 정원오가 온다"… "세금 아깝지 않은 서울" 오세훈과 진실공방

헌정 사상 첫 '구청장→서울시장' 직행 승부수… "뉴욕·파리도 행정가 시대" 채현일 의원 "기후동행카드 생색은 서울시가, 비용·혈세는 자치구가 감수" vs 서울시 "마을버스 구조 왜곡한 것" 스마트 쉼터 두고도 신경전… 서울시 "국토부 시행 사업" vs 성동구 "기획 주도권은 우리"

2026-02-09     임채영 기자
출처=연합뉴스

[녹색경제신문 = 임채영 기자] "시민의 혈세가 전시 행정에 낭비되고 있습니다. 저는 '세금 아깝지 않은 서울'을 만들겠습니다."

'3선 구청장' 신화의 주인공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차기 서울시장 선거 도전을 공식화하며 던진 핵심 슬로건은 "세금 아깝지 않은 서울"이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기초단체장에서 광역단체장으로 직행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그는, 오세훈 현 시장의 시정을 예산 낭비로 규정하며 선명한 대립각을 세웠다.

정 구청장은 지난 8일 열린 자신의 저서 <도시혁신, 매우 만족> 북콘서트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네, 출마하려고 합니다"라고 단언하며 등판을 공식화했다. 이 자리에는 이해식(강동을), 채현일(영등포갑) 등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계' 핵심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힘을 실었다.

◆ "행정 편의주의가 세금 낭비 불러"… 오세훈표 '탑다운' 직격

이날 정 구청장은 오세훈 시장의 시정을 불통과 전시 행정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행정은 시민의 요구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지금 서울시는 시민의 목소리보다 행정의 요구를 앞세우는 '공급자 마인드'로 일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처럼 시민의 불편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정이 반복되다 보니, 시민들이 '내 세금이 아깝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현 시정의 난맥상을 꼬집었다.

특히 상급 기관이 정책을 결정해 하급 기관에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이른바 '탑다운(Top-down)' 행정 방식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자치구의 특수성과 자율성을 무시한 채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을 내리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 채현일 "비용·혈세는 자치구가 감수" vs 서울시 "마을버스 보조금 구조의 오해"

패널로 참석한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영등포구청장)은 오 시장의 대표 정책인 '기후동행카드'를 예로 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채 의원은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마다 재정 여건과 교통 환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일괄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였다"며 "결국 시행은 시가 했지만, 자치구는 비용과 혈세를 감수해야 했다. 생색은 서울시만 낸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기후동행카드로 인한 손실을 기초지자체에 떠넘겼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즉각 반박하며 구체적인 재정 구조를 설명했다. 9일 서울시 교통기획관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후동행카드 사업 자체로 자치구에 분담금을 요구한 사실은 없으며, '비용 전가' 주장은 마을버스 재정 지원 구조를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는 적자가 나는 마을버스 업체에 재정 지원금을 주고 있는데, 이 중 약 92.5%는 시가 부담하고 나머지 7.5% 정도를 해당 자치구가 분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동행카드로 인해 마을버스 운송 수입이 줄어들면, 그만큼 적자 폭이 커져 자치구가 부담해야 할 7.5%의 지원금 액수가 다소 늘어날 수는 있다"면서도 "이는 기존 보조금 제도의 연동 효과일 뿐, 기후동행카드 사업비 자체를 자치구에 전가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상세히 해명했다.

채현일 의원실 측은 서울시의 해명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는 서울시의 설명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문제의 본질은 '소통 부재'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콘서트 현장 특성상 발언이 다소 축약된 측면이 있다"면서 "핵심은 서울시가 이러한 비용 발생 구조나 재정 영향에 대해 자치구에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거나 협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재반박했다. 결국 서울시의 일방통행식 행정이 오해와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 스마트 쉼터 두고도 吳-鄭 대립각… 서울시 "국토부가 먼저 시행한 사업" 견제구

정 구청장의 핵심 브랜드인 '성동형 스마트 쉼터'를 두고도 서울시와 성동구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감지됐다.

서울시 측은 해당 사업이 성동구만의 독창적인 성과라기보다는 중앙정부 사업의 일환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스마트 쉼터는 국토교통부가 '스마트 챌린지' 등의 공모 사업을 통해 먼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시행한 사업"이라며 성동구의 세계 최초 타이틀 홍보에 의구심을 표했다.

이에 대해 성동구 측은 "기획의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스마트 쉼터는 성동구가 자체적으로 먼저 기획하고 디자인한 모델이 맞다"며 "다만 당시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막대한 설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마침 진행된 국토부 공모 사업에 지원해 국비를 확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예산의 출처가 국비였을 뿐, 아이디어와 실행은 성동구가 주도했으므로 '성동형 모델'이 맞다는 입장이다.

◆ "뉴욕·파리도 행정가 시대"… 3월 초 사퇴 후 본격 등판

정 구청장은 이날 "정치의 시대에서 행정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현장을 누비며 뉴욕을 재건한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과 '15분 도시'를 만든 안 이달고 파리시장의 사례를 들며 "전 세계적으로 제대로 일할 줄 아는 행정가가 더 큰 무대에서 일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역설했다. 이는 체급론을 불식시키고 구청장 출신 서울시장의 당위성을 설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성수동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관(官)은 주연이 아닌 조연"이라는 행정 철학을 밝혔다. 그는 "성수동을 핫플레이스로 만든 것은 기업과 혁신가, 주민들이고 구청은 판을 깔아주는 조연 역할에 충실했다"며 "서울시장이 된다면 시민이 주연이 되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최대 관건으로 꼽히는 인지도 역시 빠르게 극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당 내부에서도 정 구청장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등 본선 경쟁력이 입증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정 구청장의 행정력을 콕 집어 칭찬했던 점이 회자되면서, 당 내부에서도 정 구청장에 대한 지지층이 단단하게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정 구청장 측 홍보창구 관계자는 사퇴 시점과 관련해 "한파가 물러가면 정원오가 온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공식 캠프가 꾸려지진 않았지만, 현재 지속되고 있는 겨울 한파 등 재난 안전 상황을 구청장으로서 끝까지 책임지고, 날이 풀리는 3월 4일 사퇴 시한에 맞춰 예비후보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