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 결국 파산 수순…회생절차, ‘시간 벌기’에 그쳤나

회생 신청으로 시간은 벌었지만 신뢰는 잃어 미정산 사태 이후 채권자·시장 설득 실패 플랫폼 회생제도 실효성 논란 재점화

2026-02-09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명품 플랫폼 발란이 법원의 강제인가 불허로 회생절차가 종료되면서 사실상 파산 수순에 들어갔다. 유동성 위기 이후 회생을 통해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채권자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채 시장에서 퇴장하게 된 것.

한편 최근 플랫폼 기업들의 미정산 사태는 회생절차가 반드시 진정한 ‘회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회생 인가를 받았던 티몬은 여전히 영업 재개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홈플러스 역시 법정관리 1년이 다 되도록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명품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6일 발란에 대한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확정했다.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동의율 35%에 그치며 부결된 데 따른 조치다.

발란은 주요 채권자인 실리콘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인가를 통해 회생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법원은 회생을 통한 변제액이 파산 시 배당액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발란은 부인권 청구 인용 결과를 반영해 총변제 재원을 22억원에서 57억원으로 늘린 수정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며 인가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지만, 일부 입점 셀러와 채권자들의 반발을 넘어서지 못했다.

발란 사태의 핵심은 회생절차가 시작된 시점부터 이미 입점사 피해가 상당 부분 현실화됐다는 점이다. 발란은 지난해 3월 말 정산을 중단한 뒤 회생절차에 돌입했지만, 이 과정에서 미정산 피해를 입은 입점사들의 신뢰는 끝내 회복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회생절차가 기업 정상화보다는 ‘시간을 벌기 위한 선택’에 가까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회생은 계속 영업하면서 신뢰를 회복해야 의미가 있는데, 발란은 영업 정상화에서부터 설득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결국 회생이 입점사 보호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신뢰 붕괴는 발란만의 문제는 아니다. 회생 인가를 받은 티몬은 인수자인 오아시스마켓이 수백억 원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카드사 결제망을 확보하지 못해 5개월째 재개장이 멈춘 상태다. 회생 절차를 거쳤지만 시장의 신뢰 장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홈플러스 역시 법정관리 1년을 앞두고 있지만, 납품 대금과 급여 지급이 지연되며 점포 폐점이 이어지고 있다. 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 속에 회생계획안에 대한 신뢰도는 낮은 상황이다.

발란의 퇴장은 회생절차 자체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법적으로는 회생을 신청하며 어느 정도 시간 지연이 가능하더라도, 금융권·입점사·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정상 영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이제 회생은 인가 여부보다도 ‘시장에 다시 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정산 신뢰가 무너진 플랫폼은 회생 인가를 받아도 실질적인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발란과 티몬이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발란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 회생에 대한 제도적 보완과 함께, 사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산 구조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