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벤티·블랙 ‘직접계약 기사’ 산재 사각지대… 책임은 또 회피
플랫폼은 관리·수익, 위험은 기사 몫… “입장 주기 어렵다”는 답변만 직접계약 구조에도 ‘개인사업자’ 논리… 보호 장치는 공백 “입장 주기 어렵다”… 책임 논의엔 선 긋기 관리·통제는 플랫폼, 위험은 개인… “지속 가능성 시험대”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본부를 거치지 않고 플랫폼과 직접 계약하는 카카오벤티·카카오블랙 기사들의 산업재해보험 공백 문제를 두고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호출·수익 구조를 직접 관리하면서도 사고와 위험에 대한 책임에서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벤티·블랙 기사는 마이캡 등 가맹본부 소속 개인택시 기사와 달리 플랫폼과 직접 계약을 맺는 구조다. 호출 배차, 서비스 기준, 수익 정산 등 핵심 운영 요소가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이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 적용은 기사 개인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
업계에서는 “가맹본부 책임 논리로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노무 전문가는 “플랫폼이 직접 계약을 맺고 운행 조건과 수익 구조를 사실상 통제하는 경우, 최소한 산업재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 논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직접계약 구조에도 ‘개인사업자’ 논리… 보호 장치는 공백
산재보험이 적용될 경우, 택시기사는 업무 중 교통사고는 물론 반복 운행에 따른 근골격계 질환,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까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예컨대 운행 중 추돌 사고로 부상을 입었을 경우 치료비와 휴업급여가 지급되며, 사고 후유증으로 장기간 운전이 어려워질 경우 장해급여도 받을 수 있다. 심야·장시간 운행 이후 발생한 뇌출혈이나 심근경색 역시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산재 보상 대상이 된다.
그러나 벤티·블랙 기사들은 이러한 보호 체계에서 사실상 제외돼 있다. 배달 플랫폼 종사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돼 산재보험 의무 적용 대상이 됐지만, 택시 플랫폼 기사들은 여전히 제도 밖에 머물러 있다. 특히 벤티·블랙 기사는 플랫폼 전용 서비스라는 점에서 업무 종속성이 더 강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심야 운행, 장시간 노동, 교통사고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음에도 사고 발생 시 산재 인정 여부와 보험 가입 책임은 기사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단독 사고나 과로로 인한 질병의 경우 보호 공백은 더욱 두드러진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이 수익에서는 직접 연결돼 있으면서, 위험 관리에서는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선을 긋는 건 구조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입장 주기 어렵다”… 책임 논의엔 선 긋기
이와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본지 질의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노무사 및 고용노동부 해석을 토대로 벤티·블랙 기사 역시 현행 법 체계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했으나, 회사 측은 이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산재보험 적용 확대나 플랫폼의 책임 범위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법적 해석은 외부에 맡긴 채, 플랫폼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판단은 피하는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관리·통제는 플랫폼, 위험은 개인… “지속 가능성 시험대”
전문가들은 벤티·블랙 구조가 향후 플랫폼 노동 규제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호출 차별, 서비스 기준 관리, 수익 구조 통제 등은 강화되는데, 사회적 안전망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시장 전문가는 “플랫폼이 직접 계약 구조를 택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 논의 역시 피하기 어렵다”며 “지금과 같은 회피 전략은 장기적으로 규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벤티·블랙 모델은 단순 서비스 확장을 넘어, 플랫폼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