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투자소득 힘입어 경상수지 ‘사상 최대’…작년 1230억달러 흑자

반도체 슈퍼사이클·투자소득 증가에 월·연간 모두 신기록 해외주식 투자 1143억달러로 역대 최대…환율 효과는 일부 상쇄

2026-02-06     박금재 기자
한국은행.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반도체 수출 호조와 해외투자 소득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1200억달러를 훌쩍 넘기며 기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5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18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연간 누적 기준으로는 경상수지 흑자가 1230억5000만달러(약 180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15년 1051억달러를 넘어선 수치로, 한은이 지난해 11월 제시했던 전망치(1150억달러)도 80억달러 이상 웃돌았다.

항목별로 보면 주요 구성 항목 전반에서 신기록이 이어졌다. 상품수지는 1380억7000만달러, 본원소득수지는 279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본원소득수지 가운데 투자소득수지(배당·이자)는 301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금융계정 역시 1197억6000만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유가 하락이 겹치면서 지난해 경상수지가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며 “상품수지 흑자가 전년 대비 25%나 늘어난 데다, 해외투자자산 증가로 투자소득과 배당소득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12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상품수지가 188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월(147억달러) 대비 크게 개선됐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1% 증가한 716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 등 IT 품목의 호조가 이어진 가운데, 기계류·정밀기기·의약품 등 비IT 품목도 증가하며 2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통관 기준으로는 반도체(43.1%), 컴퓨터주변기기(33.1%), 의약품(27.3%) 등이 크게 늘었으나, 승용차(-4.2%)는 감소했다.

수입은 528억달러로 1.7% 증가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 영향으로 원자재 수입은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승용차와 금을 중심으로 소비재 수입이 17.9% 증가하며 전체 수입을 끌어올렸다.

서비스수지는 36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겨울방학 등 해외여행 성수기 영향으로 출국자 수가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 폭이 14억달러까지 확대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임금·배당·이자 흐름을 반영한 본원소득수지는 12월에만 47억3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배당소득수지 흑자가 전월 9억3000만달러에서 37억1000만달러로 급증한 영향이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12월 중 237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64억9000만달러 늘었고, 외국인의 국내투자도 51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 중심으로 143억7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채권 위주로 56억8000만달러 늘었다.

특히 지난해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1143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체별로는 자산운용사·보험·증권사 등이 421억달러, 국민연금 등 공적기관이 407억달러, 개인이 314억달러를 투자했다. 김 국장은 “개인의 ETF 투자까지 포함하면 개인의 직·간접 해외 주식투자 규모가 국민연금 등 공적기관을 웃돌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과 관련해서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급증이 외환 수급 측면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주는 펀더멘털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올해도 비교적 긍정적인 흐름을 전망했다. 김 국장은 “미국 관세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남아 있지만,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어지고 유가가 안정된다면 올해 경상수지도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