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동양·ABL생명 통합 방향은?...업계 "동양 위주의 흡수합병 가능성 높아"
우리금융, 올해부터 동양·ABL생명 통합 본격 추진할 듯 동양생명이 ABL생명 품는 흡수합병 시나리오 전개될 듯 동양생명, 자산 규모·수익성·건전성 등 앞서...그룹 내 위상도 '우위' 실적 발표 자료서 동양은 '주요 자회사', ABL은 '기타 자회사'로 묶여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지난해 자회사로 편입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통합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업계는 양사의 결합이 동양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흡수합병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동양생명의 자산 규모와 이익 창출력, 건전성 등이 ABL생명에 적잖이 앞서는 데다가 실적 발표 등에서 가늠해볼 수 있는 '그룹 내 위상' 또한 동양생명이 우위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5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업계는 우리금융이 올해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통합 작업에 속도를 붙일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2024년 8월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1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 동양생명 지분 75.34%와 ABL생명 지분 100%를 인수했으며 지난해 7월에는 두 회사를 자회사로 공식 편입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지난해 '우리라이프'와 '우리금융라이프' 상표를 특허 출원하고, 보험사 통합 경험이 있는 이들을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표로 각각 선임하면서 (두 보험사의) 통합을 위한 밑그림을 그린 상태"라며 "성대규 동양생명 대표와 곽희필 ABL생명 대표 모두 과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 작업을 주도한 인물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영업 및 리스크 관리 효율화, 중복 비용 제거 등 경영 관점에서 보면 동양·ABL생명의 통합은 우리금융 입장에서 전략적인 중요도가 높은 작업"이라며 "두 회사의 IT 시스템 통합이나 부서 간 인력 교류 등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금융은 통합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 등은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직접 늦어도 3년 내에 동양·ABL생명의 물리적·화학적 통합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두 회사의 결합이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 1분기 중에는 '통합 컨설팅 TF(전담조직)'가, 하반기 중에는 '인사(HR) 통합 TF'가 각각 가동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임 회장은 지난해 11월 '핀테크위크 2025' 행사에서 양사 통합 계획을 묻는 질문에 "최소 2년, 최대 3년 안으로 마칠 계획"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완벽하게 출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동양·ABL생명이 통합한 '우리라이프(가제)'가 출범할 경우 통합 법인의 총자산은 약 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생명보험업계 5위에 해당한다. 같은 시기 생보업계의 자산 규모 순위는 삼성생명이 295조원으로 1위였으며, 이어 교보생명(128조원), 한화생명(127조원), 신한라이프(60조원) 등의 순이었다.
관건은 통합이 어떻게 이뤄지느냐다. 통합 과정이 원활치 않을 경우 우리금융이 기대하던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조직 내 분열과 갈등 등 부정적인 여파까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양사의 통합이 대등 합병이 아닌 동양생명 중심의 흡수합병 시나리오로 진행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동양생명의 주요 경영 지표가 ABL생명보다 한 두 단계 높은 만큼, 체력과 체급에서 앞선 동양생명이 ABL생명을 품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동양생명의 총자산은 35조7280억원으로 ABL생명(19조7436억원) 대비 16조원 가까이 많고, 미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도 동양생명이 2조7970억원으로 ABL생명(1조131억원)에 1조8000억원 가량 앞서 있다.
특히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을 보면 양사의 격차는 한층 두드러진다. 같은 시기 ABL생명은 경과조치 적용 후 킥스 비율이 163.5%로 비교적 준수했지만, 경과조치 적용 전 비율이 107.9%에 그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130%)를 20%포인트(p) 이상 하회했다. 동양생명의 경과조치 적용 전·후 킥스 비율이 173.6%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그룹 내 무게추가 이미 동양생명으로 상당 부분 기울었다는 평가 역시 뒤따른다. 당장 지난해 3분기 그룹 실적 발표 자료만 봐도 동양생명은 우리은행에 이어 두 번째 '주요' 자회사로 소개되고 별도 설명 페이지까지 구성된 반면, ABL생명은 기타 자회사 범주에 포함되는 등 비중이 크게 낮았는데, 이는 양사의 위상 차이를 시사하는 대목이라는 의견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KB생명-푸르덴셜생명 등 이전 통합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자산 규모 등에서 앞선 회사가 작은 회사를 흡수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실적 발표 자료 등도 동양생명에 초점이 맞춰진 상황이라 업계 내에서는 동양생명 중심의 흡수합병 가능성이 유력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피합병되는 회사의 경우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렇게 되면 인력 이탈이나 노사 갈등 등이 이어질 수 있는데 이를 얼마나 잘 조정해 빠른 시일 내에 합병 시너지를 내느냐가 우리금융과 동양·ABL생명으로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