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책 이슈] 유럽연합, 디지털 유로 시행 여부 다시 먹구름판
•유럽의회 내 중도우파 의원들 사이서 회의적 시각・비판 커져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의 핵심 기구 중 하나인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 Commission)와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가 적극 추진 중에 있는 디지털 유로(digital euro) 통화의 설계 및 도입 실행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유럽 정책 정보 사이트인 ‚유로뉴스’가 2월 3일(화요일=벨기에 브뤼셀 시간 기준) 익명의 내부 소식통의 말을 빌려 단독 보도해 주목된다.
EU는 가장 최근 작년 연말인 2025년 12월 24일에 EU 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로부터 디지털 유로에 대한 ECB의 디지털 통화 실법 운영 계획을 지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디지털 유로의 법률적 승인을 받은 바 있어 유럽의회의 입법 통과 절차 만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올 들어 유럽의회를 구석하고 있는 27개 EU 회원국을 대표하는 여러 정당 소속 유럽 의회 회원들이 디지털 유로 통화의 설계에 대한 기초적 안건을 둔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의회 표결 진행을 하기 어렵게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월 3일 브뤼셀 소재 유럽의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유럽의회 핵심 인사인 페르난도 나바레테(유럽국민당(EPP) 소속) 스페인 의원은 ECB 발행 CBDC(중앙은행디지털화폐)를 ‚e-현금(e-cash)‘라는 새 콘셉트로 지칭하고 유로화를‚디지털로 토큰화된 현금과 동등한 온 오프라인 결제 수단’으로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유럽의회 내 의원들 사이에서 디지털 유로 통화 제도를 지지하는 세력은 기독민주, 자유주의 보수 성향의 EPP 정당을 비롯해서 좌파 중도 사회민주당과 중도 자유 리뉴유럽(Renew Europe, 또는 줄여서 리뉴당) 소속이다. 이들은 ECB가 CBDC 디지털 거래 장부로 유럽 경제 구역 내 모든 온라인 및 오프라인 사업자와 개인 사용자들의 디지털 유로화 거래 내역을 감독 운영하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유로존이 오는 2027년부터 디지털 유로 발행 및 시행을 서두르는 이유는 유럽 경제 구역 내 디지털 경제 역량과 유로존 금융 자립 수호를 위해 유럽의 단일 통화 체제인 유로화를 한시라도 빨리 디지털화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EU와 ECB가 디지털 유로 발행을 통한 도소매 결제 시스템 구축에 실패할 경우, 유럽의 금융 시장은 비(非) 유럽 해외 소유의 금융 서비스 및 결제 플랫폼에 자금 흐름을 내맡긴채 파편화되고 혼란스런 금융 체제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이미 EU 내 결제 거래 중 3분의 2는 비자・마스터카드 등 해외 신용카드 사들을 경유해 처리되고 있으며, 특히 EU 회원국들 중 13개 국가의 상거래 업체들은 해외 신용카드 기업 및 모바일 결제 솔루션에 100% 의존하고 있다.
그 같은 현실에서 미뤄볼 때 범(汎) 유럽적 단일 디지털 유로 통화 기반 결제 체제의 부재는 종국에 유로화에 대한 신뢰 감소, 거래 축소, 화폐 가치 존립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유로 도입의 지연 혹은 실패는 EU 체제의 존립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아직도 유럽연합 내 경제 대국들 — 예컨대 독일과 이탈리아 등 —의 국민들 사이에서 가정 선호되는 지불 수단은 현금이지만 사정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이미 북부 유럽인들은 무현금 사회로 돌입한지 오래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현재 유럽 전체 평균 일일 현금 사용률은 24%로 급감해 그 같은 추세는 더 심화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한, 미 달러화 고정 디지털 자산인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망 구축을 지원하는 미국 정부와 경제 급성장을 거듭하는 중국을 상대로 한 유로 통화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 범 유럽 차원의 디지털 화폐 체제로 방어해야 한다는 것이 EU 관료들의 생각이다.
올 초인 1월 11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소재 학술 싱크탱크인 서스테너블 파이낸스 랩(Sustainable Finance Lab) 소속 유럽 대학 교수 70인은 유럽의회 의원들을 향한 공개 집단 성명서를 발표하고 EU와 ECB가 추진 중인 디지털 유로 도입은 선택 사항이 아닌 유럽 경제의 주권・안정・자구성을 위한 필수 보호 장치라며 디지털 유로 법안 통과에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디지털 유로 도입 및 시범 실행 계획이 공표되자마자 반발 입장을 분명히 해온 디지털 유로 회의론자들은 시중 사설 은행 업계다.
최신 e-현금 디지털 유로 콘셉트 안에 따르면, 디지털 유로가 시행에 들어갈 경우 유럽연합 시민은 1인 당 디지털 지갑에 최고 한도 3,000유로(우리 돈 약 500만 원)의 디지털 현금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시중 은행들은 만일 고객들이 은행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해 CBDC 디지털 지갑으로 대거 이체할 경우 시중 은행들은 뱅크런 즉, 은행이 보유한 현금 보유량 이상의 초과 인출 소동에 당면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데, 최악의 시나리오의 경우, 유럽 시중 은행들의 예금 유출 규모는 7억 3900만 유로(약 1조 27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자료: 로버트 슈만 재단 유럽 정치정책 연구소). 최근 급속히 유럽의회 의원들 사이에서 디지털 유로 회의론이 급속히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그 외에도, 디지털 유로에 회의적인 유럽의회 의원들은 디지털 유로의 도입으로 인한 개인 금융 정보 누출 및 사생활 보호 침해, 사설 상업 은행권의 안정 및 혁신 방해, 디지털 운영 및 사이버 보안 상 약점 노출 증가 등 디지털 유로를 득 보다 해가 큰 정책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또, 유럽의 금융 시장에서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해외 신용카드 및 결제 서비스 기업들의 강도 높아진 로비도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