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채 시장 온도차…대형사는 회사채 '확대', 중소형사는 '신중'
1월 증권사 회사채 4곳 발행…예년 동월 대비 급증 수요예측 1.5~5배 흥행…KB·키움·대신 발행액 증액 대형사, 사업 확장·투자 수요 커 자금 조달 확대 중소형사는 비용 관리·리스크 통제에 무게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연초 증권채 시장에서 대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회사채 발행에 나서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1월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를 발행한 주요 증권사들은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1.5~5배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모았고, 일부는 이를 바탕으로 발행 규모를 증액했다.
업계에서는 실적 개선과 사업 확장 여력이 커진 대형 증권사들이 선제적으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담을 고려해 회사채 발행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사 증권채 흥행 잇달아…실적 개선·신용도 뒷받침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한화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를 잇따라 발행했다. 수요예측에서는 각 사별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으며, 이는 모집 목표 대비 최소 1.5배에서 최대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수요가 집중되자 발행 규모를 증액한 사례도 이어졌다. KB증권은 당초 4000억원이던 발행 규모를 8000억원으로 늘렸고, 대신증권과 키움증권 역시 각각 2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증액했다. 한화투자증권은 15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렸다.
이와 함께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도 회사채 발행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공모채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금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 기준으로 증권사의 1월 회사채 발행은 2023년 0건, 2024년과 2025년 각각 2건에 불과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들어 증권사들의 회사채 발행은 확연히 늘어난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는 대형 증권사들의 우수한 신용도와 실적 개선 기대가 꼽힌다. 조달 여건이 개선된 가운데 IB·트레이딩·신사업 등 자본 소요가 큰 영역에서 사업 확장 계획이 맞물리며, 선제적으로 회사채 시장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실적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화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474억원으로 전년 대비 3616.3% 급증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1018억원으로 161.6% 늘었다.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 삼성증권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 클럽’ 입성이 확실시되며, 한국투자증권은 연간 기준 2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형 증권사는 '신중'…부담과 효율성 고려
반면 자기자본 2조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들은 최근 회사채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조달이 불가능해서라기보다는, 회사채 발행에 따른 부담과 효율성을 따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발행 여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레버리지를 일으킬 만큼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은 결국 대출을 받는 것과 같은 레버리지 행위"라며 "대형사는 사업 확장과 투자 수요가 커 레버리지를 활용하지만, 중소형사는 투자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굳이 회사채를 발행해 부담을 늘릴 이유가 크지 않다고 보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적과 성장성 측면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업황은 회복 국면에 들어섰지만, 실적 개선의 폭은 대형사에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AI·시스템 투자, 신사업 진출 등 중장기 성장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확장보다는 비용 관리와 리스크 통제에 무게를 두는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체력 차가 만든 조달 전략 격차…양극화 심화 우려
다만 실적과 성장성 측면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업황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실적 개선의 폭은 대형사에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AI·시스템 투자, 신사업 진출 등 중장기 성장 전략을 본격화하는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확장보다는 비용 관리와 리스크 통제에 무게를 두는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증권채 시장의 양극화가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던 체력 차이가 최근 조달 시장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 회복 국면에서도 성장 폭의 차이가 벌어진 데다, 사업 확장 여력과 정책·제도 환경의 체감도 역시 증권사 규모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MA(종합투자계좌)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관련 정책 변화는 자본력과 사업 범위를 이미 갖춘 대형 증권사일수록 제도 변화의 효과가 실제 사업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차이로 인해 대형사는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을 활용하는 반면, 중소형사는 비용과 리스크를 고려해 보다 보수적인 운영 기조를 유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전략 차이가 향후 실적과 경쟁력 측면에서 업계 전반의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