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혼다 EV ‘지각생’ 평가에도 전기차 브랜드 신뢰도 조사 1·2위
일본차, EV 전환 더뎌도 전기차 브랜드 신뢰도 최상위 현대차그룹, 기술력과 소비자 인식 사이 간극 확인
[녹색경제신문 = 이현성 기자] 미국에서 전기차 브랜드에 관한 흥미로운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기차 시장 주도권은 전통 자동차 제조사에서 신생 업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미국 소비자의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기술 경쟁과 별개로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일본 제조사에 집중돼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일렉트릭 비히클 인텔리전스 리포트’는 지난해 12월 미국 성인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기차 브랜드 신뢰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기차 제조사의 인지도·호감도·신뢰도를 종합해 점수를 부여했는데, 전기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토요타와 혼다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토요타의 순호감도는 +37로 가장 높았다. 신뢰도 역시 +51로 압도적이었다. 그 결과 토요타는 종합 점수 18점으로 전체 18개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했다. 혼다는 종합 15점으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현대차(5점, 11위)와 기아(4점, 13위), 제네시스(3점, 14위)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제네시스는 부정적인 응답은 적었지만, 낮은 인지도가 점수를 깎아 먹었다. 전기차 시장에서 기술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테슬라도 -17점으로 ‘꼴찌’를 차지해 체면을 구겼다. 전기차 스타트업인 루시드와 리비안 역시 최하위에 그쳤다.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EV>는 현대차그룹을 콕 집어 “완성도 높은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는 한국 브랜드가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기차 기술력이나 실제 상품 경쟁력보단 내연기관차의 경험이 이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토요타와 혼다는 전기차 세계에서 ‘지각생’으로 평가받는다. 두 회사 모두 하이브리드 기술엔 앞서 있지만, 보수적인 기업 문화로 인해 전기차 전환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단출한 판매 라인업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토요타가 미국에 판매하고 있는 순수 전기차는 bZ 단 1대뿐이고, 혼다는 프롤로그가 유일하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전기차 전환 속도보다 무엇보다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내연기관차 시대부터 축적된 내구성, 품질, 잔존가치에 대한 신뢰가 전기차 시대에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시대가 변해도 시장은 전통 강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조사가 전기차 전환에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일본 브랜드가 전기차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순식간에 판도가 뒤집힐 수 있다. 지금 현대차그룹에겐 리스크 관리와 일관된 성과를 통해 ‘믿고 살 수 있는 전기차 브랜드’라는 인식을 쌓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차 경쟁은 이미 시작됐지만 미국 소비자의 마음속에서는 아직 1라운드가 끝나지 않았다. 일본차가 여전히 유리한 출발선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한국 브랜드가 그 간극을 얼마나 빠르게 좁힐 수 있을지가 다음 10년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