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굴기] 하이엔드 디지털 콕핏 '황금알 낳는 거위' 된다③

프리미엄 콕핏 전략 주효…레거시 사업의 ‘질적 전환’ ZKW 조명, 디지털 콕핏의 외연 확장 축으로 부상

2026-02-03     김지윤 기자

B2C 가전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던 LG전자가 성장의 축을 옮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모빌리티 전장사업이 LG전자 밸류업 전략의 선봉에 섰다. 여기에 AI 산업 확산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확대를 배경으로 HVAC(공조·냉각) 사업 역시 차세대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LG전자의 모빌리티 전장사업과 HVAC 솔루션 사업의 비전과 경쟁력을 점검하며, 그룹사 차원의 체질 개선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 따져본다. 

LG전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보급형 텔레매틱스와 AVN(Audio, Video, Navigation) 중심이던 'LG전자 표' 전장이 고부가가치 디지털 콕핏으로 빠르게 진화하며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들었다. 레거시 통신·인포테인먼트 사업을 기반으로 하이엔드 콕핏 솔루션으로 기술 축을 이동시킨 전략이 점유율 선방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VS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 11조 1357억원, 영업이익 559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선행 개발비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1157억원에 머물렀지만, 지난해부터 수주잔고가 본격적인 양산 페이즈로 넘어가며 원가 구조가 안정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LG전자가 점유율과 수익성을 동시에 방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프리미엄 시장’ 전략이 꼽힌다. 보급형 제품 위주의 물량 경쟁에서 벗어나 하이엔드 솔루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가격 경쟁을 회피하고, 기술 장벽을 통해 고급 차량 시장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조명 사업을 맡은 자회사 ZKW 역시 디지털 콕핏 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으며,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조명을 단순 부품이 아닌 콕핏 통합 솔루션의 일부로 끌어들이면서, LG전자의 전장 사업은 경험 중심의 프리미엄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모습이다.

텔레매틱스·AVN, 디지털 콕핏 새 옷입고 '수익성 효자'

최근 VS사업본부의 흐름을 보면 사업부의 기존 주요 수익원들이 고부가가치 기술로 재편되면서 수익성에 개선이 이뤄졌다. LG전자 VS 사업부의 주요 수익원은 크게 텔레매틱스와 AVN으로 나눠지는데 양쪽 분야 모두 기술 차별화를 통해 점유율 방어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우선 텔레매틱스는 자동차 무선통신 기술로, VS사업부의 초석이 된 레거시 제품으로 현재까지도 사업부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단순 통신 장치 역할만 하는 기존 텔레매틱스는 기술 장벽이 낮고 가격 경쟁이 심해 수익성이 좋지 않은 경향성이 있는데, LG전자는 5G용 고성능 통신 허브 제품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옮기면서 시장 점유율을 지켜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5년 사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 서드파티 앱 등 복잡한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텔레매틱스에 요구되는 기능도 난이도가 올라갔다"고 강조했다. 단순 통신이 아니라 무선 업데이트(OTA), 원격 차량 제어, 데이터 분석을 위한 핵심 장비가 되면서 제품 단가 역시 크게 올라가고, 마진율도 정비례해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LG전자는 이 분야를 선제적으로 타겟팅하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텔레매틱스 시장에서 23.6%의 점유율을 확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해당 시장에서 LG전자는 규모의 경제와 기술 프리미엄을 동시에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주력 제품인 AVN 역시 과거에는 지도를 보여주고 음악을 트는 기능에 국한됐다. 때문에 LG전자는 애프터마켓 제품과 경쟁해야 했고, 완성차 업체들도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면서 업체들은 수익성에 압박을 받아왔다.

하지만 전기차의 확산과 함께 SDV가 트랜드로 자리잡으며 이 AVN 영역 역시 기술 차별점을 꿰할 수 있는 틈이 생기며 LG전자가 매섭게 점유율을 확장 중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AVN 시장에서 LG전자는 약 12.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만과 덴소(DENSO) 등과 함께 리딩그룹에 속해 있다. 

업계에 따르면 AVN은 이제 단순한 개별 기능이 아닌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이라는 거대한 통합 솔루션의 일부가 됐다. 이를 통해 저가의 단순 AVN 비중은 줄어들고, 여러 디스플레이를 통합 제어하는 하이엔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비중이 늘면서 이익률이 상승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고급 차량에 MBUX 하이퍼스크린 같은 고품질 인포테인먼트 제품을 공급하며 일반 AVN보다 훨씬 고단가, 고마진으로 수익성을 견인하고 있다. 과거 전장 사업의 양적 성장을 이끌었던 텔레매틱스와 AVN이 AI 디지털 콕핏이라는 고부가가치 옷을 입으며 질적 성장의 선봉에 선 모양새다. 

이에 더해 LG전자는 차세대 디지털 콕핏 기술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CES에서도 공개한 AI 캐빈 플랫폼(AI Cabin Platform)이다. 

AI 캐빈 플랫폼은 ‘스냅드래곤 콕핏 엘리트(Snapdragon Cockpit Elite)’ 시스템온칩(SoC)을 활용한 온디바이스 기반 솔루션으로, 클라우드 의존도를 낮췄다. 기존 대비 연산 속도가 빠르고 보안성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번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투명 OLED 기반 윈드실드 디스플레이는 기존에 가전에 적용되던 AI 경험을 차량으로 옮겨온 형태다. 전면유리에 투명 OLED를 적용해 운전석 전체를 인터페이스화 하고, AI가 운전자의 상태와 주행 상황을 분석해 조명·공조 등 차량 내 상황을 맞춤으로 제어한다. 차량을 또 하나의 '나만의 공간'으로 규정짓고 집 안에서 누리던 프리미엄 가전 경험을 차에서도 동일하게 느끼게 하겠다는 것이 제품의 취지다. 

LG전자 관계자는 "텔레매틱스와 AVN은 여전히 LG전자 VS사업부의 가장 주요한 수익원이다. 디지털 콕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LG전자가 원래 잘하던 텔레매틱스 및 AVN 기술 위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기술 연계성이 크다"며 "현재 상당수의 기술이 바로 양산차에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해 있다"고 말했다

ZKW, 조명은 ‘디자인 부품’에서 ‘기능 전장’으로…콕핏의 외부 확장

자회사 ZKW 역시 LG전자 디지털 콕핏 솔루션의 일부로 기능하며 프리미엄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전체 밸류체인 안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ZKW는 지난해 15억 5000유로(한화 약 1조 70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웠는데, 3분기 누적 매출 약 12억 유로로 목표치의 75% 이상을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보면 ZKW의 LG전자향 내부거래는 1조 500억원 규모로, 단독매출 보다 LG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구조로 회사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ZKW는 LG전자가 2018년 자회사로 편입한 오스트리아 조명 기업이다. LG전자는 완성차를 직접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 부품 관점에서 보면 차량용 조명을 내부 수요로 흡수할 이유가 없다. 대신 디지털 콕핏 전체를 패키지로 공급하기 위해 ZKW 조명을 ‘통합 부품’으로 활용하면서 내부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현재 SDV의 가장 강력한 트랜드인 'X-in-one' 전략과도 맞물린다. 여러 기능을 분산시켜서 다종의 부품을 공급하게 되면 공간 효율성이 떨어지고 단가가 높아진다. 'X-in-one'은 기능들을 하나로 합쳐 통합 모듈로 제공하는 방식인데, LG전자는 조명까지 콕핏 통합 솔루션으로 묶어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ZKW는 LG전자의 디지털 콕핏 전략에서 차량 외부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외부 인터페이스’ 축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과거 조명이 디자인과 조도 성능 중심의 하드웨어였다면, 이제는 전장 시스템과 결합해 센서·ADAS·전자제어와 연동되는 기능 모듈로 진화하는 흐름이다. 실제 ZKW가 최근 신형 아우디 Q3에 공급한 지능형 조명 모듈은 전방 카메라와 연동해 마주 오는 차량을 감지하고, 눈부심을 유발하는 광원만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동시에 ADAS와 연계해 차선 조명이나 방향 안내 라이트를 주행 상황에 맞게 구현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여기에 LG전자의 인포테인먼트 및 차량 제어 기술이 결합될 경우, 조명은 단순 시각적 요소를 넘어 콕핏 경험을 차 외부로 확장하는 ‘통합 라이팅 솔루션’으로 고도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SDV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과거 물리적 기능에 머물렀던 조명, 공조, 윈도우 등에도 소프트웨어와 전자제어 기술이 빠르게 결합되고 있다”며 “특히 조명은 ADAS 성능을 보완하고 운전자 인지력을 높일 수 있는 영역이어서 완성차와 부품업체 간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