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란 반정부 시위’의 성격...②, ‘이란은 “왕의 귀환”을 원하지 않는다’

이란 전문가들 "이란 시위대 왕정복고, 외국 군사개입 원하지 않아" 이란 시위 주도 세력 "군사개입이 오히려 이란정부에 탄압 빌미 제공"

2026-01-29     김지문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문 기자] 현지 시간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 인근에 미국 함대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필요하다면 속도와 무력을 동원해 신속하게 임무를 수행할 준비와 의지,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남미를 향한 무력개입과 마찬가지의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의지를 밝혔다. 레자 팔레비 이란 전 왕세자 또한 트럼프의 목소리를 지지하며 미국의 군사개입과 왕정 복고를 주장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이 시위를 단순 친미와 반미, 미국과 이스라엘의 개입, 왕정 복고등의 여부만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결국 시위의 동력은 미국을 통한 왕정의 복귀 등을 노린 것이 아닌, 내부의 사회문제를 이란 민중 스스로 해결하려는 저항의지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 28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이란 출신 시아바시 사파리 교수를 발제자로 ‘긴급포럼 : 이분법 너머 이란 이해하기“를 개최했다. 해당 포럼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에서 역사적 맥락과 정세, 전망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오갔다. <녹색경제신문>은 당시 포럼의 발제자 시아바시 사파리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란 시위의 내부 동력을 심도깊게 들여다보았다.


신정 정권의 경제실패, 천민자본주의에 맞서는 중소상인, 노동계급의 저항, 인터넷 해제 풀리면 더 거세질 것


이란 출신의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시아바시 사파리 교수는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위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스라엘의 정보국 모사드 요원들이 테헤란 거리에 있다는 내용을 언급하거나, 미국의 개입 등을 시사하면서 지정학적 이익을 추구하려고 하는 점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면서도 “시위 자체의 기저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개입이 아닌 이란 내부 민중들의 자연적인(organic) 저항이었다”고 강조했다.

시아바시 사파리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자 팔라비 전 이란 왕세자 등이 정부 청사를 공격하라는 등의 발언을 SNS상에 올렸고, 일부 이란인들이 그렇게 행동하면 미국이 시위를 도와줄 것이라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어떤 지원도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이스라엘, 구 왕실 등의 행동이 발언 뿐인 피상적인 지정학적 이익을 위한 압박이었다면, 실제 시위의 동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시아바리 교수는 이란 내 시위 동력 중 하나로 바자르 상인들의 역할 변화를 꼽았다. 그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당시 바자르(이슬람 전통시장) 상인들은 종교적인 중간 계급으로서 보수적인 아야톨라 호메이니를 지지하는 데 일조했다”면서 “하지만 수십년간 이러한 입장은 크게 변화했다. 이번 시위가 촉발된 바자르 일대는 이전의 전통적인 상인계층들의 공간이 아닌 전자제품과 휴대폰 등을 판매하는 현대적 바자르 지역이었다. 이란 정부가 촉발한 인플레이션이 한국이나 중국의 전자기기를 수입하는 이들의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고, 이들이 정부 지지에서 이탈한 것”이라고 상황을 해석했다.

한국외대 김혁 이란·페르시아어학과 교수 또한 상황을 비슷하게 설명했다. 김 교수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 트럼프가 군사 공격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란의 시위는 소강 상태다 안정됐다 안정 국면으로 넘어갔다는 평가는 지나치게 잘못 보고 있는 시각이다”라며 “이번 2026년 시위는 이전의 히잡 시위나 녹색 시위등과 격이 다른 부분이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고, 혁명수비대나 종교세력처럼 이란에서 내부 역학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바자르 상인들이 경제적 공급망 붕괴에 반대하고 들고 일어난 것이지 시위확산이 되고 확대가 되는 과정 속에서 외부 세력의 개입만으로 해석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시아바리 교수는 지난 28일 ‘긴급 포럼 : 이분법 너머 이란 이해하기’에서 시위의 또다른 이유 중 하나로 신정 독재층이 쌓아올린 부정부패와 경제적 신자유주의화에 대한 이란 민중, 노동계급의 분노를 꼽기도 했다.

시아바리 교수는 당시 포럼에서 “수십년간의 신자유주의적인 정책, 곧 의료보험의 민영화, 교육의 민영화,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노동법 개악 등 또한 분노를 일으키게 만들었다”며 “여러 학술 논문들이 이란 내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주었고 저항의 불씨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시아바리 교수는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테헤란 버스 공공 운수 노동조합 등 매우 큰 규모의 활동적인 노조들이 이란의 반정부 시위와 독재정, 군국주의를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1960년대 설립되어 많은 회원을 두고 있는 이란 작가협회에서도 시위를 지지하고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이란 국내외 많은 노동자 단체들이 이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개최한 노동자연대의 김준효 기자는 “미국의 제재가 있기 전인 2000 후반부터 이미 이란 경제가 엄청나게 불황으로 빠지는 상황에서 이란 국가의 통치자들 운영자들은 민영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라며 “이란 노동계급은 신자유주의적 민영화조차들을 추진하는 이란의 종교적 통치자 파벌과 권력층 파벌 모두에게 맞서서 저항을 해 왔던 것이고, 예컨대 민영화, 외주화나 고용 불안정 같은 이제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되게 익숙한 패턴의 문제에 맞서 싸워왔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왕의 귀환”을 반기고 있는가...대부분의 시위 주도 단체들 ‘왕정복고·군사개입에 반대’


이란 관련 주요 전문가들은 이란 내부의 시위대가 미국과 이스라엘 등의 군사개입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란 내 반정부 활동가 파라스투 포르하는 “이슬람 공화국은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에 폭력을 가하는 것을 서슴치 않고 있으며 우리는 이슬람 공화국을 반대하는 사람의 일원으로서 이란인의 고통을 덜어내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라며 “하지만 군사개입은 이 고통을 악화하기만 할 뿐이다, 시리아, 리비아, 가자지구와 같은 곳에 떨어진 미사일과 폭탄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라며 미국의 군사 개입에 반대했다.

시아바리 교수 또한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르하의 발언을 지지하며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중동 내의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이란 신정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러한 발언으로 유혈 진압의 명분을 얻는다”라고 미국과 이란 신정정부 간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비판하기도 했다.

노동자연대의 김준효 기자가 번역해 전달한 이란 내 역사학자의 발언에 따르면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 무장 세력들,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당한 공격 때문에 약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란이 이번 시위에서 받는 압력이 훨씬 커지고, 운신의 폭도 줄어든다"며 "가당찮게도 트럼프는 “이란 시위대를 방어한다”고 떠들지만, 바로 얼마 전 이란 난민 400명을 이란으로 돌려보냈고 그 방안을 이란 정부와 협상했다. 강대국들은 이란 상황을 이용해 득을 보려 할 것이다. 시위가 계속되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어떤 식으로든 이란을 공격하는 데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이런 국제 정치 논리의 근저에 있는 것은 이란 국내 상황이 아니다"라고 상황을 정했다.

테헤란 공공 운수 버스 노동조합 등 또한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빈곤, 실업, 차별에 맞선 민중투쟁과 연대하는 동시에 불의가 지배하는 과거로의 회귀 또한 명백히 반대한다”며 “진정한 해방은 낡고 권위주의적인 권력의 재생산이 아니라 노동계급과 억압받는 민중의 조직적인 참여로만 가능하다”고 왕정 복고등 외국의 주장과 선을 그었다.

실제 이란 내에서도 “왕정도, 신정도 반대한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구호와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이 자주 외신 보도에 포착되었다.

시아바리 교수는 “인터넷 차단 등으로 많은 단체들의 공개성명이 밝혀지지 못하고 있지만, 다음 주중 인터넷 차단이 풀리면 이와 같은 주장의 더 많은 성명서들이 확인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③, '"앞서서 나가니, 청년이여 따르라"...이란 항쟁 참가자들의 목소리'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