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100조 시대…증권사 예탁금 이자율은 여전히 ‘제자리’
지수 상승·ETF 투자 확대로 예탁금 100조 시대 거래대금 증가로 증권사 브로커리지 실적 개선 다만 대형사 중심 예탁금 이용료율 인하·동결 흐름 “실적 연동 아냐”…비용 차감 구조 강조하는 증권사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투자자 예탁금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예탁금 이용료율은 대부분 동결 또는 인하되며 1% 미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예탁금 증가와 지수 랠리로 증권사 실적이 개선되는 가운데 이용료율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증권사들은 예탁금 이용료율이 실적이나 시장 금리에 따라 자동으로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라 운용 수익에서 각종 비용을 차감해 산정된다는 입장이다.
예탁금 이용료율 인하 또는 동결...대부분 1% 밑돌아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이달 2일부터 연 1.05%였던 예탁금 이용료율을 연 0.90%로 인하했다. NH투자증권(나무증권)도 예탁금일평잔 100만원 이하 연 1.00%에서 0.80%로, 100만원 초과는 연 0.6%에서 0.40%로 낮췄다. 미래에셋증권은 100만원 초과 예탁금 구간의 이용료율을 연 0.75%에서 0.60%로 낮췄다. 모두 예탁금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들이다.
이 밖에 한국투자증권은 연 0.40%(50만원 미만 연 0.10%), 삼성증권은 연 1.05%로 기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증권 역시 100만원 이하 연 1.75%, 100만원 초과 연 0.65%로 동결했다.
키움증권은 3개월 평균잔액 기준으로 100만원 이하 연 2.00%, 100만원 초과 연 0.75%를 적용하고 있으며, 대신증권은 100만원 초과 구간을 연 0.60%로 유지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IBK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등도 과거와 동일한 수준의 예탁금 이용료율을 적용 중이다.
일부 증권사는 소액 예탁금에 한해 비교적 높은 이자율을 제시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30만원 이하 예탁금에 연 2.5%를 적용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iM증권, 현대차증권 등도 100만원 이하 구간에 2% 안팎의 이자율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100만원을 초과하는 구간에서는 대부분 1%를 밑도는 수준이다.
예탁금 100조·지수 랠리 속 증권사 실적은 개선
투자자예탁금은 27일 기준 100조2826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증가한 예탁금만 12조8840억원(+14.7%)에 달한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과 기관 등 모든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예치한 현금을 합산한 수치다.
최근 국내 증시가 강세 흐름을 이어가면서 거래대금이 확대됐고,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투자 대기 자금이 빠르게 유입된 것이 예탁금 급증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4214.17로 마감했던 코스피는 현재 5200선을 넘어서며 한달 만에 1000포인트 올랐고, 코스닥도 같은 기간 925.47에서 1150선까지 오르며 224포인트 가량 늘었다. 국내 증시가 일본 닛케이225지수(+6.0%), 중국 상하이지수(+4.6%) 등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아울러 ETF 순자산총액은 전날 기준 342조4962억원으로 지난해 말(297조1401억원) 대비 15.3% 늘어났다. 이달 들어서만 약 45조원이 늘어나며, 연내 400조원 돌파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함께 증권사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거래대금 확대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이 늘었고, 예탁금을 활용한 운용 수익 역시 증가했다. 일부 대형 증권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양호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삼성증권의 당기순이익은 1조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했다. 브로커리지를 중심으로 한 본업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당기순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3768억원으로 14.2% 늘었다.
한화투자증권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018억원, 영업이익은 147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4%, 161.6% 늘었다. 한화투자증권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우호적인 업황 속에서 전사 사업부문이 전반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거두며 수익을 낸 결과"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대형 증권사들 역시 전년 대비 실적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한국투자증권도 업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2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익보다 비용 차감 구조"…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방식
증권사들은 예탁금 이용료율이 단순히 시장 금리나 실적에 따라 자동으로 결정되는 구조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예탁금 이용료율은 고객이 맡긴 현금을 운용해 얻은 수익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한 결과를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은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현금을 운용해 얻은 수익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결정된다"며 "예탁기관에서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한 운용수익률에서 예탁수수료, 예금보험료 등 직접 비용과 전산비·인건비 등 간접 비용을 차감해 산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예탁금은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예탁금 운용으로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이용료율을 크게 높일 경우 수익성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 안에서는 예탁금 관리가 수익 창출 수단이라기보다 '서비스 유지 비용' 성격이 강하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고객 계좌 관리, 전산 시스템 유지 등을 위한 필수 비용에 가깝다는 시각이다.
다만 예탁금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증권사들이 시장 활황의 직접적인 수혜를 누리고 있는 만큼 예탁금 이용료율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와 체감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ETF 투자 확산으로 대기성 자금이 구조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예탁금 이자율이 장기간 정체돼 있다는 점은 고객 입장에서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