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칼럼] '단순투자' 가면 속 행동주의…박영옥 논란

"행동주의의 힘은 ‘절차’에서 나온다"

2026-01-29     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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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투자는 자본시장에서 분명한 순기능을 가질 수 있다. 경영진을 감시하고, 자본 배분의 비효율을 지적하며, 주주가치를 높이는 촉매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과 공시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의 투명한 활동이란 전제가 담보돼야 한다. 이 전제가 무너질 때 행동주의는 '감시'가 아니라 '교란'으로 변질된다.

일명 ‘주식농부’로 알려진 박영옥 씨는 조광피혁 지분 약 1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하지만 그의 주주활동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경영 철학의 차원이 아니다. 증권선물위원회 의결로 확인된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사실이 그 출발점이다. 해석이나 의견의 영역이 아니라, 금융당국이 명시적으로 판단한 규제 사안이다.

증권선물위원회는 박영옥 씨가 2020년 1월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고도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 보고하지 않았고, 2021년에는 특수관계인의 지분 보유를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 제147조 등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대량보유 보고제도의 핵심은 시장 참여자에게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지를 투명하게 알리는 데 있다.

논란의 핵심은 과거 위반 사실 자체에만 있지 않다. 금융당국의 지적 이후에도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영옥 씨는 현재까지도 공시상 ‘단순투자’ 목적을 유지한 채, 공개 주주서한과 언론을 통해 경영 전반에 대한 요구와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주주제안, 자본 배치, 자사주 정책 등은 통상 경영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형식상 ‘단순투자’에 머무르는 모습은 제도의 취지를 흐리게 만든다.

더 나아가 문제를 키우는 대목은 시점과 맥락이다. 박영옥 씨는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뿐 아니라, 시세조종 및 부정거래 혐의로도 금융당국의 제재 대상이 되어 수사기관 통보 조치를 받은 상태다. 증권선물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차명계좌를 활용한 반복적 주문 등 시장 질서를 훼손한 정황이 적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동주의자’로 포지셔닝하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조광피혁이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회사 측은 박영옥 씨의 주주서한과 자사주 소각 요구가 순수한 거버넌스 개선이 아니라,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압박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사실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사법 절차의 영역이지만, 최소한 규제 위반 전력이 있는 대주주가 동일한 공시 지위를 유지한 채 언론을 통한 영향력 확대에 나서는 모습은 자본시장에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행동주의는 투명한 공시, 일관된 법적 지위, 책임 있는 절차 준수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시장 감시자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금융당국의 의결로 위법성이 확인된 사안에 대해 충분한 해명이나 태도 변화 없이, ‘단순투자자’를 자처하며 압박을 이어가는 모습은 행동주의라기보다 제도 회색지대를 활용한 영향력 행사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본시장은 서사보다 규칙 위에 서 있다. 진정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한다면, 다음 단계는 더 강한 언어가 아니라 공시의 명확화와 법적 지위의 명확화여야 한다.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질문에 답하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설명하며, 제도의 취지와 보조를 맞추는 것. 그것이 행동주의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역할을 지키는 최소한의 책임이다.

최성남 자본시장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