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뒷談] 디앤디파마텍의 특별한 '웜 콜(warm call)'
파이프라인 신뢰도 높은 바이오텍, '소통 경영'으로 투자자 신뢰 높아 '영업비밀' 이유로 미비한 펀더멘털 가릴까 우려도...IR 활용도 높여야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디앤디파마텍 측과 처음 미팅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JP모건 헬스케어콘퍼런스에서 이 기업이 발표할 거란 소식을 들은 이후였습니다. 일면식 없는 IR 담당자에게 거는 '콜드 콜'은 흔한 일이니, 제 전화를 받지 않았을 때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언제든 답을 듣고 싶은 마음에 질문을 문자로 남겼습니다. 대단한 질문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찾은 발표 내용이 맞는지, 차기 기술 이전 타깃이나 임상 진입 결과도 발표에 포함되는지 등이었습니다. IR 담당자는 몇시간 뒤 전화로 '당황하지 않고' 제 질문에 차분하게 답해줬습니다. 머릿속이 맑아졌습니다.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은 대면 미팅을 할 때도 이어졌습니다. 조직생검 데이터의 객관성, 해외 대형 제약사와의 계약 구조, 비주력 파이프라인의 동향 등 회사 측에 다소 껄끄러울 수 있는 질문도 공개 가능한 선에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더군요.
디앤디파마텍은 핵심 파이프라인 'DD01'의 12주, 48주 등 단계별 데이터가 나왔을 때 전부 시장에 공개했습니다.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에서 조직생검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12주에서 확인된 지방간 감소 효과가 어떻게 48주 섬유화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꾸준히 설명했습니다. 임상 결과가 나올 때마다 시장과 소통한 결과가 5월에 발표될 조직생검 데이터에 담길 거라고도 했죠.
데이터 객관성 확보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 디앤디파마텍에 따르면 조직생검 데이터 판독은 판독의 2명이 각자 보고, 결과가 다르면 제3의 판독의가 들어와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입니다. 회사 입김이 들어갈 수 없는 구조라 데이터를 조작한다는 의심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설명입니다.
해외 대형 제약사와의 계약 구조를 설명하는 대목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앤디파마텍은 5월 조직생검 데이터가 나오기 전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5월 전에는 계약하면 안전하고 저렴하게, 5월 이후에는 프리미엄을 붙여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비주력 임상 데이터였던 'TLY012'는 상반기에 존스홉킨스 주도로 임상 2상에 들어간다고도 했습니다. 계약구조나 비주력 임상 데이터 등 임상 진행 전반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시장과 소통하며 데이터가 주는 신뢰도를 시의성 있게 알리는 대목은 '영업비밀'이라며 임상 결과 발표를 미루거나 성실하지 않게 공시하던 바이오텍과 대조를 이룹니다. 디앤디파마텍은 고배를 마시고도 꾸준히 상장에 재도전해 입성했고, 상장 후에도 마일스톤을 하나씩 달성해 왔습니다. 이 회사의 소통 방식은 신뢰 경영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안 지 얼마 안 된 기업이지만 기술이전 계약 등 좋은 소식이 곧 들리길 기다리게 됐습니다.
디앤디파마텍 소통 방식은 주주들에게도 호평이 났습니다. MASH, 경구용 플랫폼 등 기술 난도가 높은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도 명확한 데이터로 근거를 제시하는 등 "모호한 장밋빛 미래보다 숫자로 말한다"는 전언입니다. 다른 바이오텍에 비해 주주 질의에 성실하게 답변하고 기업탐방 등으로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쌓아가듯, 임상 진행 단계를 투명하게 공유하다보니 "말한 대로 실행하는 회사"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모든 투자가 그렇지만 바이오 부문은 특히 '꿈'에 베팅하는 섹터입니다. 막대한 실패 가능성을 뚫고 엄선된 후보 물질이 효과가 좋고 안전한지 수차례 검증하죠. 성공하면 '마일스톤'과 명성을 얻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천문학적인 규모의 실패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바이오텍 입장에선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언론사를 활용해 투자자, 대중과 소통하는 것도 전략입니다.
소통 잘하는 게 전부는 아닙니다. 기업 펀더멘털, 바이오텍 관점에서는 파이프라인의 안전성이나 유효성 등 신뢰도가 높아야 신약 개발, 기술 이전 성공 가능성이 높겠죠. 다만 파이프라인 신뢰도가 높은 기업이 소통 등 신뢰 경영도 잘하는 경향은 부정할 수 없어 보입니다. 주주들이 궁금해 할 만한 내용을 해외 대형 제약사나 규제당국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를 잘 설명할 수 있는 기업이 최종 관문에서도 고꾸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술이전 계약 해지 등 악재성 정보를 장 마감 이후나 금요일 오후에 기습 공시하는 관행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주가가 빠진 뒤에 공시를 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상 중단, 데이터 오염 등 이슈가 있을 때 이를 알리는 대신 "영업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하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기업도 있습니다.
최근 한 제약사의 IR 자료를 보고 담당자에게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분쟁 중인 일부 영업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동종업계에서 대규모 인프라, 네트워크를 지닌 기업도 같은 문제로 허덕이고 있기에 분쟁 해결을 위한 대응이 궁금했는데요. 기시감 드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영업비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머릿속이 뿌옇게 흐려졌습니다. 이 기업의 다음 공시가 기다려졌습니다. 물론 디앤디파마텍과는 결이 다른 기다림이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