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부동산 원칙고수 발언' 직후… 국회 세미나 "강남 매물은 증여로, 지방은 붕괴" 우려
李 대통령, 국무회의서 "5월 9일 양도세 중과 부활, 타협 없다" 쐐기 국민의힘 세미나 "징벌적 과세가 '똘똘한 한 채' 부추겨 지방 소멸 가속화" 5월 데드라인 앞두고 '강 대 강' 충돌..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 vs 세금 낼 바엔 자식에게 물려준다.
[녹색경제신문 = 임채영 기자] 27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청와대의 '원칙론'과 학계·업계의 '현실론'이 하루 종일 평행선을 달렸다. 오전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비정상을 방치하지 않겠다"며 규제 강화를 천명했고, 오후에는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설익은 규제가 지방을 유령도시로 만들었다"고 성토하며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 李 대통령 "부동산 거품 용납 못 해... 정해진 원칙대로 간다"
포문은 이재명 대통령이 열었다. 이 대통령은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자원 배분이 비정상적으로 왜곡된 상태"라고 규정하며 고강도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거품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이웃 나라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며, 당장의 고통과 저항이 두려워 불공정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시장의 이목이 쏠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타협 없는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작년에 연장할 때 '올해 5월 9일이 끝이다'라고 명백히 예고했다"며 "새로 시행령을 고치지 않는 한 그냥 끝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힘들더라도 정책 방향을 정하면 잔파도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며 시장의 규제 완화 기대감을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잘못된 기대'로 일축했다.
◇ 이창무 교수 "징벌적 과세가 '초양극화' 불렀다"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전해진 지 불과 몇 시간 뒤인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정반대의 진단이 나왔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 주최로 열린 <수도권은 초과열, 지방은 유령도시 - 부동산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 실패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주택시장을 서울만 오르고 지방은 무너지는 '초양극화' 상태로 진단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취득세·보유세·양도세 중과 등 '징벌적 과세'가 다주택자들로 하여금 지방의 주택을 팔고 서울의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게 만드는 기형적 구조를 고착화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6일 국토부가 발표한 지가변동률에 따르면 서울 땅값이 4.02% 오르는 동안 지방은 0.82% 상승에 그쳐 5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이 교수는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만 몰아세운 결과, 지방의 민간 임대 주택 공급 기능이 마비됐고 지방 미분양 적체로 지역 경제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 세미나 주최한 '서초구'의 역설... 증여 122% 폭증
공교롭게도 세미나를 주최한 신동욱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서초구의 통계가 정부 정책의 역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매일경제와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양도세 중과 부활을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음에도 지난달 서초구의 집합건물 증여 신청은 지난해 11월 40건에서 지난달 89건으로 전월 대비 무려 122.5%나 폭증했다. 중구 역시 같은 기간 증여가 18건에서 64건으로 255.6% 늘었다.
이는 "세금을 내고 파느니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조세 저항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창무 교수의 "규제가 강할수록 시장은 내성을 키우고 매물은 잠긴다"는 주장이, 세미나 주최 의원의 지역구 통계로 입증된 셈이다.
◇ "2~3년 뒤 공급 절벽 온다"... 엇갈린 해법
이날 세미나에서는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한 경고등도 켜졌다. 이창무 교수는 "지난 정부 시절 서울 정비구역 지정이 급감한 데다,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착공 물량이 역대 최저 수준"이라며 "향후 2~3년 내 심각한 공급 절벽이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법에 있어서도 정부와 현장은 엇갈렸다. 정부는 투기 수요 억제와 세금 원칙을 고수하는 반면, 토론자들은 시장 친화적 정책 전환을 주문했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악성 미분양의 85%가 지방에 있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구입 시 취득세·양도세 감면과 주택 수 산정 제외 혜택이 시급하다"고 발언했으며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주택 수가 아닌 가액 기준으로 과세 체계를 개편해야 '똘똘한 한 채' 쏠림과 지방 투매를 막을 수 있다"고 하는 한편, 이무송 대한건설협회 실장은 "서울은 글로벌 허브로, 지방은 특화 클러스터로 육성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주장했다.
5월 9일 '세금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가운데, "정해진 대로 집행하겠다"는 대통령의 강경론과 "규제가 지방을 죽이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현실론 사이에서 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