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 제동에 복잡해진 셈법...대기업 자회사 IPO 전반 재검토?
이재명 대통령 지적에 LS 에식스 상장 전격 철회 대기업 자회사 계열 IPO, 전면 재검토 불가피 대어급 공백에 ‘공모주 기근’ 장기화 우려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중복상장을 강도 높게 지적하면서, 연내 상장을 준비해 온 대기업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이 부각되자 시장 전반에도 긴장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27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LS는 중복 상장 논란이 제기된 그룹 계열사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 신청을 철회하기로 전날 결정했다. 소액주주, 투자자 등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상장 추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주주 보호 및 신뢰 제고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LS에식스솔루션즈는 금융당국에 상장 예비심사 철회신청서를 제출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기업 내부 사정이 아닌 정부의 강력한 ‘소액주주 보호’ 기조에 백기를 든 첫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LS를 지목하며 "아직도 이런 사례가 있다"고 언급하는 등 중복상장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업계에선 중복상장 논란에 정면 돌파를 시도했던 LS그룹이 결국 상장을 철회한 점을 두고, 향후 대기업 계열 자회사들의 IPO 전략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상장을 준비해 온 HD현대로보틱스, SK에코플랜트, 한화에너지 등은 정책 리스크를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시장에서는 이들의 상장이 그룹 전체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정부의 칼끝이 ‘중복 상장’을 겨냥하면서 전면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성장성만 입증되면 물적분할 후 재상장이 큰 문제 없이 진행됐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LS의 철회 결정 이후 주요 그룹사 재무 담당자들 사이에서 ‘지금 무리해서 상장을 추진하다가 시범 케이스로 걸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금융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자회사 중복상장 심사 가이드라인’ 초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모회사 주주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안(주식매수청구권, 신주인수권 부여 등)뿐만 아니라, 상장 필요성에 대한 엄격한 입증 책임을 발행사에 묻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쪼개기 상장’의 문턱을 대폭 높이겠다는 의도다.
다만 일각에선 이러한 정책 리스크가 코스피 5000 시대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던 IPO 시장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 심리는 살아났지만, 정작 시장에 물건을 내놓아야 할 대기업들이 몸을 사리면서 ‘공모주 기근’ 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HD현대나 SK계열사들은 시장의 주목도가 높은 만큼, 정부 정책에 반하는 행보를 보이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거래소의 가이드라인이 확정되고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대기업 계열사들의 IPO 시계가 멈추거나 상당히 느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