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컨트롤타워는 비었고 국회는 싸움만”…두 달 공백이 트럼프에 빌미 줬다

靑·민주당 책임론 속 야당도 정략 대응 출발점은 정부·여당…“알면서도 손 놓은 두 달” 컨트롤타워 부재…청와대 중재 실종 야당도 책임 자유롭지 않다…‘원칙론’ 앞세운 지연 전략 트럼프의 계산…“한국 정치 교착 = 협상 카드”, 재계·시장 직격탄…“정치 실패 비용은 기업 몫”

2026-01-27     한순구 기자
이재명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 재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국내 정치권을 향한 책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여당의 국회 처리 지연과 상황 관리 실패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중심이지만, 야당 역시 정략적 대응으로 협상 시계를 늦추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외교·통상 현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무기력과 책임 회피가 겹치면서, 결국 협상 주도권은 미국 쪽으로 넘어갔다는 평가다.

 

출발점은 정부·여당…“알면서도 손 놓은 두 달”

사태의 1차 책임은 청와대와 민주당에 쏠리고 있다. 한미 간 관세 인하 및 투자 협력 합의가 타결된 이후, 정부는 국회 비준 동의와 후속 입법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두 달 넘게 실질적인 진전을 만들지 못했다.

민주당은 비준 동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하기보다 대미 전략투자특별법, 공동펀드 설립 법안, 공공기관 신설 근거 법안 등을 패키지로 묶는 전략을 택했다. “국내 산업 보호 장치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쟁점만 키운 채 처리 속도를 늦췄다는 비판을 받는다.

여당 내부 이견도 발목을 잡았다. 재정 부담 우려, 투자 규모 조정 요구, 노동계 요구사항 반영 문제 등이 얽히며 법안은 상임위 단계에서 장기간 계류됐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국회 일정 지연이 외교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내부적으로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정치 일정과 여론 부담을 이유로 결단이 미뤄졌다”고 전했다.

 

컨트롤타워 부재…청와대 중재 실종

청와대 책임론은 더 날카롭다. 여야 갈등이 장기화되는 동안 대통령실 차원의 공개 메시지나 강한 중재 신호는 거의 없었다. “국회 자율 처리”라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면서 사실상 상황 관리를 방치했다는 평가다.

전직 외교 고위관계자는 “트럼프의 협상 방식은 상대국 내부 정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구조”라며 “국회 교착이 장기화되는 순간 이미 외교 리스크는 예고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가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워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정부·여당의 지연이 협상 압박의 명분으로 활용된 셈이다.

 

야당도 책임 자유롭지 않다…‘원칙론’ 앞세운 지연 전략

다만 야당 역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는 평가다. 야당은 비준 동의 우선 처리 원칙을 내세우며 정부·여당과 강하게 맞섰고, 일부 의원들은 “굴욕 외교 프레임”을 앞세워 정치 공세에 집중했다.

국회 협상 과정에서는 법안 세부 조정 협의보다 공개 발언과 여론전이 앞서는 모습도 반복됐다. 여당의 패키지 전략이 문제였다면, 야당 역시 실무 협상을 통한 타협보다 강경 메시지로 대응하며 처리 속도를 더 늦췄다는 지적이다.

국회 관계자는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도 정리를 못 한 책임이 더 크지만, 야당도 ‘정권 심판 프레임’에 매몰돼 외교 현안을 국내 정치 소재로 소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계산…“한국 정치 교착 = 협상 카드”

미국 측은 한국 국회의 교착 상황을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직접 발표하면서 “국회 미이행”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압박의 목적이 단순 관세 인상보다 ▲추가 투자 요구 ▲미국 내 생산 확대 ▲방위비 분담 문제 연계 등 보다 큰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즉, 국내 정치권의 지연이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재계·시장 직격탄…“정치 실패 비용은 기업 몫”

관세 재인상 발언 이후 자동차·철강·전자 업종 주가가 흔들리고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실물 경제 불안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기업들은 실제 관세 인상 여부와 무관하게 불확실성 자체가 비용으로 작용한다고 호소한다.

대기업 임원은 “정부·국회가 합의 이행 일정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대가를 기업들이 대신 치르고 있다”며 “정치권의 판단 지연이 곧바로 수출 리스크로 전이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여론도 싸늘…“청와대·민주당 책임 크지만 야당도 실망”

온라인 여론 역시 비판 일색이다. 주요 포털과 커뮤니티에서는 “외교 컨트롤타워는 실종됐고 국회는 싸움만 했다”, “정부·여당 책임이 가장 크지만 야당도 실질 대안 없이 반대만 했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탓하기 전에 국내 정치부터 정리했어야 한다”, “여야 모두가 국가 리스크를 키웠다”는 댓글이 다수를 차지했다.

 

향후 시나리오…속도전 처리냐, 추가 양보냐

전문가들은 향후 전개를 세 갈래로 본다.

첫째, 국회가 비준 동의안을 우선 처리해 미국 측 명분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여야 신뢰 붕괴와 여당 내부 반발로 단기간 정리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둘째, 정부가 미국과 추가 협상을 통해 관세 인상 유예를 얻는 대신 투자·산업 협력 카드를 더 내놓는 방식이다. 이 경우 “국회 지연의 대가로 또 다른 양보를 했다”는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

셋째, 정치권 교착이 지속되면서 트럼프의 압박 수위가 더 높아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관세뿐 아니라 방위비·환율·안보 이슈까지 연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상 전문가는 “주 책임은 상황 관리에 실패한 청와대와 여당에 있지만, 야당 역시 정략 대응을 자제하고 실질 협상에 참여했어야 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신속한 국회 정리와 정부 차원의 명확한 수습 로드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