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개 아니라, 3000만개였다”…경찰, 쿠팡 ‘유출 축소 발표’ 의도 수사 착수

경찰, 쿠팡 개인정보 유출 규모 ‘계정 기준 3000만건 이상’ 파악 쿠팡 자체조사 발표 ‘3000여 건’과 격차…축소 발표 의도 여부 수사 로저스 임시대표 출석 불응 속 전방위 정부 조사로 확산

2026-01-26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실제 유출 규모를 ‘계정 기준 3000만건 이상’으로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라며 밝힌 ‘3000여 건’과는 수치상 수만 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경찰은 쿠팡이 유출 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 발표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쿠팡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개인정보 유출 수사는 거의 윤곽이 나왔다”며 “아직 확정적으로 종결되지는 않았지만, 유출된 자료는 계정 기준으로 약 3000만 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쿠팡에 가입한 대부분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경찰에 따르면 유출된 각 계정에는 이름, 주소, 이메일 등 다수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쿠팡 내부 시스템과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외부로 빠져나간 전체 정보를 범죄 혐의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말 자체 조사를 통해 “전직 직원이 개인정보 3300만 명 분량에 접근했으나 실제로 저장한 것은 3000여 명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발표가 피의자 개인 PC에 저장된 자료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실제 내부 시스템에서 유출된 전체 규모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판단했다.

박 청장은 쿠팡의 발표가 허위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 “일단 그렇게 본다”며 “축소 의도가 있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쿠팡의 자체 조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이 있었는지 여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개인정보 유출 수사뿐 아니라 쿠팡 경영 전반으로 수사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경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10여 개 정부 부처 수백 명의 인력이 동시에 쿠팡에 투입돼 이례적인 전방위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입점 업체의 판매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출시하거나, 인기 상품을 직매입 구조로 전환하도록 압박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쿠팡은 앞서 PB 상품 알고리즘 조작 혐의로 16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핵심 인물에 대한 수사도 난항을 겪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혐의의 주 피의자는 외국인으로, 경찰은 인터폴 등 국제 공조를 통해 신병 확보를 추진 중이다. 또한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세 차례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도피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쿠팡 사태는 외교·통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쿠팡에 투자한 미국계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으로 삼아 차별적 조치를 하고 있다며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의향서를 제출하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례 없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미흡한 사후 대응에 따른 법 집행일 뿐, 차별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편 쿠팡 노동조합은 정부의 전방위 조사가 노동자와 소상공인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의 잘못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만간 피의자 조사를 마무리한 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다만 유출 규모 축소 발표 의혹과 증거 인멸 혐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등 연쇄적인 수사 결과에 따라 쿠팡을 둘러싼 파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