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그룹 임원들 향해 "경쟁력 회복 마지막 기회" 강조한 이유...미국·중국 패권경쟁 속 '샌드위치 위기론'

- 삼성그룹 부사장 이상 2000여명 임원 대상 세미나 순차 진행 - 영상 통해 이건희 선대회장 및 이재용 회장 경영 메시지 전해

2026-01-26     박근우 기자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삼성 임원들에게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전자 실적이 크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삼성다움의 가치' 재무장이라는 분석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주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교육에서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철학 영상은 이달 초 이재용 회장이 소집한 삼성 계열사 사장단 만찬 자리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 영상에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주요 발언을 비롯 인공지능(AI) 등 올해 경영 전략 등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은 영상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고 주요 내용을 성우 내레이션과 자막 등의 형태로 메시지를 전했다.

이재용

재계에서는 이 영상에 담긴 경영 전략 등 내용이 사실상 사장단과 임원들에게 전하는 이재용 회장의 신년 메시지 성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작년 임원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를 언급한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도 당시 사장단 만찬에서 공개된 영상에 담겼었다.

올해 영상에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는 지금도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달라진 건 경쟁 구도가 바뀌었고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포함됐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 놓인 현재 상황도 조명했다.

앞서 이건희 선대회장은 2007년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단 회의에서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이 중국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고, 일본만큼 기술 격차를 벌리지 못한 채 중간 지대에 끼어 있다는 위기의식을 담은 발언이었다.

이재용 회장이 다시 이 표현을 꺼낸 것은, 중국과 일본의 경쟁 구도를 넘어 이제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도 전략적 선택과 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진 사업 환경에 직면했음을 환기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삼성의 실적이 개선되며 복합 위기 국면에서 일부 벗어난 모습이지만, 구조적 위험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2023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달 8일 공개된 잠정 실적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액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 등 사상 최고 기록을 예고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20조 원' 시대를 열었고, 연간 매출도 332조77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한 때 5만 원 대에 머물렀지만 올해 들어 15만 원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이 단기 실적보다 기술 경쟁력 강화를 거듭 강조한 것은 현재의 반등에 안도하지 말고, 보다 근본적인 변화에 나서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이 기술 경쟁력 개선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지난 4분기 실적 개선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등 대외적 호재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것. 따라서 새로운 기술 혁신 등 그룹 전반의 경쟁력이 확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스마트폰·가전 등 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공세, 부품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은 이번에 놓치면 재도약의 기회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임원들에게 보다 강도 높은 실행력과 각오를 요구한 대목으로 읽힌다.

이재용

이재용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AI 중심 경영 ▲ 우수인재 확보 ▲ 기업문화 혁신 등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이날 세미나에선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조직관리 및 리더십 등을 주제로 한 강연도 이어졌다.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도 수여했다.

지난해 크리스털 패에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는 메시지가 새겨졌던 것과 비교하면, 위기를 인식한 상태에서 실행과 성과를 통해 과거 삼성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자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이번 세미나는 임원의 역할과 책임 인식 및 조직 관리 역할 강화를 목표로 순차 진행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전 계열사 임원 대상의 세미나를 2016년 이후 9년 만에 재개했다. 앞서 2009년부터 2016년까지는 매년 임원 대상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세미나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위기의식과 함께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