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제시한 ‘마루노우치 모델’, 세계문화유산 기준과는 달랐다

교토 런던 세계 문화유산 더 엄격하게 규제 관리 마루노우치 세계문화유산인적 없어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은 권고안에 따라 설계변경

2026-01-23     유자인 기자
[사진=오세훈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종묘 재개발을 두고 도쿄 마루노우치 사례를 언급하며 규제 철폐를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아닌 데다 실제 문화유산 도시들의 규제 완화 흐름과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문화유산이 밀집한 교토와 런던의 사례를 보면, 경관 보존 규제는 오히려 더 정교하고 엄격한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주 '2026 신년교례회'에서 연사로 나서 종묘 재개발 문제를 거론하며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난 10년간 안타까운 경험을 했다"며 "도쿄를 우습게 봤지만, 이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넘사벽 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0년에 고이즈미 총리가 실시한 도쿄역 인근 마루노우치 지구의 규제 철폐를 언급했다.  마루노우치 지구는 도쿄역과 황거 사이에 위치한 일본 최대의 중심 업무지구로, 황거 주변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백척규제'라 불리는 높이 제한(약 31m)이 적용됐지만 도시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이를 해제하면서 대규모 고층 재개발이 진행됐다. 

오 시장은 "한 쪽은 놀고 있었고, 한 쪽은 심기일전해 수상까지 나서서 법을 바꿔가며 정부가 밀어줬다"며 "피눈물이 난다"고 강조했다. 

마루노우치,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적 없어... 교토의 예시 보니 '다르네' 

문제는 도쿄 마루노우치의 경우 세계문화유산이 아니기 때문에 유네스코에서 경관 보전에 대한 요청을 한 적도 없다는 점이다. 도쿄에 존재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는 국립서양미술관이 있는데, 2016년 본관과 앞뜰을 포함한 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을 때 유네스코측에서 르코르뷔지에가 처음 구상했던 앞뜰의 설계 의도가 일부 상실되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미술관측은 2020년에서 2022년까지 르코르뷔지에의 본래 설계 의도를 반영하여 본관 개관 당시의 앞뜰 모습을 최대한 복원했고, 미술관 본관의 주변의 경관 관리도 건축물높이 15m 아래로 유지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17곳이나 산재한 교토시의 경우에는 지난 2007년 시 전역의 최고 높이를 45m에서 31m로 제한하고, 구역에 따라 10m, 12m, 15m, 20m, 25m로 단계적으로 설정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1966년에 제정한 '고도보존법'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교토, 가마쿠라, 나라 등 문화재가 많고, 경관보존의 필요성이 높은 도시를 대상으로 역사적 풍토보존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개발행위를 제한했다. 2004년에는 경관법을 제정해 문화재 보존이나 건물 높이 제한뿐 아니라 마을 분위기와 자연풍경 등도 보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에 따라 가마쿠라 등 28곳의 지자체가 관련조례를 만들어 마을 분위기와 풍경 등 경관을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이후 교토시는 2023년 31m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부동산 규제 때문에 주거공간 등이 부족해 인구 유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이는 오 시장의 현재 논리와 흡사해 보인다.

그러나 교토의 경우 해당 완화안을 적용하더라도 1997년에 이미 건설된 교토역빌딩이 준수하고 있는 최고 높이를 60m로 제한했다. 그것도 교토역 근처 일부 지역에 불과하고, 그 밖 인근 지역의 최고 높이는 45m로 규제하는 내용이다. 

이는 현재 71m 규제가 존재하는 종묘 앞 경관의 높이를 141.9m로 상향한다는 오 시장의 계획과는 큰 차이가 있다. 

영국의 사례 보니... 아예 일직선거리로 '경관 보존' 규제 

영국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런던의 특징적인 건물 중 하나인 세인트 폴 대성당의 경우 1937년부터 대성당 돔이 보이도록 고도를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중이다. 이는 '런던 경관관리 방향'(London View Management Framework, LVMF)에 따른 것으로, 13곳의 '보호 전망'(Protected Views)에 따라 특정 위치에서 세인트 폴 대성당 돔 등 주요 문화재가 보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중 8곳의 경우 세인트 폴 대성당의 전망과 연관돼 있는데, 이는 실제 대성당의 높이(111m), 원근법, 해발고도와 상관 없이 적용되어 돔을 가릴 수 있는 높이의 어떤 건축물도 지을 수 없다. 가장 일직선상으로 긴 거리는 리치몬드 공원의 가장 높은 곳인 '헨리 8세의 언덕'에서 세인트 폴 대성당까지로, 15.6km의 거리다. 

[사진=런던의

오 시장은 현재 종묘와 세운4구역이 180m, 정전에서부터는 500m가량 떨어져 있으니 경관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유네스코는 문건을 통해 100m 바깥에서도 시야를 해칠 수 있는 고층 건물을 짓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 정책의 시행으로 인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웨스트민스터 궁전, 런던타워 등 다른 역사적 건축물도 같은 방식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정책이 샌프란시스코, 포트랜드, 뉴욕, 텍사스 등에서 시행되고 있고, 캐나다 밴쿠버에서도 유사한 정책을 시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