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중위권 경쟁 더 뜨겁다...NH·KB·신한證, 빅3 추격 '안간힘'
미래에셋證, 독주 체제 굳건...중위권 추격 연금은 장기전...조직·시스템 투자가 관건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증권업계 퇴직연금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에 따른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NH투자·KB·신한투자증권 등 중위권 증권사들이 수익률 경쟁력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23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증권업계 퇴직연금 시장은 퇴직연금 제도 확대에 힘입어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대형사 중심의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는 모양새다. 최근 1년간 미래에셋증권(30.5%), 삼성증권(36.8%), 한국투자증권(31.19%)은 평균 30%를 웃도는 적립금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했다. 반면 NH투자증권(25.7%), KB증권(25.5%), 신한투자증권(20.5%)은 20%대 초중반 성장에 그치며 상위권과의 격차가 오히려 확대된 모습을 보였다.
퇴직연금 사업은 적립금 규모가 커질수록 수수료 수익이 늘고, 이를 다시 시스템과 상품, 인력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는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으로 꼽힌다. 초기부터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대형 증권사가 유리한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금 사업은 전형적인 장기전으로, 단기간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오랜 기간 적자를 감수하며 조직과 시스템에 투자할 수 있는 곳만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며 “미래에셋증권처럼 수십 년간 연금에 집중 투자해온 대형사와 후발·중위권 증권사 간 격차는 단기간에 좁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적립금 규모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10조2238억원으로, 중위권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10조원을 넘어섰다. 세부적으로는 확정급여형(DB) 4조540억원, 확정기여형(DC) 2조5334억원, 개인형 퇴직연금(IRP) 3조6364억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특히 IRP 적립금은 2024년 말 대비 41.7% 급증했다.
KB증권의 총 적립금은 8조3359억원(DB 3조6052억원, DC 1조8214억원, IRP 2조9093억원), 신한투자증권은 6조9358억원(DB 2조3018억원, DC 2조386억원, IRP 2조5954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38조985억원에 달했으며, 삼성증권(21조573억원)과 한국투자증권(20조7488억원) 역시 중위권 증권사들과는 두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증시 회복과 함께 퇴직연금에 대한 인식이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되고, 은행권에서 증권업으로의 ‘머니무브’가 뚜렷해지면서 중위권 증권사에도 기회 요인이 존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들 증권사는 상장지수펀드(ETF) 중심 상품 확대와 디지털·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강화 등 차별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업계 최고 수준인 890여 개의 ETF 라인업과 적립식 ETF 서비스를 통해 투자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국민연금 자산배분 전략을 벤치마킹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며 안정적인 장기 수익률을 추구하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KB증권은 연금을 단순 저축이 아닌 ‘관리형 투자자산’으로 재정의하고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기반으로 한 연금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비대면 전용 연금자산관리센터를 통해 가입부터 인출까지 원스톱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디지털 채널 중심의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운용 성과와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성과 중심의 운용과 1대1 대면 컨설팅을 결합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이를 자산 증가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 퇴직연금 비즈니스의 경우, 타 업권 대비 높은 적립액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금 비즈니스는 법인 단위 수주 경쟁과 대면 관리 역량이 핵심인 만큼 리테일 기반과 기존 잔고, 조직 규모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중위권 증권사들도 시장 성장에 맞춰 점진적으로 연금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