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시대, 증권가 저평가 vs '인버스·곱버스' 몰리는 개미
‘꿈의 코스피 5000’ 돌파했지만…증권가·개인 시선 엇갈려 증권가 PER·PEG는 여전히 ‘저평가 구간' 개인은 인버스·곱버스로 이동…지수 상승 속 고점 경계 신용융자 30조 눈앞…조정 시 변동성 확대 우려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코스피가 연초 이후 700포인트 넘게 오르며 사상 첫 장중 5000선을 돌파했지만 시장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증권가는 밸류에이션 지표를 근거로 여전히 저평가 국면이라는 평가를 내놓는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인버스·곱버스 상품으로 몰리며 고점 경계심을 키우는 모습이다.
5000 시대…증권가, PER·PEG는 "아직 싸다"
23일 코스피는 이날 장중 5021.13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말 4214.17에서 대비 상승 폭은 806.96포인트로, 상승률은 19.1%에 달한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부담론도 제기되지만, 밸류에이션 지표만 놓고 보면 여전히 저평가 구간이라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증권이 최근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4배 수준이다. 과거 20년 평균인 10배를 소폭 웃도는 정도로, 지수 레벨 상승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PER을 주당순이익(EPS) 성장률로 나눈 PEG(주가수익성장비율) 기준으로는 코스피는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여전히 저렴한 구간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JP모건과 맥쿼리 등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 증시의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가능성과 AI 반도체의 고성장을 근거로, 강세 시나리오에서 코스피가 60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정부 역시 증시 활성화 정책을 보다 강하게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저평가 외치는데…개인은 인버스·곱버스로 이동
증권가의 저평가 논리와 달리 개인투자자들의 선택은 정반대다.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동안 개인들은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와 레버리지 인버스(곱버스) 상품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2일부터 22일까지 'KODEX 인버스'를 1721억원 순매수했다. 'TIGER 인버스'와 'ACE 인버스' 역시 각각 84억원, 1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같은 상품들의 순매수 규모(KODEX 인버스 688억원, TIGER 인버스 24억원, ACE 인버스 2억원)와 비교해 최소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코스피200 선물지수 하락률의 2배 수익을 추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는 이달 들어 4167억원이 순유입됐다. 2025년 11월에는 2207억원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2월 순매수(3187억원)로 전환된 데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매수 규모가 30% 이상 늘어났다.
시장에서는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하락 베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학습효과'와 체감 실적, 신용융자 30조 임박…개인의 불신
개인 투자자들의 인버스 선호는 과거 시장 경험에서 비롯된 '학습효과'와도 맞닿아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 10여 년간 코스피는 박스권 흐름을 반복해왔고, 이 과정에서 지수가 오르면 인버스를 사고, 하락하면 레버리지를 사는 투자 패턴이 굳어졌다"며 "오랜 기간 형성된 투자 방식이 최근 상승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체감 실적에 대한 불신도 겹쳤다. 반도체 등 일부 수출 대기업을 제외하면 내수 기업의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고, 코스닥 기업의 경우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후퇴하는 등 상장사 간 실적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수 상승이 곧바로 전반적인 기업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개인들의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시장 불안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레버리지 확대다. 주식을 담보로 빚을 내 투자한 신용융자 잔고는 3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1일 기준 29조586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9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 증시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이다. 지수가 조정을 받을 경우 담보 가치 하락으로 반대매매가 발생하고, 이 매물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