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AI 5조 투자·매출' 목표, 이사회 결의 빠진 ‘예측 정보’로 정정 왜?
기업가치 제고 ‘비전’ 강조...공시서 계획·예측 정보로 분류 이사회 결의 없는 AI 목표, 확정 가이던스로 보기엔 신중론
[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SK텔레콤이 지난 2024년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 2030년까지 인공지능(AI) 분야에 5년간 5조원을 투자해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지만, 해당 계획은 이사회에서 결의된 확정 사안이 아니라고 공시를 수정했다.
개인정보 유출 등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에서 해당 대형 투자계획이 이사회 의결을 거친 사안이 아닌 일종의 선언적 계획임을 분명히 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2024년 10월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한 '2024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AI를 중장기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이 문서에서 SK텔레콤은 ‘AI Vision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총매출 30조원 달성과 함께 AI 사업 비중을 35%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인 2025년 12월 24일 공시한 '장래사업·경영계획' 정정 공시에서는 같은 AI 목표를 ‘장래 계획’으로 분류하고, “이사회에서 결의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공시규정'은 공정공시 대상 정보로 장래 사업계획이나 경영계획, 매출과 손익에 대한 전망·예측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러한 예측 정보는 확정된 이사회 의사결정과 구분돼 제공되고 실제 결과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함께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공시에는 SK텔레콤은 향후 5년간 AI 분야에 누적 5조원을 투자하고, 2030년까지 AI 매출 5조원 이상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과 함께 “이사회결의일(결정일)은 장래사업 계획을 발표한 시점을 의미하며, 이사회에서 결의된 사항은 아니”라는 설명이 포함돼 있다. 정식 결의를 거친 투자계획이 아님을 분명히 한 셈이다.
또한 SK텔레콤은 해당 목표를 AI 시장 상황과 기업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조정될 수 있는 ‘예측 정보’로 분류했다. 이번 정정 공시는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장래사업·경영계획 내용 정정’을 사유로 제출됐으며, 투자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 제공 목적이라는 점도 함께 적시됐다.
이처럼 SK텔레콤의 중장기 AI 목표는 문서에 따라 서로 다른 성격으로 제시됐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는 AI를 회사의 미래 성장을 이끌 핵심 축으로 소개하며 방향성과 비전을 강조한 반면, 장래사업·경영계획 공정공시에서는 같은 목표를 확정된 결정이 아닌 장래 전망으로 분류해 보다 신중한 표현을 사용했다.
공정공시에서 이사회 결의 여부와 변경 가능성을 명확히 적시한 것은, 해당 계획이 법적·경영적 확정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취지로 읽힌다.
이와 관련 SK텔레콤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난해 사이버 침해사고 등을 거치며 1년 전과 경영 환경과 시장 상황이 달라진 점을 반영한 것”이라며 “2030년 AI 관련 예측치는 향후 변경이 있을 경우 지속적으로 시장과 소통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시를 두고 수조원 단위의 중장기 투자 계획이 공정공시에서 ‘장래 계획’과 ‘예측 정보’로 분류된 점에 주목하며, 이를 확정된 가이던스로 해석하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제시된다.
이찬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공정공시에 ‘장래 계획’과 ‘예측 정보’로 명시된 만큼, 해당 수치를 확정된 가이던스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중장기 전략의 방향성은 유지되지만, 숫자 자체를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