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공급우위 국면…젠슨 황 ‘캐파 압박’ 속 삼성·SK 협상력 부각

AI 인프라 확산에 메모리 병목…공급우위 강화 CES 2026 젠슨 황 “더 많은 팹 필요하다” 압박

2026-01-22     문슬예 기자
지난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AI 인프라 확산으로 HBM을 포함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메모리 공급사의 협상 우위가 이전보다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주요 고객사가 공개 석상에서 메모리 생산능력(캐파)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는 사례도 포착된다.

이 같은 수급 환경을 감안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체들은 중장기적으로 생산능력 확장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는 중이다. 다만 과거 다운턴 경험을 고려해 투자 속도에서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2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메모리 고객사들은 단기 구매보다는 중장기 물량 확보를 전제로 공급사와의 협의를 앞당기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격과 물량, 공급 시점을 둘러싼 협상에서 메모리 공급사의 결정권이 이전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복수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 확대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협상력이 이전보다 분명히 강해진 상황”이라며 “가격뿐 아니라 물량, 공급 시점을 놓고도 고객사들이 먼저 협의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 CES 2026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메모리 쇼티지(공급 부족) 관련 질문에 “AI 팩토리라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서 전 세계는 더 많은 메모리 팹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지금 흐름은 메모리 공급사가 되기에도, 반도체 제조사에게도 의미 있는 기회”라고 답변했다. 이는 젠슨 황 CEO가 고객사 입장에서 메모리 업체의 증설과 공급 확대를 촉구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 같은 공급 우위는 가격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D램 계약 가격이 전분기 대비 55~6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서버와 HBM 물량이 우선 배정되면서, 범용 D램까지 공급 압박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블룸버그 통신은 UBS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레스네 보고서를 인용해 “데이터센터 붐에 따른 메모리 부족으로 일부 메모리 제품 가격이 100% 이상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최근 SK하이닉스는 HBM 수요 확대를 전제로 한 캐파 확장 전략을 구체화했다. 청주 M15X와 연계한 차세대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P&T7) 투자를 결정하며, 향후 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비한 생산·패키징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겠다는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후공정 패키징 투자가 양산 시점을 상당 기간 앞두고 집행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SK하이닉스가 주요 고객사들과 중장기 물량 협의를 일정 수준 마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AI 인프라 확산에 따른 중장기 메모리 수요 증가를 전제로 생산능력 대응 여력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국내에 약 450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평택사업장 추가 라인 구축을 포함한 반도체 생산 인프라 확장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다만 양사 모두 과거 다운턴 국면에서의 투자 부담을 의식해 증설 속도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메모리 산업 특성상 시황 변동성이 큰 만큼, 고객사 요구가 커졌다고 단기간에 공격적인 증설로 직행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AI 수요 확대로 메모리 쇼티지 국면이 부각되면서 캐파 확대 필요성이 자주 거론되고 있지만, 시장이 이제 막 회복 국면에 들어선 단계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며 “과거 다운턴을 고려하면 투자 타이밍과 속도를 보다 보수적으로 가져가려는 기조가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한편, 젠슨 황 CEO는 21일(현지 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반도체 공급망 확장을 언급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칩 공장과 컴퓨터 공장, AI 팩토리가 동시에 지어지고 있다”며 “마이크론은 미국에 2000억 달러를 투자했고, SK하이닉스와 삼성도 매우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