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유한양행, '넥스트 렉라자' TPD 플랫폼으로 새 먹거리 창출한다

조학렬 뉴모달리티 부문장, "범죄자 단백질, 경찰(TPC) 투입해 무력화" 2027년 HER2 신약허가·뉴코 설립으로 상업화 '직진'...혁신 동력 강화

2026-01-22     민보영 기자

 

조학렬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표적단백질 활성억제(TPC, Targeted Protein Capture)' 기전의 핵심은 세포 내에서 경찰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다. 단백질 체포하는 일을 맡기 때문에 '나쁜 일을 벌이는 단백질'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역할은 기존 플랫폼이 구현하지 못했던 일이다."

조학렬 유한양행 뉴모달리티 부문장(전무이사)은 21일 서울시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연구개발(R&D) 데이'에서 '넥스트 렉라자'의 일환으로 TPC 기술 등 '표적단백질분해제(TPD) 플랫폼'을 소개하며 뉴모달리티 전략의 윤곽을 드러냈다. 증권사 연구원 대상으로 TPD 개발 전략을 처음 공개하는 이 자리는 250석 강당이 3분의 2 이상 찰 정도로 열기를 띠었다.

조 부문장은 TPD 플랫폼에 대해 "유한양행이 기술 우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플랫폼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 신약(First-in-class)' 수준으로 부상할 수 있고, 해외 대형 제약사 존슨앤존슨(J&J)이 십억 달러에 인수한 관련 기술보다 확장성이 넓어 대형 딜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조 부문장은 '소분자 화합물 방식(Small molecule)'으로 약물화하지 않는 '다루기 힘든 단백질'을 범죄자에 비유했다. 기존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은 단백질에 '유비퀴틴(Ubiquitin)'이 붙어야 분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단백질에 유비퀴틴이 붙을 사이트가 없어 한계로 지적돼 왔다. 

TPC, 뉴모달리티 전략의 종착지...신규 시장 개척 잰걸음

TPC는 유비퀴틴을 이용하지 않고도 단백질을 무력화할 수 있어, 기존 TPD 기술의 한계였던 '약물화 불가능(Undruggable)' 타깃을 정복하는 상위 호환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J&J가 약 30억 달러에 인수한 '하푼 테라퓨틱스(Harpoon Therapeutics)' 기술과 유사하지만 유한양행 방식이 훨씬 확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유비퀴틴화를 하기 어려운 단백질까지 무력화하므로 기존 제약사가 공략하지 못했던 신규 시장까지 선점할 수 있다. 

조 전무는 TPC를 통해 유한양행이 나아갈 뉴모달리티 최종 목적지를 분명히 했다. 조 전무에 따르면 유한이 보유한 TPD 기술은 두 가지다. 기존 화합물 기반 TPD 기술인 '합성 TPD', 유한의 차별성을 담은 '바이오 TPD'다. 후자는 화학물이 붙을 자리가 없는 단백질 분해를 위해 '나노바디(Nanobody)'와 'E3 라이게이즈'를 융합한 단백질을 mRNA 형태로 세포 내에 전달한다. 여전히 단백질을 분해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합성 TPD가 지닌 한계를 넘어서는 게 핵심이다.

TPC는 분해에 집중했던 기존 TPD 틀을 깨고 '포획 및 격리'라는 메커니즘을 제시한다. 단백질을 분해시키지 않아도 경찰에 해당하는 '뉴 이펙터'가 감옥에 해당하는 '세포 내 특정 구역'에 가둬 단백질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바이오 TPD가 나노바디와 mRNA로 분해되지 않는 단백질을 분해하려고 한다면, TPC는 분해할 필요 없이 포획·격리하는 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TPD·TPC는 이미 효능이 입증된 항체치료제가 작용하는 경로의 하위 타깃을 선택해 임상 불확실성을 최소화고자 했다. 상업화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검증된 경로를 선택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주사제를 경구용 TPD로 대체할 경우 환자 접근성이 높아져 매출 규모도 더욱 확장될 수 있다. 

글로벌 신약개발 전담법인 설립...'YH25724' 기술수출 재추진 시동

조욱제

유한양행은 이 같은 차세대 플랫폼을 해외 대형 제약사에 기술이전하거나, 신약개발 전담법인 '뉴코(NewCo)'를 설립해 엑시트한다는 방침이다. 뉴코는 신약 후보물질이나 플랫폼 개발, 임상과 투자를 전담하기 위한 사업 전략이다. 글로벌 임상 2상 이상의 대규모 연구비 부담을 분산하고 병용요법 임상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 

미국 보스턴 등을 거점으로 벤처캐피털(VC) 자금을 유입해 별도 법인을 만든 뒤, 짧은 기간 내 해외 대형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하고 수익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여러 단계의 임상을 동시에 진행해 상업화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2028년까지 실제 매출을 일으킬 파이프라인의 타임라인도 제시했다. 정부의 '난치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제도'를 활용해 국내 상용화 속도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HER2 이중항체 'YH32367'는 2027년 중반 신약허가신청(NDA)을 진행해 2027년 말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8년 매출 120억 원을 시작으로 2030년 360억 원 매출 달성이 목표다. EGFR 이중항체 YH32364는 2028년 하반기에 상용화해 2029년 매출 발생을 예상한다.

질환별로는 항암제·대사 질환·면역 질환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렉라자(레이저티닙)'는 J&J와의 병용요법을 통해 완치에 가까운 장기 생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대사질환·비만 파이프라인 MASH YH25724는 강력한 항섬유화 효과를 바탕으로 2027년 내 글로벌 기술수출 재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면역 질환에 해당하는 알레르기 H35324는 졸레어 대비 우수한 '면역글로불린 E(IgE)' 억제 효과를 바탕으로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하고 있고, 뉴코에서의 글로벌 임상도 검토 중이다.

한편 R&D 데이에는 조욱제 대표이사, 김열홍 R&D 총괄 사장, 최영기 중앙연구소장 등이 참석해 유한양행의 체질 개선과 미래 가치 입증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임상지연 등 복합적인 이슈로 기업가치가 하방을 그리면서 국내 투자자 및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함이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는 "국내 매출 1위에 안주하지 않고, 회사의 더 큰 도약을 위해 정보와 소통의 장을 더욱 확대하고자 한다"며 "유한양행이 가진 혁신과 비전을 더욱 적극적으로 세상에 알려나가겠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열홍 R&D 총괄 사장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파이프라인을 최근 3년간 항암제, 대사 질환, 면역·염증 질환, 뉴모달리티 등 4가지 핵심 분야로 집중 재편했다"며 "이번에 공개하는 파이프라인과 전략은 유한양행이 단순한 제약사를 넘어 글로벌 혁신 신약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약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