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해킹사고 '경영 리스크' 분류…선제 리스크 헷지 전략
증권신고서에 ‘과징금·민형사 책임·수익 영향’ 명시...재무 변수로 인식 조사에서 수사로 번진 상황 반영...“문제 없다” 대신 책임 가능성 관리
[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해킹 은폐 의혹을 둘러싼 경찰 수사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LG유플러스가 해당 사안을 단순 보안 사고가 아닌 ‘재무적 부담 가능성’이 있는 투자 리스크로 공식 분류했다.
이번 증권신고서의 문구는 이러한 상황 변화를 반영해 ‘문제 없음’을 가정한 방어가 아니라 일정 수준의 책임 발생 가능성을 전제로 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LG유플러스는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채무증권)에서 과징금과 민·형사상 책임은 물론, 회사의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까지 명시하며, 수사 결과에 따른 경영상 시나리오를 처음으로 문서에 담았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증권신고서에서 해당 사안을 “일반적인 투자 위험 공시”로 분류했지만, 실제 문구를 보면 통상적인 위험 설명과는 결이 다르다. 단순한 불확실성 언급을 넘어, 구체적인 금전적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표현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신고서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및 통신망 안정성 관련 위험과 관련해 이번 사안은 관계 당국의 조사에 따른 과징금 부과 가능성에 그치지 않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 피해 고객 보상 등 민·형사상 부담이 발생할 수 있음이 명시돼 있다.
아울러 이러한 부담이 평판 및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개인정보 보호 관련 부대 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판단의 배경에는 해킹 사고를 둘러싼 조사와 수사 절차가 장기 국면으로 접어든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2025년 7월 18일 외부 제보를 통해 LG유플러스 내부 정보 유출 의혹을 처음 인지했고, 이튿날인 19일 해당 사실을 LG유플러스에 통보하며 침해사고 신고를 안내했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ISA는 8월 25일부터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LG유플러스는 같은해 10월 23일 KISA에 침해사고를 공식 신고했고, 다음 날인 24일 과기정통부·KISA·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민관합동조사단이 구성돼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단은 LG유플러스의 서버 접근제어 솔루션(APPM)에 저장된 서버 목록과 계정 정보, 임직원 관련 정보 등이 유출된 정황은 확인했지만, 관련 서버가 운영체제(OS) 재설치 또는 폐기된 상태여서 유출 원인을 특정하지는 못한 채 조사를 마무리했다.
조사 국면은 여기서 수사 단계로 넘어갔다. 과기정통부는 민관합동조사단 종료 이후, KISA가 침해사고 정황을 통보한 뒤 관련 서버가 재설치·폐기된 점에 주목해 고의성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12월 9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로 인해 사안은 사고 자체뿐 아니라 사고 이후 조치 과정까지 수사의 대상이 되면서 단기간에 무혐의 종결을 전제로 정리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와 관련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증권신고서에 포함된 내용은 새로운 판단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통상적으로 기재되는 위험 요인”이라며 “2023년 당시에도 정보 유출과 관련한 내용이 공시에 포함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경찰 수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재용 한성대학교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 스마트융합컨설팅학과 겸임교수는 22일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제는 ‘사고 발생 시 비용’을 따지는 관점보다, 사고가 없을 때 확보되는 신뢰 가치를 어떻게 관리하고 축적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경영 판단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보안은 더 이상 비용 절감의 대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비용을 통제하기 위한 투자 영역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