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MBK·광장까지… ‘미공개정보 사슬’ 끊어지지 않는다

실무자는 처벌, 경영진은 무풍지대… “자본시장법, 현실 못 따라간다” NH투자증권 “공개매수 정보 선취매매”… 조직적 구조 드러나 MBK파트너스 “M&A 정보 관리 부실”… 사모펀드도 예외 아니었다 법무법인 광장 직원 내부 거래 자문 정보 빼내 활용 현행 자본시장법, ‘개인 처벌 중심’ 구조 한계 전문가들 “대표이사·이사회 책임 법에 명시해야”

2026-01-21     한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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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국내 자본시장에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불공정거래 사건이 연쇄적으로 터지고 있지만, 제재는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증권사, 사모펀드, 대형 로펌까지 핵심 금융 플레이어들이 잇따라 연루되며 시장 신뢰가 흔들리고 있지만, 처벌은 대부분 실무자 선에서 마무리되고 경영진 책임은 사실상 공백 상태라는 지적이다.


NH투자증권 “공개매수 정보 선취매매”… 조직적 구조 드러나

K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NH투자증권 전·현직 직원 2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조사해 왔으며, 21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검찰 고발 및 과징금 부과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 이들은 고려아연 등 NH투자증권이 주관한 공개매수 관련 정보를 공시 이전에 업무 과정에서 미리 입수한 뒤, 본인 및 지인 명의 계좌로 해당 종목을 선매수해 수억 원대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NH투자증권 투자금융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이후 계좌 추적을 통해 정보 유출 시점과 매매 타이밍이 일치한다는 정황을 확보했다. 특히 이들이 대학 동창 등 지인들에게 정보를 전달했고, 해당 지인들 역시 상당한 차익을 거둔 사실도 확인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금융위 주가조작근절합동대응단은 NH투자증권 공개매수 담당 임원인 이모 씨에 대해서도 별도의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임원은 고려아연을 포함해 최근 2년간 NH투자증권이 주관한 11개 종목의 공개매수 정보를 사전에 지인들에게 유출, 총 20억 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챙기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022년 이후 국내 공개매수 47건 중 30건을 수임한 시장 점유율 1위 주관사다. 시장 영향력이 가장 큰 회사에서, 반복적·조직적 패턴의 정보 유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정보 거래는 형사 범죄인데, 회사가 자체 징계로 덮으려 한 것 자체가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무력화돼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

 

MBK파트너스 “M&A 정보 관리 부실”… 사모펀드도 예외 아니었다

사모펀드 업계 1위 MBK파트너스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MBK는 대형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거래 관련 비공개 정보가 외부 투자자 및 관계자들에게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으로 금융당국 점검 대상이 됐다. 일부 거래에서는 인수 발표 직전 특정 종목에 대규모 선매수 자금이 유입되며 “정보 사전 유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MBK처럼 대형 거래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운용사는 사실상 ‘시장 내부자’에 가까운 위치에 있다”며 “정보 차단 시스템이 허술하면 증권사 IB부서와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법무법인 광장 직원 “내부시스템 이용해 미공개 정보 취득”
대형 로펌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법무법인 광장 직원들이 내부시스템을 이용해 공개매수 등 미공개 정보를 취득하고 주식 거래에 활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증권사, 사모펀드, 로펌이 하나의 거래 체인으로 연결돼 있는 구조에서 어느 한 곳의 정보 관리가 무너지면 시장 전체가 왜곡된다”고 지적한다.

 

현행 자본시장법, ‘개인 처벌 중심’ 구조 한계
현행 자본시장법 제174조(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금지)는 내부자 및 정보 수령자에 대해

▶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 부당이득의 3~5배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집행은 대부분 실무자 형사처벌·과징금 수준에 그친다. 회사와 최고경영진에 대한 직접 책임 규정은 명확하지 않고,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제재 역시 행정 경고나 기관주의 조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금융당국 출신 인사는 “실질적으로는 ‘개인이 사고 치면 개인만 처벌받는 구조’”라며 “조직 차원의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이 약하다 보니 같은 유형의 사건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대표이사·이사회 책임 법에 명시해야”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제도 보완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한 증권법 전문 변호사는 “미국과 영국은 내부자 거래가 발생하면 해당 금융사의 최고경영진과 준법책임자까지 관리 책임을 묻는다”며 “한국도 대표이사·이사회에 대한 형사 책임 또는 직무정지, 인가 취소 수준의 제재를 법률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걸려도 남는다’는 인식 바꾸지 않으면 시장 신뢰 붕괴
NH투자증권 사건은 단순 직원 일탈이 아니라 11개 종목, 20억 원 규모, 반복 패턴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도 실무자 몇 명 고발하고 회사는 과징금으로 끝난다면 ‘걸려도 이익’이라는 왜곡된 신호를 줄 것”이라며 “경영진 책임 강화 없이는 불공정거래 근절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