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38조 '블랙홀'...우리·농협銀과 '초격차'

적립금 1년 새 30% 급증...시중은행 아성 '위협' DC·IRP 성장세 가속...DC형 적립금 전 업권 1위

2026-01-21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머니무브’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시중은행 중심의 기존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연말 기준 적립금 38조원을 돌파하며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을 제친 데 이어, 확정기여형(DC) 부문에서는 KB국민은행까지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면서 기존 강자인 은행권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2025년 4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38조9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4분기(29조1937억원) 대비 약 8조9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불과 1년 만에 적립금이 30.5% 급증하고, 분기마다 조 단위 자금이 유입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성과는 전통적인 연금 강자로 꼽혀온 시중은행을 증권사가 추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31조2975억원, NH농협은행은 26조7191억원에 그쳤다. 불과 1년 전인 2024년 4분기만 해도 미래에셋증권(29조1937억원)은 우리은행(27조983억원)과 근소한 차이로 경합했으나, 1년 새 격차를 압도적으로 벌리며 '초격차' 모드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이 외에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48조3813억원으로 1년 전 대비 20.1% 증가했으며, KB국민은행은 48조4538억원으로 15.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절대적인 적립금 규모에서는 여전히 두 은행이 앞서 있지만, 성장률 측면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은 17.33% 증가한 53조8742억원을 기록하며 전 업권 내 퇴직연금 적립 1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경쟁의 핵심은 DC 부문이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의 DC형 적립금은 16조2903억원으로, 16조978억원을 기록한 KB국민은행을 제치고 은행·증권·보험을 통틀어 전 업권 1위에 올랐다. DC형은 운용 성과가 적립금으로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사업자의 운용 역량과 관리 체계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저금리·고물가 환경 속에서 ‘원금 보장’보다 ‘운용 성과’를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증권사에 유리한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 속도 역시 두드러진다. 2025년 한 해 동안 전체 DC 시장 유입액 가운데 약 19.1%에 해당하는 4조4159억 원이 미래에셋증권으로 유입됐다. 2024년 말 기준 11조8000억 원대에 머물며 업계 4위 수준이었던 DC 적립금은 불과 1년 만에 선두로 올라섰다.

개인형퇴직연금(IRP) 부문에서도 성장세는 이어졌다. 미래에셋증권의 2025년 4분기 IRP 적립금은 15조8611억원으로, 1년 전 대비 44%(11조142억원)가 증가했다. 상장지수펀드(ETF)와 펀드 중심의 상품 라인업, 모바일 기반 비대면 가입 확대 전략이 IRP 자금 유입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를 퇴직연금 시장의 구조적 전환 신호로 보고 있다. 투자형 연금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자산운용 역량을 갖춘 증권사가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DC·IRP 비중이 높아질수록 수익률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어 증권사 중심의 시장 재편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퇴직연금 시장의 무게중심이 저축에서 투자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DC 적립금 1위 사업자로서 고객 연금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운용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